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는 어렵다’라는 말에서 출발했습니다. 사실 저도 여전히 회계가 어렵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꼭 어렵기만 한 분야는 아닙니다. 아침에 머리를 감다가 풀리지 않던 퍼즐의 조각을 번뜩, 찾아내고 느꼈던 희열과 신났던 출근길을 잊지 못합니다. 여전히 배울 게 많고,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을 마주하면 가슴이 뛰고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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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재미있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머릿속에 물음표를 그리며 물어본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했던가. 회계가 나에게 그렇다. 나는 회계가 좋다. 그냥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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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는 돈, 곧 숫자로 연상된다. 하지만 돈이라면 좋아하는 사람들도 회계는 어렵고 싫어한다. 왜일까? 조금만 알아도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회계, 어렵다는 인식을 버리고 생활 속에서의 회계부터 하나둘씩 알아 가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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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회계팀이 하는 일을 대표이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회사가 많다. 그래서 나는 구구절절 멋있게 설명하기를 포기하고 그냥 한마디로 답한다. “회사 살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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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팀 사람들에게 회사의 재무제표는 곧 나의 명함이 된다. 재무제표가 무엇이기에 회계팀 사람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하기도, 움츠려들게 하기도 하는 걸까? 회사가 돈을 많이 버는지, 가지고 있는 돈이 얼마나 있는지, 뭐하는 회사인지, 직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 이 모든 정보는 재무제표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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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바로 손익계산서는 돈을 얼마 벌었고, 얼마를 썼고, 남은 이익은 얼마인가를 보여주는 보고서라는 것. 회사든 개인이든 많이 벌어서 많이 남기는 것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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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회사에서 급여를 받을 때 세금을 먼저 제하고 받는다. 세전 금액, 세후 금액이라는 용어가 여기서 나왔다. 세금은 4대 보험, 소득세가 있다. 4대 보험은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을 말하고, 소득세는 소득 구간에 따라 달라지는 세금을 말한다. 직장인에게 4대 보험과 소득세는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 아니다. 급여 소득자라면 필수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인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알아보면 4대 보험에도 순기능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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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선임 덕분에 순식간에 이론을 얻었다. 어쩌면 실무를 잘 하는 것과 이론을 많이 아는 것은 다른 분야다. 이론을 잘 몰라도 실무감이 좋을 수 있고, 실무는 잘 몰라도 이론이 풍부한 사람이 있다. 하지만 실무가 이론을 만나면 업무 능력치가 쑥쑥 올라가는 것은 확실하니, 일을 하면서도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 이런 조언을 해주는 선임을 만나 참 다행이다.
--- p.99
회사를 분석하기에 재무비율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회사의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재무제표지만, 이 역시도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 있어서 다각도에서 살필 줄 아는 시야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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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어려운 함수도 좋지만, 회계에서 자주 쓰는 유용한 함수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다. 하지만 당시 회계사가 사용한 엑셀은 우리가 쓰는 일반적인 함수가 아니었다. 그때 나는 SUM, VLOOKUP 정도만 사용할 수 있었기에 회계사가 얼마나 대단해 보였겠는가. 그 일을 계기로 엑셀의 세계가 넓다는 것을 제대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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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어제 산 물건의 카드영수증을 확인해 보자. 판매자 사업자등록번호, 판매자 상호, 판매일자, 공급가액, 부가세가 표기되어 있다. 카드영수증도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주는 또 하나의 세금계산서다. 그러니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상에 대입해서 기억해두면 좋겠다.
--- p.133
회계상 남긴 이익과 현금의 차이는, 실제로 돈이 오고 갔느냐의 차이였다. 세무도 비슷한 맥락이다. 실현된 이익인지, 희망하는 이익인지 차이를 생각하면 된다.
--- p.135)
내가 지금 내고 있는 세금의 종류와, 세율, 금액을 표로 정리해 보자. 이렇게 정리를 해두면 지출을 미리 예상함으로써 가계 생활비 운용을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
--- p.155
회사에서 가장 음지에서 일하는 팀을 꼽으라면 회계팀이 아닐까. 나는 개인적으로 회계팀이 존재감이 없는 회사가 잘 운영되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대체로 회계팀이 빛을 발휘하는 상황은 회사가 위기에 빠졌을 때니까. 하지만 존재감을 능력과 비례해서 생각하는 회사를 보면 참 서글픈 생각이 든다.
--- p.204
회계팀의 시계는 새해가 지나고 3월까지, 여전히 작년에서 똑딱거리고 있다. 그런 우리에게 생긴 직업병은 바로, 시간 개념이 없어진다는 것. 작년과 올해를 넘나들며 일을 하다 보면 머릿속은 혼돈의 카오스가 된다. 직업병에서 오는 착오는 일상생활까지 혼란스럽게 한다.
--- p.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