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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여 잘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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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54쪽 | 502g | 128*188*30mm
ISBN13 9788932911991
ISBN10 8932911991

업체 공지사항

BOOKST : BOOK station
"BOOKST" 열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기장인 저는 책에 "진심입니다" "종착역" 까지 편하게 모시겠습니다. 불편사항 있으시면 편하게 문의주세요. The next station is the ‘BOOKST’ entrance.
2024년 가을도 화이팅!
여름 간 책을 읽어주셨던, 구매자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름이 지나, 벌써 가을이 다가왔어요.! 정리하기 좋은 시기인 만큼, 겸사겸사 책장 정리도 해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많이 있으나, 손상 없는 상품
  •  판매자 :   무인상점   평점5점
  •  특이사항 : 상태 중급 책머리,배 색바램 심함 변색 및 자국 외 내지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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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휴가를 가 있던 동안 모든 일이 더 잘 돌아간 듯했다. 공격이 곧 다시 시작된다는 얘기가 들렸다. 우리가 소속된 사단은 강 위쪽 어느 장소를 공격할 예정이었는데, 공격하는 동안 내가 앰뷸런스 진지들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소령은 말했다. 공격은 비좁은 협곡 위의 강을 건너서 언덕 쪽으로 전개될 것이었다. 앰뷸런스들을 준비할 위치로 가능한 한 강 가까운 쪽을 선택하고 차량들을 위장해 놓아야 했다. 실제로 그 지점들을 선택하는 건 보병들이지만 그래도 우리 의무대가 선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긴 하다. 그것으로 의무대는 실제로 참전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먼지를 많이 뒤집어쓰고 지저분해진 터라 난 2층 방으로 씻으러 올라갔다. 리날디는 휴고의 영문법 책을 든 채 침대에 앉아 있었다. 옷을 잘 차려입고 검은 장화를 신은 그의 머리카락이 반짝거렸다.
「잘 왔어.」 그가 나를 보자 말했다. 「같이 미스 바클리를 만나러 가자고.」
「싫어.」
「가세. 제발 같이 가서 내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주도록 좀 도와줘.」
「알았네. 씻을 테니 좀 기다려.」---pp.28~29

나는 빌라 현관홀에 앉아 캐서린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누군가 통로를 걸어 내려왔다. 나는 일어섰다. 하지만 그 사람은 캐서린이 아니라 미스 퍼거슨이었다.
「안녕.」 그녀가 말했다. 「캐서린이 오늘 저녁엔 당신을 만나지 못한다며 미안하다고 전해 달래요.」
「유감이군요. 아픈 게 아니길 바랍니다.」
「몸이 아주 안 좋아요.」
「내가 안타까워하더라고 전해 주시겠어요?」
「네, 그러죠.」
「내일 다시 와서 만나려는데, 괜찮을까요?」
「예, 괜찮아요.」
「정말 고맙습니다.」 내가 말했다. 「좋은 밤 보내요.」
문밖으로 나오자 갑자기 외로움과 허전함이 느껴졌다. 나는 캐서린과의 만남을 아주 가볍게 생각했고 술을 마시다가 약속을 잊어버릴 뻔하기까지 했지만, 막상 그녀를 만나지 못하자 외로움과 허전함이 밀려왔다.---p.61

나는 집어 든 치즈의 끝 부분을 먹고서 와인을 한 모금 했다. 다른 소음들 속에서 털털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 추-추-추-추 하는 소리가 났다. 그러다가 용광로 문을 활짝 열었을 때처럼 섬광이 번쩍거렸다. 처음에는 백색으로 시작되었으나 빠르게 다가오는 바람 속에서 점점 붉은색으로 바뀌어 갔다. 숨을 쉬려 했으나 쉬어지지 않았다. 몸이 나 자신으로부터 계속해서 바깥으로, 바깥으로,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바람 속에 떠 있는 것 같았다. 몸 전체가 순식간에 밖으로 날려 갔다.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다가, 방금 죽었다고 생각한 것이 착각인가 싶었다. 이어 허공에 떴다가 뭔가 느낄 새도 없이 떨어졌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의식을 찾았다. 땅이 온통 파여 있었고 머리 앞에는 조각난 나무 기둥이 널브러져 있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중에도 누군가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움직이려 했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강 건너편에서, 또 강둑에서 격렬하게 발사되는 소총과 기관총 소리가 들렸다. 커다랗게 물 튀기는 소리가 나더니 조명탄이 하늘로 올라가 터져 하얗게 떠도는 것이 보였고, 이어 로켓탄과 포탄이 발사되는 소리도 들렸다. 모든 것이 한순간의 일이었다.---pp.78~79

「서로 사랑하는 부부는 내 친구가 되지 못해.」
「어째서?」
「그들은 나를 싫어하니까.」
「왜?」
「나는 뱀이거든. 이성의 뱀.」
「착각하는군. 사과가 이성일세.」
「아니, 뱀이야.」 그는 쾌활해져 있었다.
「난 자네가 그런 심오한 생각을 내버릴 때가 더 좋아.」 내가 말했다.
「베이비, 난 자네를 좋아해. 내가 이탈리아의 위대한 사상가로 바뀌는 순간, 자네는 내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버린단 말이야. 하지만 난 입으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많이 알고 있지. 자네보다 아는 게 많다는 얘기야.」
「그래그래.」
「하지만 자네의 인생이 더 재미있긴 할 거야. 후회를 하면서도 자네는 더 멋진 시간을 보내게 될 거라고.」
「그렇게 생각 안 해.」
「아니, 내 말은 진실이야. 난 이제 일할 때만 행복해.」그는 다시 마룻바닥을 내려다보았다. (……)
「다른 것들도 얻게 될 걸세.」
「천만에. 우리는 결코 다른 가능성을 얻지 못해. 우리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태어날 때 이미 가지고 태어나. 결코 그 이상을 배우지 못해. 새로운 것을 익히지 못하거든. 우리 모두는 완제품으로 출발하는 거지. 자네는 라틴인으로 태어나지 않은 걸 고마워해야 돼.」---pp.226~227

「이기고 있는 싸움을 그만두는 사람은 없어요.」
「나를 낙담시키는 말이군요.」
「내 생각을 그대로 말했을 뿐입니다.」 (……)
「당신은 나를 낙담시키는군요. 나는 뭔가 획기적인 일이 일어날 거라고 믿으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게 아주 가까이 왔다? 느껴요.」
「그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죠.」 나는 대답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우리에게만 생길 거예요. 상대방도 우리처럼 느낀다면 좋겠지만, 그들은 이겼으니까 다른 생각일 겁니다. (……)
「나는 지금껏 무엇인가를 기대해 왔습니다.」
「패전을?」
「아니, 그 이상의 것을.」
「그 이상의 것은 없습니다. 승리 외에는. 어쩌면 그게 더 나쁜 것일지도 모르지만요.」---pp.237~238

아기는 아예 숨을 쉬지 않았어. 살아 있지 않았던 거야. 캐서린의 배 속에서는 숨을 쉬었지. 아기가 캐서린의 배를 툭툭 차는 건 내가 종종 만져 봤으니까. 하지만 최근 일주일 동안은 그런 발길질이 없었어. 어쩌면 그동안 내내 질식한 채 죽어 있었는지도 몰라. 가엾은 것. 나도, 제기랄, 나도 그렇게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지. 그렇게 죽으면 태어난 이후의 이런 죽음의 고통은 겪지 않아도 되겠지. 이제 캐서린은 죽을 것 같아. 사람은 누구나 죽어. 죽는다고.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죽어 가지. 결코 그 의미를 깨우칠 시간의 여유도 없이. 인간은 이 세상에 내던져진 다음 세상의 규칙을 일방적으로 통지받는 거야. 그리고 그 규칙의 베이스에서 떨어지자마자 세상은 그 사람을 죽여 버리지. 아니면 아이모처럼 어이없게 죽여 버리거나. 또는 리날디처럼 매독에 걸리게 해서 천천히 죽이지. 결국 죽이는 것은 마찬가지야. 그건 확실해. 잠시 유예해 줄 뿐 결국에는 죽여 버리지.
---p.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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