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한 구절]

“여, 여, 여기 단팥죽은 왜, 두, 두, 두 그릇씩 나오는지 알아? 모르지? 옛날 옛적 상급 조루리 스승님이 연 가게인데, 한 그릇을 가득 담기보다 두 그릇으로 나눠 담으면 양이 더 많아 보이잖아, 머리도 좋지.”
- 부부단팥죽 中

그러면 이 주인공은 한 줄기 희망도 없이 오로지 경멸당하기 위해 태어난 인간이었는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았다. 오위는 오륙 년 전부터 ‘참마죽’이라는 음식에 유별난 집착을 품고 있었다.
- 참마죽 中

“갯장어 껍질 초무침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라예. 도쿄에는 그게 없다 카네예.”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리며, 후미의 마음은 이래저래 싱숭생숭했다.
“잘게 썬 갯장어 껍질을 초간장에 하룻밤 담가가 따신 밥에 얹어 무면 에법 맛나재이.”
- 갯장어 껍질 中

“젊을 때부터 이곳의 추어탕이 왠지 모르게 좋았어. 신체와 정신을 쓰는 일이라, 하루 종일 보양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가 없지. 가세가 기울어 이 뒷골목에 살기 시작한 지 벌써 이십 년 정도 되었는데, 홀아비 생활이 쓸쓸하거나 괴로울 때, 버들잎에 지느러미가 달린 듯한 이 조그만 물고기는, 묘하게도 내게 음식 이상의 친밀감을 느끼게 해 주었어.”
- 집유령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