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상에 일일이 섬세하게 손 내미는 행정, 응답하는 행정은 그런 엄마 리더십, 배려와 돌봄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옛날 어머니들처럼 자신을 희생하고 가족과 자녀들에게 자신의 삶을 모 두 던지는 그런 엄마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며 자신도 성장하는 엄 마, 자녀들과 함께 성숙해지는 엄마 그리고 자녀들과 자신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응답하는 엄마다. 엄마는 소통의 달인이다. 소통이 잘 되어야 제대로 응답할 수 있다.
나는 제때 잘 응답하는 엄마가 아니었다. 계획한 것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하나뿐인 아들의 목소리를 많이 놓쳤다. 나는 실패한 엄마가 될 뻔했다. 아들과 힘든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 괜찮은 엄마가 아니었다는 것을 받아들였을 때 피눈물이 났다. 수없이 넘어지고 비틀거리며 아이와 함께 성장했다. 엄마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엄마로 성장하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며 나는 엄마 리더십이 응답의 리더십인 동시에 배려의 리더십이며 돌봄의 리더십이라는 본질을 이해할 수 있었다.
--- p.24
DJ가 대통령 후보 시절 특종을 한 번 더 했다. 당시 전두환·노태우 사면 공약 여부가 세간의 화제였다. 단독 인터뷰를 하고 싶었는데 시사주간지에서 기회를 얻기가 어려웠다. 일정을 봤더니 6·25를 맞아 전쟁기념관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다. 미리 도착해 기념관 모퉁이에 서 있다가 인사를 했다. DJ가 나를 발견하고는 “어! 조 기자 여긴 웬일이야” 하기에 “제가 인터뷰하고 싶은데 7개 사항을 질문드릴 테니 대답하고 싶은 것만 답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일산 집으로 오라고 말했다.
DJ의 일산 자택은 그때 처음 가봤다. DJ도 전·노 사면을 공약으로 내걸고 싶은데 여론 동향이 궁금하던 차에 마침 내가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기사는 바로 경향신문 1면 사이드 톱기사로 나갔다. 그때 경향신문이나 다른 중앙일간지에 DJ와 가까운 기자들이 수두룩했지만, 마이너리티에 아웃사이더인 내가 아웃복싱으로 옆에서 훅 치고 들어간 것이 깜짝 특종이 된 것이다. 마이너리티, 아웃사이더는 스스로 길을 낸다. 다른 출입기자들도 DJ가 전쟁기념관에 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단, 거기서 뭘 할 수 있을지 길을 찾아내는 것은 자기 몫이다. 스스로 쇄빙선이 되어 빙하를 뚫고 나갔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정면 돌파도 좋고, 우회 전략도 좋다. 길이 없으면 길을 내는 것. 이것이 마이너리티 정신, 아웃사이더의 힘이다.
--- p.65~66
지금까지 1인가구에 필요한 지원을 해주고 싶어도 1인가구를 포괄해 예산을 활용할 수 있는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었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법을 최대한 현실에 가깝게 끌어내기 위해 2018년 12월 ‘서초구 1인 가구 지원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첫 단추를 끼웠다.
연령대, 성별로 나눠 세심하고 촘촘한 정책 지원을 하기 위해 2019년 3월, ‘1인가구 지원센터’의 문을 열었다. 전국에서 처음 생긴 시설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안락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1인가구 정책을 뭐라고 이름 붙일지 고심했다. ‘치매노인 주간 보호센터’라는 간판 때문에 정작 그 시설을 필요로 하는 어르신들이 방문을 꺼린다는 말을 들은 터라, 1인가구 지원 정책은 1인가구 시민들이 불편하게 느끼지 않도록 이름을 정해야 했다. 그렇게 머리를 맞대서 나온 이름이 ‘싱글싱글 프로젝트’다. 싱글 라이프를 지원하고 모두 싱글싱글 웃으며 살자는 염원을 담아 지었다.
--- p.72
서울시의 청년세대 부동산 정책은 진단과 처방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청년들은 “평생 내 집을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할 것 같다”는 상대적 박탈감에 고통스러워한다. 기존 정책에 대한 발전적인 패러다임 전환으로 나는 무주택 청년신혼부부가 초기에 분양가의 20~30%를 선납하는 방식으로 주택 지분을 매입하고 나머지는 모기지론(저리 융자)을 활용해서 30년 장기 상환하는 ‘청년내집정책’을 제안한다. 물론 ‘청년내집주택’도 택지 개발과 건설 전 과정에서 공공성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역세권 청년 주택처럼 조성 당시 공공임대 분량으로 20%를 공급하고 나머지 80%를 시장 가격의 70~80% 선에서 책정하자는 것이다. 단, 기존의 역세권 청년 주택이나 지분적립형 주택이 임대 혹은 지분만큼만 소유권 이전을 하도록 한 것과 달리 ‘내 집’이라는 개념을 분명히 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 p.102~103
시민들을 행복하게 만든 정책은 보상받는다. 서리풀 원두막은 2017년 서울창의상 혁신시책부문 우수상, 서울시자치구 행정우수사례 우수상, 2018년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유럽 최고의 친환경상인 그린애플어워즈를 2017~2018년 연이어 수상했다.
기후변화 시대에 맞는 ‘녹색 도시 행정’ 사례로 소개되어 세련되고 참신한 거리의 가구로 국제 사회에서 평가받은 것이다. 좀 멋쩍은 얘기지만 상을 받으면 기쁘다. 아카데미상을 3번, 골든글로브상을 8번이나 받은 명배우 메릴 스트립도 상을 받을 때마다 매우 기쁘다고 했는데 나도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메릴 스트립과 다른 점은 그가 허구를 최고로 표현해 상을 받은 것과 달리 나는 현실을 변화시켜서 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시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선한 결과에 대한 평가라서 더욱 기뻤다.
--- p.137~139
서울 시민 42%가 사는 일반 주택가에 생활의 오아시스가 샘솟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전국 최초로 ‘일반 주택 지역 관리사무소’를 만들었다. 누구나 쉽게 기억하고 찾아올 수 있도록 이름도 지었다. ‘반딧불센터’다. 어두운 곳에서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빛을 내는 반딧불이처럼 막막한 생활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던지는 곳을 만들고자 했다.
반딧불센터는 2015년 방배3동에 문을 열어, 동네 분들에게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한다. 마을의 공동 문제를 토론할 소통 공간으로 인기가 좋다. 무인택배함을 설치해 연중무휴로 택배를 받아준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서비스는 ‘공구은행’이다. 집집마다 다 갖춰 놓기 어려운 크고 작은 공구를 빌려준다. 공동육아 공간을 제공한다. 이곳에서 부모님들은 다른 부모님들과 육아 정보를 공유하고, 어린이들은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 수 있다.
--- p.151
서초구청장으로 임기를 시작하는 자리에서 엄마 리더십을 선언했다.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따뜻하고, 깨끗하고, 원칙 있는 구정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한마디로 엄마 마음 행정이라고 할까요? 엄마는 가족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챙깁니다. 그리고 가족 간에 소통을 이루고 화합을 이룹니다. 그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원칙을 지킵니다.” ‘엄마 마음 행정’이라는 말에 잔잔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나는 엄마 마음을 말할 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무티 리더십을 생각했다.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섬세함과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담대함, 나를 ‘억척이’로 만들었던 실용주의, 네 편 내 편 따지지 않는 포용과 협력을 나는 엄마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 p.173
그런 의미에서 나는 서초구가 임차해서 쓰던 광대역통신망을 자가통신망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단행했다. 자가통신망을 구축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든다. 자가통신망 구축 비용을 당장 가시적인 효과가 드러나는 다른 사업에 쓴다면 큰 인기몰이를 할 수도 있을 터다. 실제로 이전까지 자가통신망이 적극적으로 구축되지 않았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자신의 임기 내에는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없는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여러모로 부담이 있는데도 광대역 자가통신망을 구축하겠다고 결정한 건,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 어떠한 복지 지원보다 더 효능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장 생색은 나지 않더라도 시민들이 얻을 광범한 효용과 미래를 생각하면 공공 영역에서 자가통신망을 반드시 구축해놓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님트(Not In My Term), 곧 자신의 임기 내에는 안 하려고 하는 자세로는 디지털 시대를 준비해나갈 수 없다.
--- p.233~234
출발은 키오스크 교육과 스마트폰 앱 사용 교육이었다. 먼저 전국 최초로 키오스크 교육 프로그램을 어르신 눈높이에 맞게 자체 개발하고, ‘서초톡톡C’를 개발해 특허 등록도 마쳤다. 교육은 완전 실전형! 패스트푸드 주문하기, 음료 주문하기, 영화 티켓 발권하기, 고속버스 티켓 발권하기, 민원서류발급기 이용하기, 은행 ATM 이용 등 생활 속에서 활용도가 높은 분야를 선택하여 진행했다.
--- p.239~240
우선 ‘서초 블록체인 아카데미’를 만들었다. 4차 산업시대를 이끌어갈 실전 인력을 양성하기 위함이다. 추크시를 방문했을 때 “블록체인 분야는 2022년까지 17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되는데,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은 많이 부족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 설명이 기초단체로는 전국 최초로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작이 쉽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블록체인의 역사가 오래지 않은 현실에서, 공신력 있는 교육기관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우리 직원들이 블록체인협회,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을 찾아다니며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자료를 얻기 위해 발로 뛰었다. ‘서울창업허브’와 같은 서울시 관련 사업과 연계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쪽으로 활로를 찾았다. 2019년 6월 17일부터 21일까지 블록체인 입문과정을 처음 진행했다.
--- p.253
서울은 넓은 세계를 향해 무한한 꿈을 꾸고, 담대하게 나아갈 수 있는 신나는 기회의 도시가 되어야 한다. 누구나 ‘서울의 꿈’을 꾸고, 그 꿈을 현실로 이룰 수 있는 도시가 돼야 한다. 일자리가 많은 도시, 청년에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도시, 시원하게 숨통 트이는 도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 여성이 안전하고 행복한 도시, 적어도 내 집 한 채는 갖고 살 수 있는 도시, 도쿄, 싱가포르를 넘어 아시아의 최고 도시로 도약하는 ‘글로벌 플랫폼 도시’, 도로와 철도의 지하화로 25개의 다핵 도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도심 속 숲길 사이로 문화와 예술이 흐르고 첨단기술이 숨 쉬는 아름다운 미래 도시 서울! 그것이 우리가 누려야 할 4차 산업시대의 글로벌 플랫폼 도시 서울이다. 나는 그런 서울을 함께 만들고, 그 멋진 미래를 같이 누리고 싶다.
--- p.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