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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남편이 내 곁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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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남편이 내 곁을 떠났습니다

: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 후, 아픔을 딛고 나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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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146*209*20mm
ISBN13 9791167851499
ISBN10 1167851498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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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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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지상에서 숱하게 보고 들었던 ‘죽다’라는 익숙한 동사가 내 일이 되었을 때 이 죽음이 내게 얼마나 낯설고 먼 일인가를 느꼈다. 현실 감각은 전혀 없었고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으며 할 수만 있다면 도망이라도 쳐서 ‘죽었다’는 낯선 동사를 남편을 아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떼어내서 최대한 멀리 던져버리고 싶었다.
--- p.18

그의 얼굴을 바라보자 요동치던 심장이 어느새 잔잔해졌다. 이렇게 내 앞에서 잠들어 있는 이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얼굴을 어루만질 용기도, 손을 잡아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내 손가락만 만지작거리며 서 있었다.
--- p.22

장례식장에 도착한 두 아이는 말없이 남편의 영정사진을 봤다. 영정사진 속 아빠의 눈과 마주친 순간, 두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처럼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었을까, 어떤 슬픔도 아픔도 느낄 수 없었을까.
--- p.28

남편의 부고 소식을 들은 순간 이후로 시간이 멈춘 줄 알았는데, 어느새 해가 지고 밤이 왔다. 그와 나의 시간은 멈췄지만, 세상의 시간은 변함없이 흘렀다.
--- p.32

나보다 한참이나 커서 울창한 나무 같았던 남편이 한 줌의 가루가 되어 버렸다.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그의 죽음을 온몸으로 체감한 순간이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이제는 정말로… 다시는 그를 만질 수도, 볼 수 없게 되었다.
--- p.39

대체로 실감나지 않는 나날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고 이제는 현실이었다. 실감나지 않아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버렸다. 멀쩡하게 살다가 갑자기 보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 p.56

불현듯 남편의 죽음이 실감 날 때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에 대한 그리움, 말도 없이 갑자기 내 곁을 떠난 것에 대한 원망스러움, 그리고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뒤섞인 감정이 마음에 난 상처를 짓눌렀다.
--- p.58

여전히 나는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익숙함에 속아, 당장 나를 괴롭히는 시련에 휘둘리느라 그 사랑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미 차갑게 굳어 버린 그의 손을 잡고서야 알았다. 가루가 된 그를 안고서야 새삼 사랑하고 있는 내 마음을 느꼈다.
--- p.60

여전히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이며 한 남자의 아내이다. 여전히 남편의 아내이다. 하지만 남편은 없다. 엄마이고 아내이면 있어야 할 보통의 존재, 당연한 존재가 없다. 아내인데 남편은 없는 아이러니한 삶을 살고 있다.
--- p.96

나를 아프게 하는 부정적인 감정의 파도가 몰려오면 그대로 휩쓸려 저 스스로 힘을 잃고 흩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 p.103

내 곁을 떠난 남편의 빈자리는 있었지만, 아직도 내 곁을 지키고 있는 행복이 있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영화 속 주인공의 말이 위로가 되었다. 아픈 오늘을 지나가게 놔두고 새로운 내일을 맞이하기로 했다. 이왕이면 내일을 행복하게 맞이하기로 했다.
--- p.135

사별의 아픔을 통해, 어릴 적부터 오랜 시간 마음에 쌓인 상처가 겉으로 드러났다. 그 덕분에 내 마음은 요즘 성장기를 보내는 중이다. 타인의 마음을 먼저 살피느라 제대로 자라지 못한 내 마음이 성장하는 중이다. 멋지게 성장할 내 마음이 기대가 된다. 강하고 멋지게 성장할 내 마음이 기대가 되는 요즘이다.
--- p.143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나는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냈다. 슬픔에 취해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울고만 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엄마이기 때문이다.
--- p.163

시련이나 그로 인한 아픔, 걱정에 질 필요 없다. 그것들에 패해 움츠러들고 무기력해질 필요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맞서 더 바쁘게 매일을 살면 고개 들어 덤비던 그것들이 무안해져 이내 소멸할 것이다.
--- p.165

아픈 마음을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아프지 않았다. 남편 생각이 나도 아프거나 원망스럽지 않았다. 완벽한 이별로 한 걸음 내디딘 것 같다. 다가오는 3월에는, 남편이 불어오는 그 계절에는 슬퍼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완벽한 이별을 하고 웃는 나로 남편 앞에 설 수 있을 것 같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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