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인터뷰어일수록 단답형이 아니라 독특하고 개성 있는 답변을 유도하는 질문을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이러한 인터뷰 방식은 특히 아이와 대화할 때 효과적이다. 예컨대, “저기 있는 게 우체통이지?”라고 묻는다면, 아이가 대답할 말은 뻔하다. “네.”라고 하거나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답은 질문 속에 이미 들어 있으므로 아이는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저기 있는 빨간색 통 보여? 저게 뭘까?”, 혹은 “저기 빨간색 통모양 참 재미있지? 그런데 왜 저기 있는 걸까?”라고 묻는다면 아이의 대답은 확실히 길고 구체적으로 나올 것이다. 따라서 아이에게 질문을 할 때는 ‘무엇이’, ‘언제’, ‘어디에서’, ‘왜’, ‘어떻게 생각한다’라는 것 정도는 스스로 대답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아이의 사고력과 표현력을 향상시켜줄 것이다.
--- p.55~56
사실 그전까지만 해도 아이는 부모나 형제가 하는 말을 기계적으로 흉내 내는 것으로 의사소통을 해왔다. 잘못 말하는 경우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서너 살 무렵부터 두뇌가 발달하면서 아이는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게 되고, 자연히 말실수도 많아지는 것이다. 아이가 가르치지 않은 말을 하거나, 잘못된 표현을 많이 하는 것은 아이 스스로 생각해서 말하게 되었다는 증거인 셈이다. 그러니 아이가 바른 말을 하지 않는다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아이의 두뇌발달이 시작되었다는 것으로 기쁘게 받아들여야 한다. 오히려 이 시기가 되어도 틀린 말을 하지 않는 경우를 걱정해야 한다. 그것은 아이가 아직 모방의 시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p.86~87
부모들은 아이를 낳은 그 순간부터 소위 ‘염려증’이라는 것이 생긴다. 그런데 그 증상이 도를 넘어서면 아이의 주변에서 위험한 것이나 불필요한 것들은 죄다 제거하려고 든다. 말끝마다 아이에게, “이건 절대 해서는 안 돼!”, “저기를 가서는 절대 안 돼!”라는 식의 금지어를 주로 사용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는 아이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차단하는 일이자, 아이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호기심의 싹이 미처 트기도 전에 잘라버리는 것이다.
--- p.124
우리는 대체로 아이들과 말할 때 유아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것은 아이의 지적 수준을 끌어내리는 행동이다. 게다가 아이가 시시한 질문이나 터무니없는 질문을 던졌을 때, 진지하게 대응하기보다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리거나 괜히 엉뚱한 대답으로 아이를 놀리는 것도 역시 좋은 태도가 아니다.
--- p.131~132
아이의 사고력을 키우려면 가능한 한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생활공간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아이가 고독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고독의 시간은 아이의 집중력을 키우고 아이 스스로 사고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 성인들도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집중해야 할 때는 혼자 있고 싶어 한다. 하물며 주변의 모든 사물에 흥미와 관심의 촉수를 내밀고 있는 아이들로서는 그런 시간과 공간이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 p.165~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