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벼의 경작을 통해 풍경을 만들어낸다. 수경 벼농사는 산과 평야에서 물리적 제약이 아니라 문명을 형성한다. 문명의 경제적 조건을 논할 때, 종종 무시되기는 하지만 찬탄할 만한 기술능력에 대해서는 산에서의 수경 벼농사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이 없다.” ---p.27
“‘먹는다’라는 단어는 베트남어, 일본어, 산탈리어, 라오어, 시암어 그리고 다른 언어에서 ‘쌀을 먹는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아침쌀, 점심쌀, 저녁쌀은 일본 규슈 지방에서 세 끼의 식사를 가리킨다. ‘논사람’이라 불리는 캄보디아 농부는 벼, 껍질 벗긴 쌀, 빻은 쌀, 끓인 쌀, 구운 쌀을 지칭하는 특별한 단어를 사용한다. 쌀은 신의 은총을 받은 초자연적 힘이다." ---p.50
“이전까지 행복한 농부를 언급한 연구를 본 적이 있는가? 중국이나 인도 농부, 랑그도크나 보베 농부, 성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의 도나투스파 교도, 로마 영토의 노예, 11세기의 농노, 위대한 러시아의 농부, 피라미드 건축의 인부나 이집트 비잔틴의 농부, 사하라 사막 오아시스의 농부 혹은 미국 대농장의 노예 등 모든 농부의 모습은 언제나 견디기 힘들다. 우리는 이 오래된 불행을 애석해하면서 싼값에 양심의 위안을 얻는다. 우리는 우리 시대의 이념, 관례, 편견을 과거의 사실에 적용시키는 시대착오의 한복판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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