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65년부터 거창고등하교 교사로 재직했다. 이후 2006년까지 41년간 거창고등학교를 비롯해 같은 재단인 샛별초등학교, 샛별중학교의 교장을 역임했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기관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을 2년간 맡아 학교교육을 혁신하기 위해 노력했다. 저서로는 ‘교육론’ 3부작인 《왜 학교는 불행한가》와 《왜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가》가 있다.
저자 : 이재강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교육정책 분석을 전공하고 충남대 대학원에서 교육사회 및 교육행정으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교육정책 관련 연구를 하며 객원교수로 지내다 귀국해 한국일보에서 주관한 ‘대한민국 혁신포럼 21’ 위원으로 활동했다. 참여정부 정책기획위원회 위원(2004~2006)과 교육혁신위원회 상임위원 및 직업분과 위원장(2003~2005)을 역임했다. 홍익대, 건국대 등에서 교육학을 가르쳐왔다. 저서로는 《현대의 직업윤리》 등이 있다.
역사는 억압이 있는 곳에서 자유를 향해, 불평등한 세상에서 평등한 세상으로, 착취가 있는 곳에서 착취가 없는 세상으로 진보해왔다. 그런데 우리의 학교교육은 해방 후에는 그 목적을 ‘반공’에 두었다가 다시 그 무게중심을 ‘경제 산업 발전의 수단’으로 바꾸어 아동을 점점 더 가열되는 경쟁의 도가니로 일관되게 몰아넣었다. 어찌 아이들뿐이랴. 부모들은 자식의 성공과 출세가 학교 성적에 달렸으니 온갖 희생을 감수하면서 아이들의 성적 경쟁을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는 온 국민을 인간의 존엄성보다 성공과 출세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삶을 살아가는 쪽으로 몰고 갔다. 이는 우리 교육이 국민에게 저지른 죄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정책을 ‘평화를 향해 제도를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하는 일’이라고 정의할 때, 교육 정책은 우리 교육사에서 한 번도 실행된 적이 없다 -본문 37~38쪽
교육개혁은 반드시 ‘교육제도개혁’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개혁의 큰 그림을 그리되 순서를 정해 작은 것에서 시작 해 큰 틀을 완성해 나가야 한다. 다시 말하면 먼저 “학교교육의 목표를 ‘평화’로 바꾸었을 때 거기에 맞는 교육제도는 무엇인가”를 묻고, 다음으로 “그 교육제도는 어떤 순서를 거쳐 달성되어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 본문 108쪽
학교교육의 목적은 ‘평화’이고 그 평화를 향한 단계별 목표는 다음과 같이 수정되어야 한다. 첫째, 초등교육의 목적은 아동들의 재능, 소질, 관심을 발견하는 데 두어야 한다. 아동 본인도 부모도 학교(국가)도 아동들의 재능과 소질과 관심을 발견하여야 한다. 둘째, 중등교육의 목적은 선거에서 투표를 바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두어야 한다. 투표를 바르게 하려면, 정당이나 출마자들이 내거는 정책이 나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판별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길러야 한다. 따라서 중등교육의 목표는 어떤 정책이 나에게 혹은 내가 속한 계층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판별할 수 있는 지적능력을 기르는 일이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정착은 높은 수준의 선거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수준의 선거는 높은 수준의 유권자를 전제조건으로 한다. 셋째, 대학교육은 아동들의 재능과 소질과 관심을 선발하여 최대화시켜주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 - 본문 110∼111쪽
‘평화’를 목적으로 하는 학교교육이 실현되려면, 학교가 국가권력의 통제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개별 국가들이 부국강병을 기치로 ‘성장과 발전’을 국가의 최대 목표로 하는 한, 학교가 국가권력의 중앙집권적 통제로부터 벗어나지 않고서는 학교에서 평화를 위한 교육이 일어날 수 없다. - 본문 112쪽
학교교육의 현장은 바로 교사와 학생이다. 그들이 살아나게 해야 한다. 교사와 학생이 무기력에 빠진 원인은 중앙행정체제의 관료적 운영 때문이다. 교육부가 행정의 중심이 되어 명령하고 훈계하고 통제하고 관리해온 행정. 그래서 정작 학교교육의 중심인 교사와 학생은 변두리가 되어 명령받고 통제되어온 행정. 교육부는 중앙, 학교 현장은 변두리, 교육부는 꼭대기, 교사와 학생은 밑바닥인 현실. 이것이 살아 있어야 할 학교교육의 현장을 무기력에 빠지게 만든 원인이다.
2003년 6월 교육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저자 전성은과 이재강은 불행한 역사를 만드는 우리의 교육정책을 개선하고자 앞장섰던 이들이다. 우리는 교육과정을 정상 운영하고 교사와 학생의 교육적 관계가 형성되는 교육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이 책을 통해 그 시절 우리 혁신위원들을 달뜨게 했던 ‘심도 있는 논의’가 ‘논의’로 그치지 않고 교육 현장에서 현실화되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김민남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정책은 쏟아진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좋은 정책은 드물다. 정책을 뒷받침할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 교육의 문제를 성장 중심의 교육철학에서 찾고, ‘평화를 위한 교육’이라는 뚜렷한 대안을 제시한다. 그래서 그가 제안한 교육부의 독립, 교과서 자유화 등의 교육제도 개혁안은 곱씹어 볼 만하다. ‘절망의 교육질서’를 넘어서 ‘희망의 교육질서’를 상상하고 실현하는 데 통찰을 제시하는 이 책을 교육에 관련된 모든 분들에게 권하지 않을 수 없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