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결혼과 자녀양육을 통해 우리의 진짜 모습을 깨닫게 하신다. 양육을 통해서 우리는 자신의 진짜 생각, 태도, 욕심을 알게 된다. 나도 내가 그런 저급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리 없다고 부정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런 사람이었다. 솔직히 하나님께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진짜 내 모습, 천박한 내 모습을 보게 하실 땐 화도 나고 짜증도 났다. 하나님의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그래서 아직도 갈 길이 먼 진짜 내 모습과 마주한다는 건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면서 내가 겸손히 고백할 수밖에 없었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즉 나는 내 아이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의 자녀들이 고민하는 문제 대부분이 나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돈, 인간관계, 주관이 부족한 것, 세상에 쉽게 현혹되는 것, 미묘한 우상 숭배 등). 이 사실을 인정한 뒤 양육이 조금 바뀌었다. ‘내가 맞고 너는 틀렸다’는 식으로 격노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렇듯 너도 하나님의 은혜가 간절히 필요한 죄인이다.’라는 심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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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을 상실하면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된다. 그러나 영적으로 실명한 사람들은 자신이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른다. 즉 실명한 자신이 모든 것을 밝히 볼 수 있다고 믿는다. 죄의 기만과 자기이해의 망상이 공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우리 자녀들의 마음을 지배한다. 단순히 말을 안 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된 행동이 무엇인지, 그런 행동을 하게 하는 죄의 본질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양육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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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모들이 자신도 모르게 기독교를 일상생활과 분리해서 생각한다. 물론 자녀에게 신앙을 심어주고, 교회에 나가게 하고, 옳은 일을 행하게 하지만 대부분의 에너지를 공부 잘하고, 운동과 음악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데 쏟아붓는다. 이러한 목적 때문에 부모는 자녀의 모든 행동을 통제하려 한다. 결과적으로 자녀의 마음과 그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자녀의 마음을 보여주셨지만 자녀를 깨달음과 고백, 그리고 회개에 이르게 하는 도구로 사용되지 못한다.
--- p.204
앞으로 당신의 자녀에게 꽤 그럴 듯해 보이는 세상의 많은 세계관이 쏟아진다는 사실을 생각하라. 그들은 계속해서 자기 정체성과 삶의 목적에 대한 다른 시각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하나님을 믿지 않고 신앙인을 비웃는 자들로부터 도전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자녀에게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규칙만 가르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자녀들이 분명하게 하나님 중심적인 관점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 p.240
자녀양육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당신의 약점을 노출시키고 신앙을 흔들 수도 있다. 당신이 자녀에게 한 말과 행동 때문에 괴로운 날들도 많을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 기울여온 노력들이 도움은커녕 헛된 일처럼 느껴지는 날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복음의 기쁜 소식은 당신의 그런 어려움들을 감출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실제의 당신보다 훨씬 잘하는 것처럼 포장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러 달려와 엉엉 울어도 된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그런 당신을 결코 거절하지 않으실 뿐 아니라 당신의 울부짖음을 더 가까이에서 듣겠다고 말씀하신다. “여호와는 마음이 상한 자를 가까이하시고 충심으로 통회하는 자를 구원하시는도다”(시 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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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자녀가 어떤 것을 믿게 하고, 사랑하게 하고, 굴복하게 하고, 존경하게 하고, 고백하게 하고, 용서하게 하고, 섬기게 하고, 진리를 말하게 하고, 순전한 마음을 갖게 하고, 하나님을 예배하게 만들 수 없다. 오직 하나님만 그 일을 하실 수 있다. 따라서 하나님은 당신이 할 수 없는 그 일들을 하라고 당신을 부르신 게 아니다. 그저 당신이 신실하기를, 날마다 자녀들에게 선을 행하기를 원하신다.
--- p.250
우리에겐 안식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그저 파송을 받았을 뿐, 보내신 이가 사람과 장소를 결정하셨다. 우리는 그저 보냄을 받았을 뿐, 보내신 이가 필요한 짐을 가지고 우리에게 오셨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감당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당신에게 너무 벅찬 일이라는 생각과 싸우라. 당신이 혼자라는 감정과 싸우라. 그분의 함께하심과 권능을 묵상하고 기뻐하라. 그리고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당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라.
--- p.251
자녀들의 어리석음과 미성숙함, 반항심과 실패 앞에서 인자한 미소를 짓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부모인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실패를 보실 때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 상상해보는 것이다. 아마도 하나님은 우리에게 저주의 눈빛을 보내는 대신 자비의 웃음을 지어보이실 것이다. 그분의 자비가 우리의 희망이다. 우리 자녀들에게도 그런 자비를 베풀 수 있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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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기도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기억하고, 둘째, 우리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셋째, 하나님의 계획에 우리의 삶을 온전히 맡기는 일이 기도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양육에서 “이만하면 충분히 기도했지.”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 더 많이 기도할수록, 당신의 한계를 인정할수록, 하나님의 권능에 더 많이 의지할수록 당신이 자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자녀의 삶에서 오직 하나님만 하실 수 있는 역사가 일어날 것이다.
--- p.270
하나님은 당신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요구하시지 않는다.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을 기꺼이 감당하신다. 또한 그분의 임재와 능력, 지혜와 은혜로 당신을 축복하신다. 뿐만 아니라 당신을 신실하게 양육하신다. 그 신실함 때문에 당신도 당신의 자녀를 신실하게 양육할 수 있다. 당신이 자녀를 양육하는 모든 순간에 지혜가 풍성하신 하나님 아버지께서 당신과 함께 사역하신다. 당신은 가장 중요한 사역을 맡았고,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하는 축복을 받았다. 따라서 당신이 양육에 임하는 매일은 우주를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 즉 은혜에 물드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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