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범위는 어디까지야? 음악 작품, 미술 작품처럼 실체가 있는 것만 예술일까? 영화와 문학도 예술 장르에 포함될까. 그러면 원고 분량 채우기 좀 쉬울 텐데…. 시는 언어 예술이라고 하니까, 당연히 문학도 그렇겠지?
예술의 정의와 범위를 간단히 정리하면요.
첫째, 아름다움을 목표로 하는 활동입니다.
둘째, 음악, 미술, 문학, 무용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셋째, art는 넓은 의미에서는 예술, 좁은 의미에서는 미술을 뜻합니다.
문학도 당당히 예술의 범위에 들어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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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는 웃을 일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아니요! 고비만 넘기면, 또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변기를 붙잡고 구토했어요. 병실 바닥을 기어다녔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경험했던 그 순간이 지나면, 더 크게 웃었습니다. 밥 먹고, 걷고, 이야기하는 모든 것이 감사했거든요. 어떻게 살아갈 거야? 답을 알려 준 건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이었습니다. 건강할 땐 몰랐습니다.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은 줄은. 저보다 힘든 치료를 견딘 이들이 위로와 희망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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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말에 재발 우려에 대해 들었습니다. 10년간 마음 졸여서일까요. 올 게 온 거야? 담담했습니다. 우선순위에 대한 바람이 2010년보다 강렬했어요. 하고 싶었던 일 중 못했던 것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책 쓰기와 예술 공부였습니다. 내 이름 적힌 책 한 권. 버킷 리스트 단골 메뉴죠. 2020년 2월에 책 쓰기 과정에 등록했습니다. 21년에 문화예술 독서 모임에 참가했고요. 같은 24시간이라도 의미 있게 살고 싶었어요. 예술이 행복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게 해주리라 믿었습니다. 예술에는 그런 힘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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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중에 피아노 선생님이 있습니다. 수강생의 30%가 성인이에요. 70대 수강생도 있습니다. 무기력해하던 직장인, 주부, 은퇴자가 피아노를 배우면서 활기를 찾아간다고 합니다. 감성에는 노화가 없습니다. 어느 연령대에 있던지, 건반 누르며 행복을 찾을 수 있어요. 성인이 돼서 배우는 피아노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닐 거예요. 경쟁을 위한 건 더더욱 아니고요. 우리는 최고의 예술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예술이 주는 새로움으로 하루를 밀도 있게 살아가는 내 삶의 온리원 예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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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화가’인 마티스는 전쟁 속에서도 그림으로 희망을 주려 했어요. 전쟁에 맞서는 그의 방식이었습니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예술을 손에서 놓지 않았어요. 대장암에 걸려 수술 후유증으로 유화를 그릴 수 없게 되었는데요. 붓과 물감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붓 대신 가위를 들었습니다. 〈한 다발〉은 마티스의 대표작입니다. 병상에서 색종이를 오려서 컷아웃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색과 형태를 만지고 만들 수 있어서 매료됐습니다. 가위로 고유한 작품 세계를 개척했어요. 인테리어 소품에서 종종 보던 그림이 바로 마티스 것이었어요. 사랑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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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의 잔치〉를 유튜브에서 찾아봤습니다. 첫눈에 반한다고 하죠. 첫 귀에 반했습니다. 듣는 순간, 온몸이 찌릿찌릿! 검은 드레스를 입고 피아노와 한 몸이 된 듯 연주하는 손열음 씨에게 시선을 고정했습니다. 무아지경(無我之境). 정신이 한 곳에 흠뻑 빠져서 스스로를 잊어버리고 있는 지경이라는 뜻이죠. 이 한자어가 절로 떠올랐습니다. 연주 장면 한 번 보세요. 끄덕끄덕하실 겁니다. 곡을 가지며 놀며 무대를 장악하는 카리스마가 방구석까지 느껴집니다. 덩달아 방구석 아티스트가 되는 기분을 흠뻑 느껴보세요. 왜 알캉에게 빠졌을까요? 저랑 닮았습니다. ‘재미’를 추구합니다. 특히 긴장감 있는 재미. 격렬하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요가보단 줌바, 스피닝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활화산 같은 알캉의 곡이 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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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1888년)〉.
인상 깊은 설명이 한 줄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실제로 목격한 것을 그리는 것이 그의 원칙이었다.’ 이 문장을 읽고 2022년 2월에 본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가 생각났습니다. 고흐가 캔버스와 물감을 들고 떠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장면을 마주하자, 바로 그 자리에서 그리기에 몰입하더라고요. 별생각 없이 지나쳤는데요. 고흐의 원칙을 보여주려는 감독의 의도였을까요?
어둡고 거칠어 보이는 〈별이 빛나는 밤〉에 비해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은 잔잔하고 아름답습니다. 두 그림을 따로따로 본 적은 있었지만, 같이 보는 건 처음이었어요. 소재는 같은데, 분위기는 달라요. 론강의 빛나는 별을 그렸을 때는 1년 뒤에 고갱과 결별할 줄 몰랐겠지요. 두 개의 별 그림에서 그때 당시 고흐의 상황과 심정을 헤아려 봅니다.
--- p.73
나혜석을 다시 만난 건 집에서 도보 20분 거리 화성 근처였습니다. 산책길에 우연히 ‘정월 나혜석 생가터’라고 표시된 곳을 지났습니다. ‘나혜석 기념관’도 보았습니다. 골목 골목에 자화상과 작품들도 그려져 있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나혜석이 있었습니다.
서양화가
단편소설 《경희》
유화 개인전
세계일주
도쿄 미술 전문학교 입학
두 ‘조선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신여성 대표주자였고, 페미니스트였습니다. 지금이야 익숙한 단어지만, 그때는 가족마저 등 돌릴 정도로 앞서간 여성이었습니다. 1934년에 발표한 〈이혼 고백장〉을 보면요. 남자는 정조를 안 지키면서, 여자에게만 강요하는 법이 어디 있냐며 조선을 발칵 뒤집어 놓았죠. 쉬쉬해야 할 가정사를 온 나라에 공개했습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하듯, 얼마나 외로운 투쟁을 했을까요?
--- p.84
스승의 날 편지를 읽으면 눈물이 맺힙니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면 파티의 즐거움이 떠오릅니다. 반성문을 보면, 별것도 아닌데 괜히 야단쳤나 반성합니다. ‘글자 하나에 추억 하나’ 담겨 있습니다. 요즘은 디지털 정을 쌓아갑니다. 손 글씨보다는 카톡으로 많이 보냅니다. 평생 닳지 않고 어디든 들고 다닐 수 있으니 이 또한 좋아요. 어느덧 성인이 되어 예술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옛 제자도, 선배를 따라갈 꿈나무도 모두 응원합니다. 우리 학생이 남긴 작품 덕분에, 과거 모습을 돌아봐요. 오늘이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알고 있니? 너희들은 선생님의 모네, 모차르트, 헤밍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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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었어요. 소설 《날개》의 작가 이상은 24세에 집을 팔아 ‘제비 다방’을 차렸습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는 쿠바 크리스탈 마운틴이 등장해요. 그가 즐겨 마셨던 커피입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엘리펀트 하우스(The Elephant House)라는 카페에서 탄생했습니다.
예술가는 창작의 고통을 커피에 의지하며 이겨냈습니다. 저도 글 쓰면서 커피 마시는 횟수가 늘었습니다. 예술가에게 커피가 어떤 존재였는지 이해해요. 나른한 오후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삶의 활력소입니다. 비 오는 날 빗소리와 함께 하는 커피는 운치를 더해주고요. 그냥 책상에 두는 것만으로 뭔가 채워진 기분이 들어요. 없으면 허전합니다. 커피가 일상에서 뗄 수 없는 존재이듯, 예술도 그렇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 p.108
국악 악기사를 통해 입문자용 해금을 대여했습니다. 보증금 13만 원과 3개월 대여 금액 7만 원을 선납하고 택배로 받았어요. 6개월 후, 대여 해금을 반납하고 해금을 구입했어요. 해금 가격은 입문용 50만 원부터 전공자용 4~500만 원대까지 다양했습니다. 악기사에 방문해서 소리를 들어보고 디자인을 살펴봤습니다. 제가 선택한 해금은요. 90만 원짜리 초보자용이고요. 짙은 자줏빛에 자개가 박혀있고 술 장식도 달려있습니다. 맘에 아주 쏙 들었어요.
--- p.112
예술과 거리가 멀었던 그는, 어떻게 화가가 되었을까요.
“아빠, 새 그림 그려줘.”
네 살이었던 아들이 말했습니다. 그림 한 장 그려줄 수 없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쇠갈고리 손에 연필을 끼워 그림을 그렸습니다. 아들 동화책에 나와 있는 새 그림을 보고 따라 그렸습니다. 아내와 아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화가로서 재능을 발견한 계기였습니다. 동양의 서예와 서양의 크로키를 접목하여 수묵 크로키를 완성했습니다. 전 세계를 돌며 개인전을 열었고요. ‘불가능은 없다.’ 석창우 화백이 보여줬습니다
--- p.130
하모니카는 입술과 혀를 이용하여 들숨과 날숨으로 연주하는 관악기입니다. 호흡 조절을 못 하면 옥수수 하모니카처럼 소리가 안 납니다. 바람 새는 소리만 나지요. 손에 쥘 정도로 크기는 작지만, 아주 야무지고 악기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초등학생 때야 가장 기본적인 사용법만 익히고 불었어요. 하모니카의 가치를 몰랐어요. 대부분의 관악기는 두 개 이상의 음을 동시에 소리내기가 매우 어렵다고 해요. 하모니카는 화음과 선율을 동시에 연주할 수 있어요. 클래식, 재즈, 블루스, 포크 등의 다양한 장르의 곡을 연주할 수 있고요. 오케스트라와 같은 그룹, 반주, 독주 악기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 p.157
《달과 6펜스》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모든 걸 포기해도 좋을 만큼 강하게 원하는 게 있니?”
“한 번뿐인 인생, 어떻게 살아가고 싶어?”
한참이나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책임감 갑입니다. 저만의 이익을 위해 타인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못해요. 다만, 한 가지 분명해졌습니다. 고갱의 간절함처럼, 글쓰기는 멈추지 않으려고요. 첫 책을 쓰고 나서 글쓰기를 그만두려 했습니다. 체력 소모가 커서, 무리라고 생각했어요. 몇 달간 쓰지 않았죠.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고갱이 미지의 힘에 이끌려 그림을 그리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었듯,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글 내림이 진짜 있나 봐요.
--- p.172
〈일 포스티노〉는 네루다와 우편배달부 마리오의 우정을 다뤘습니다. 네루다는 정치 탄압을 피해서 이탈리아의 작은 섬으로 옵니다. 그곳에서 시를 모르는 순박한 청년, 마리오가 네루다에게 편지를 배달합니다. 어부의 아들 마리오는 네루다와 친해지며 시에 빠집니다. 메타포(은유)를 통해 세상에 눈 떠가요. 시와 함께 성장하는 마리오, 눈부신 이탈리아 해안, 유머와 감동이 오가는 대화. 이런 것만 있으면 좋았을 텐데요. 결말은,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어요. 정치 상황이 좋지 않았거든요. 마리오는 가상 인물입니다. 그런데도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어요. 짧은 시(詩)가, 긴 여운을 남기듯 그렇게요.
--- p.198
2014년에는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를 외면했어요. 지금은요. 찬찬히 바라봐요. 아직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요. 딱 요만큼은 보여요.
‘그래. 우리가 꽃길만 걷는 건 아니지. 때론 고통스럽잖아. 왜 좋은 것만 보려고 해? 피할수록 더 힘들어지는 걸. 이겨내며 사는 게 인생이야. 부딪혀 봐! 살아갈 힘이 생길 거야.’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이런 게 아닐까요? 삶의 희로애락을 모두 보여주는 거요. 그리고 멈춰서 생각하게 하고요.
예술이 조금은 만만해졌습니다.
‘나’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함께, 방구석 아티스트 되어 볼까요?
--- p.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