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에서 발생한 허버트 와인스타인Herbert Weinstein과 바버라 와인스타인Barbara Weinstein 부부 사건은 분명 계획된 모살이 아닌 충동 살인이었다. 1991년 1월, 두 사람이 살던 뉴욕 이스트사이드에 있는 호화 아파트 옆의 인도에서 바버라가 죽은 채 발견됐다. …… 부검이 실시되자 곧 경찰이 의심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바버라는 목이 졸려 사망한 뒤 아파트 20층 창밖으로 내던져진 것이었다. 허버트는 이내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자백했다.18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 시체를 창밖으로 내던지는 행위는 굉장히 드물다. 그런데 이 사건에는 특이한 점이 또 하나 있다. 가해자의 나이와 범죄의 “의외성” 때문인지, 변호인단의 권고로 허버트 와인스타인은 뇌 PET 스캔(양전자 방사 단층 촬영)을 받았다. 그 결과, 좌뇌 전두엽과 측두엽에 낭종이 생긴 것이 확인되었다. 나중에 신경과학과 연계해서 이러한 이상 병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할 텐데, 일단은 지금 언급한 부위의 이상이 뇌 기능의 손상을 가져왔을 수 있다는 점만 밝히고 넘어가겠다. (옳고 그름을 분간 못하는) 법적 정신이상까지는 아니지만 화가 나면 정상적 사고를 하지 못하고 자제력을 잃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아마 이 부분의 뇌 이상이 성질을 격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 사건은 1991년 당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극단적인 부부 갈등이 빚어낸 노먼 해럴 살인 사건』 중에서
아내 살해 사건들을 조사하면서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남자들이 심지어 유죄 판결을 받은 뒤에도 범행을 결코 인정하지 않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고사로 위장하기 위해 범행 현장에서 시신의 위치를 조작하거나 청부업자를 고용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수법은 “계획 살인자들”(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배우자 살인을 저지른 남편들)에게서는 관례인 것으로 보인다.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해한 남편들은 범행 고백을 잘 하는 편이지만(10건 중 7건), “계획 살인자들”은 5명 중 1명만이 범행을 자백했다. 이러한 점들이 아내 살해범들을 더욱 흉악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보통사람들은 사이코패스처럼 침착하고 수월하게 거짓말을 늘어놓지 못한다. 보통사람들은 속으로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들을 죽이거나 해치는 상상을 가끔 해 볼지라도 적절한 통제력을 발휘해 이러한 상상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그러면 그런 나쁜 생각들은 점차 사그라진다. ---『아내 계획 살인범들의 심리와 범죄 부정』 중에서
아치볼드 맥캐퍼티는, 사회가 악인으로 규정하고 “다시는 풀어 주면 안 될” 사람으로 낙인찍은 범죄자도 결국 갱생과 구원이 가능하다는 것을 내게 보여주었다. 아치의 인생에는 수많은 어두움이 존재했지만,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발견도 있었다. 아만다와 함께한 시기를 보면, 아치에게도 애정을 바탕으로 한 관계를 장기적으로 지속시킬 능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짧지만 아들 크레이그와 함께한 기간을 보면, 성실하고 다정한 아빠가 될 능력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아들이 죽고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그리고 그 일이 있기 전에도 그는 자신이 정신과 상담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유죄 판결을 받고 나서는, 판사에게 사형 선고를 요청할 정도로 죄의식을 느꼈다. 나는 몇 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의 솔직함과 정직함, 자아성찰 능력에 새삼 감탄했다. 아치는 알코올중독자 모임에서 사용하는 ‘평온을 비는 기도’를 따서, 나름대로 평소에 도움이 될 만한 기도문을 만들었다. “제가 바꿀 수 없는 일들을 받아들이는 평온함과 제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꾸는 용기, 그리고 그 둘을 구분할 지혜를 주시옵소서.” 이것은 “반사회적 인격”을 가졌으나, 인생의 중년에 들어서면서 갱생의 기미를 보이고 성실한 시민으로 살아갈 능력을 가진 ‘일부’ 범죄자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자질이다. 또한 사이코패스에게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자질이기도 하다. ---『연속 살인 : 맥캐퍼티의 회개와 끝까지 사이코패스로 남은 맨슨』 중에서
스물세 살에 다시 결혼한 도로시는 이제 거짓말과 자기 포장에 능한 사이코패스, 즉 일류의 사기꾼이 되어 있었다. 얼마 후 새크라멘토에 국가 보조금을 받는 노인들을 위한 하숙집을 차렸는데, 그 보조금 대부분이 쥐도 새도 모르게 도로시의 은행 계좌로 들어갔다. 그 사기술이 잠시 안 먹히는 바람에, 하숙인들 열댓 명의 돈을 갈취한 죄로 캘리포니아주립교도소에서 3년형을 살기도 했다. 도로시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혐의도 제기됐으나, 증거가 없어서 그냥 넘어갔다. 도로시의 파멸은 도로시가 60세가 된 1988년, 한 사회 복지사의 신고가 계기가 되어 찾아왔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을 도로시 푸엔테의 집에 맡겼는데, 노인이 자취를 감추자 걱정이 된 사회 복지사가 당국에 신고를 한 것이었다. 단서를 추적해 도로시의 하숙집 주변을 조사하던 경찰이 뒤뜰에서 사람의 다리 한 쪽을 발견했고, 이어서 시체 일곱 구의 잔해를 찾아냈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다른 하숙생 25명도 실종됐음이 드러났다. 결국 도로시가 안정제 과다 투여로 25명을 전부 살해하고 그들이 받아야 할 국가 보조금을 챙겨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단독으로 연쇄살인을 저지른 여성』 중에서
오리건주에서 열 명이 넘는 여자를 살해한 연쇄살인범 제리 브루도스Jerry Brudos는, 다섯 살 무렵부터 엄마의 구두를 신는 것을 좋아했다.50 엄격하고 청교도적이었던 어머니는 당장 구두를 빼앗아 던져 버렸고, 어디서 그런 “요상한” 짓을 배웠냐며 아들에게 창피를 주었다.51 어머니가 어린 시절의 가벼운 실험을 가지고 이렇게 큰 호들갑을 떠는 바람에, 여자 옷에 집착하는 패턴이 형성됐고 그 패턴은 영구히 고착되었다. 10대에 접어들자 제리는 여자 구두와 속옷을 수집해 자기 방에 숨겨 두고는, 그것을 만지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고 성적 희열을 느꼈다. 그러다가 열일곱 살 때 제리는 보이지 않는 선을 넘고 말았다. 폭력적으로 돌변해, 자기 또래 여자애를 칼로 위협해 옷을 벗게 한 것이다. 그 일로 붙잡혔을 때 제리는 정신 감정을 받았다. 정신 감정의 결론은, 제리가 어머니를 향한 분노를 품고 있으며 그 증오가 여성 전체에 대한 복수 욕구를 불러왔다는 것이었다. 20대 후반에는 범행 양상이 성적 연쇄살인으로 발전해 주로 여자를 살해한 다음 시체를 훼손했고, 시체를 강간한 것은 물론 가슴을 잘라내 모형을 떠 문진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제리 브루도스는 사이코패스여서, 타인의 감정에 냉담했고 양심을 가책도 느끼지 않았다. 그것을 전부 어머니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어렸을 때 엄마 구두를 신었다가 엄마에게 수치스러운 훈계를 들은 소년들이 자라서 전부 브루도스처럼 끔찍한 강간 살인 행각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브루도스가 유전적으로 불리한 카드를 가지고 태어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양심의 부재에 대해서는, 다음의 일화가 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브루도스가 연쇄살인으로 징역형을 살고 있을 때, 한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제리, 이곳에 들어온 지도 꽤 됐으니 인생을 돌아볼 시간이 있었을 텐데, 자신이 죽인 여자들에게 이제 좀 다른 감정이 들지는 않습니까?” 그러자 브루도스는 종이를 구깃구깃 공처럼 말더니 바닥에 툭 던지고 이렇게 대답했다. “나한테는 그 여자들이나 저 종이나 똑같소.”
---『부모가 주는 인격 모독 : 제럴드 가예고와 제리 브루도스의 경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