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의 시인이다. 나는 젊은 시절 북해 바다의 도도한 슬픔을 노래했으며, 여름날 조용히 흐르는 실개천의 마력을 노래했다. 나는 내 고향의 꿈처럼 고요한 호수 앞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남쪽 하늘 아래서 조약돌들의 나직하게 울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두운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제 나는 내 집을 팔았고, 나의 유년 시절을 뒤로 하고 떠났으며, 나의 책들을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열심히 수집했던 돌들과 조개 껍질들을 바다가 다시 가져가도록 해변에다 뿌렸다. 그릇은 깨어졌다. 종이의 목마름도 고갈되었다. 이제 나는 나의 마지막 시를 쓴다. 내 앞은 흐릿하고 부드러우며, 내 주위에는 한때 나였던 모든 사람들이 모여있다. 내 등 쪽에서는 또 다른 바다가 자연으로부터 걸어나오며, 솟아 오른다.
--- p.48
나는 대학생 시절에 처음으로 구입했던 책들을 기억하고 있다. 나는 그것들을 작은 선반위에 올려놓고 하루에도 몇번씩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자기 책들을 갖는다는 것은 정말이지 감격적인 느낌이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책들은 점점 늘어났다.
--- p.101
그림들이 우리 앞의 바닥에 펼쳐졌을 때, 그 모든 것들을 결합시키는 모티브를 알아차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 모든 작품들은 책을, 그리고 책의 완성에 필요했던 것들, 예컨대 종이나 타자기나 만년필과 같은 것을 그리고 있었다. 말하자면 책이 자기의 역사를 가지게 되고 또 다시 자기의 역사를 보여주는 순간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서문 중에서
그는 이웃 사람들, 동료들, 자신의아이들, 애인, 아내에 의한 저 끊임없는 감시가 고통스러웠다. 「어디 있었니? 어디 가니? 왜 이것은 하고 저것은 하지 않니? 대답해 봐! 왜 아무 말도 안하는 거야? 무얼 생각하는 거지? 이 순간 무얼 생각하는 거야, 말해!」
어느 날 그는 문을 걸어 잠갔다. 사람들이 문을 두드렸다. 그는 침묵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창문을 통해 그를 들여다보았다. 그가 커튼을 쳤다. 그러자 사람들이 문에 구멍을 뚫었다. 그는 자신을 관찰하는 눈을 보았다.
다음날 아침 다섯시에 그는 모자를 쓰고 몇 권의책과 우산을 집어들었다. 서른세 시간을 걸어간 후에 그는 텅 비어 있고 전망이 툭 트인 곳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영원히 그곳에 있겠다고 결심했다. 우선 그는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혼자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완벽한 행복이었으므로 그는 그러한 행복을 순수한 상태로 즐기고 싶었다. 그리하여 그는 신기하게도 저절로 채워지는 잔으로 이따금 한 모금의 커피를 마시는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 화가가 그를 발견하였다. 그 화가는 망원경을 통하여 그 남자를 오래 관찰한 후 그를 그림으로 그렸다. 뒤쪽에서, 음흉하게, 마치 살인자처럼! 사진사의 더러운 놀이에 탐닉하는 화가들에게 재앙 있어라! 한 고독한 남자가 택한 도주를 욕되게 하는 저 자들을 처형하고 거세시켜 버려라!
여러분 모두에게 간청하는 바이다. 저 밀정의 그림이 눈에 띄는 즉시 그 자리에서 없애주시기를. 요컨대 그 남자가 그 그림을 보는 일만은 절대로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그림을 보자마자그 남자의 행복은 부수어질 것이다.그리고 이후에 그 남자가 어떻게 될는지 나는 모른다, 정말 모른다!
--- p.92
...그러나 프리돌린씨는 라디오를 듣는 것이 아니라 서가 저 높은 곳에 있는 책들에 귀를 기울인다. 그는 그 책들로부터 어떠한 음향도 어떠한 목소리도 듣지 않고 오직 침묵만을 듣는다. 그러나 이 침묵은 인간들 사이의 상호소통 결핍에 대한 그의 거부에 상응하는 것이다. ....<라디오 대신 책에 귀를 기울이는 노인에게 작가는 침묵을 읽어낸것이다!!!>
--- p.89
...그러나 프리돌린씨는 라디오를 듣는 것이 아니라 서가 저 높은 곳에 있는 책들에 귀를 기울인다. 그는 그 책들로부터 어떠한 음향도 어떠한 목소리도 듣지 않고 오직 침묵만을 듣는다. 그러나 이 침묵은 인간들 사이의 상호소통 결핍에 대한 그의 거부에 상응하는 것이다. ....<라디오 대신 책에 귀를 기울이는 노인에게 작가는 침묵을 읽어낸것이다!!!>
--- p.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