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너 뮐러(Heiner Muller, 1929∼1995)는 구동독 출신이지만 동독에서보다는 서구 연극계에서 더욱 주목받은 특이한 극작가에 속한다. 생애를 살펴볼 때, 그가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한 1950년대 이후 사망할 때까지 그의 도정은 비난과 오해, 그리고 찬사가 한꺼번에 뒤섞인 모순의 과정이었다. 동독 문화 정책과 일으킨 마찰로 인한 출판, 공연 금지라는 역경에서부터 통독 이후 이미 저명인사가 된 그에게 가해진 ‘슈타지 가담’ 전력에 대한 비난에 이르기까지 그는 계속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양 독일에서는 그의 문학을 중요하게 평하는 글들이 쏟아져 나왔고, 1990년에는 프랑크푸르트 연극제 ‘엑스페리멘타 6’ (1990. 5. 19∼6. 4)가 그에게 바쳐졌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 같은 현상은 이 작가에 대한 명확한 평가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긴 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독일 문단에서 그가 차지하는 특수한 위치를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민영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독문학박사)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에서 현대독일문학을 수학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교수다. 2002년부터 여러 연극인들과 희곡낭독공연회를 결성해 번역과 낭독 공연을 통해 여러 나라의 동시대 희곡을 소개하고 있다. 저서로 ≪카바레. 자유와 웃음의 공연예술≫, ≪하이너 뮐러 극작론≫, ≪하이너 뮐러의 연극세계≫(공저), ≪하이너 뮐러 연구≫(공저) 등이 있고 번역한 책으로 ≪뮐러 산문선≫, ≪하이너 뮐러 평전≫, 카를 발렌틴 선집 ≪변두리 극장≫, 탕크레트 도르스트의 ≪검은 윤곽≫,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욕망≫, 욘 포세 희곡집 ≪가을날의 꿈≫, 욘 포세의 ≪이름/기타맨≫, 우르스 비드머의 ≪정상의 개들≫, 볼프강 바우어의 ≪찬란한 오후≫, 독일어 번역인 정진규 시선집 ≪Tanz der Worte(말씀의 춤)≫ 등이 있다. 그 밖에 「독일어권 카바레 연구 1, 2」, 「전략적 표현 기법으로서의 추」, 「예술로서의 대중오락―카를 발렌틴의 희극성」, 「하이너 뮐러의 산문」, 「한국 무대의 하이너 뮐러」, 「Zur Rezeption der DDR-Literatur in Sudkorea」 등 많은 논문을 썼다. 주요 드라마투르기 작품으로 손정우가 연출한 「그림쓰기」, 백은아가 연출한 「찬란한 오후」, 「보이첵―마리를 죽인 남자」, 송선호가 연출한 「가을날의 꿈」, 홀거 테슈케가 연출한 「서푼짜리 오페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