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도라처럼 100세가 되도록 건강하고 멀쩡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왜 어떤 사람들은 60대밖에 안 됐는데도 심각한 기억력 장애를 겪을까? 인간이라면 누구든 알츠하이머에 걸릴 위험이 있는 걸까? 80세 노인의 뇌는 어떤 상태일까? 나이 든 두뇌의 장점은 혹시 없을까? 이 책은 바로 이런 질문들에 대해 이 분야의 최신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해답을 찾아나가고자 한다. --- 「머리말|노년은 불행의 시작이 아니다」 중에서
인구는 빠른 속도로 노화하고 있다. 이 노화 과정에서 두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가 바로 이 책의 중심 주제다. 나이가 들면 뇌세포들은 되돌릴 수 없는 쇠퇴를 겪는다. 어떤 뇌세포는 줄어들거나, 서로 다른 뇌역 간의 연결이 끊어지거나,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그 밖의 인지능력이 퇴화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나빠지기만 하는 건 아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은이들보다 행복감을 더 많이 느끼고, 감정과 스트레스에 더 잘 대처하며, 복잡한 결정을 내리는 데 능숙하다. 물론 이런 능력은 같은 연령대라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데, 앞으로 그 이유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볼 것이다.
또한 나이가 들면 뇌에서는 어떤 변화가 진행되는지, 쇠퇴한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나이 든 사람들이 어떻게 뇌의 다른 부분을 사용하는지에 대해 최근 연구 결과를 종합해 설명할 것이다. 그리고 먹기만 하면 노화 과정을 되돌릴 수 있다는 갖가지 알약, 가루약, 보조제의 효과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실제로 도움이 되는 방법에 대해서도 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뇌 기능의 감소로 우리가 어떻게 더 현명해질 수 있는지, ‘성공적인 노화(과학 문헌에 실제로 사용됐던 표현이다)’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흥미로운 질문을 던질 것이다. --- 「머리말|노년은 불행의 시작이 아니다」 중에서
노년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는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 이런 예측이 자기충족적인 예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평균 건강수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 영향은 육체 활동, 흡연, 비만에 따른 영향보다도 훨씬 강력하다. 한 연구에서는 피험자들이 수십 년 전에 답했던 설문 조사 내용을 그들의 사망률과 비교했다. 나이 드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던 사람들은 부정적이었던 사람들보다 평균 7.5년을 더 살았다. 그 연구를 진행했던 학자들은 노화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스트레스를 줄이고 평안한 삶을 촉진하는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게 만든다고 결론지었다. --- 「1장/ 우려 없이, 오류 없이 지혜롭게 나이 들기」 중에서
사람들은 흔히 건망증이라고 하면 노화를 연상한다. 60세 전후나 그보다 몇 년 더 일찍 건망증이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과연 맞는 이야기일까?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60세 전후에 기억이 나빠져서 곤란을 겪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런 문제는 보통 75세가 넘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듯 보인다. 그런데 기억력 손실에 관한 연구 결과는 우리의 생각과는 너무 다르다. 기억력이 나빠지기 시작하는 연령은 놀랍게도 20세 무렵 부터다. 그리고 60∼70세 사이에 기억력 감퇴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 「1장/ 우려 없이, 오류 없이 지혜롭게 나이 들기」 중에서
노인들 대다수는 정보를 처리할 때 젊은이들보다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현재 가능한 속도보다 더 빨리 처리해야 한다면 상당히 어려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적인 부담만 없다면 일을 해내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면서 우리의 지적인 기능이 과연 둔화하는지 의문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육체적인 능력과 관련해서 생각할 때는 그런 현상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다. 75세인 사람이 40세인 사람만큼 빨리 걸을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 뇌의 처리 속도도 이와 똑같을까? --- 「1장/ 우려 없이, 오류 없이 지혜롭게 나이 들기」 중에서
복잡한 사회적 상황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은 노인들이 더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사회단체 간 갈등 해결, 법적 소송, 카운슬링, 협상 같은 역에서는 노인이 젊은이보다 더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 「2장/ 나이 들수록 더 행복해지는 이유」 중에서
신경 발생은 학습과 기억을 관장하는 조직인 해마에서 주로 일어나는데, 이곳에서는 날마다 뉴런 수천 개가 새로 만들어지고 이들 대부분은 몇 주 안에 사멸한다. 뉴런이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경우는 학습 과정에 관여했을 때다. 우리가 외국어나 플루트 연주같이 뭔가를 새롭게 배울 때는 새로 생긴 세포가 그 과정을 담당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새로 생긴 세포들이 있으면 새로운 지식을 더 쉽게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뭔가를 배우는 데 기여한 뉴런은 쉽게 사멸하지 않는다. --- 「3장/ 생각보다, 생각은 나이 들지 않는다 」 중에서
나도 그렇지만, 그런 망각 증상은 종종 30대에도 나타날 수 있다. 그래도 아직 걱정은 안 한다. 그런 순간적인 망각 증상은 아마도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하려다 보니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구에 따르면 30대는 보통 이런 증상이 바쁜 삶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50대는 나이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 50대까지는 대부분 기억력이 상당히 좋은 상태로 유지된다. --- 「4장/ 알츠하이머, 제대로 알고 걱정 없이 살기」 중에서
경도인지장애로 생기는 정신 능력의 감퇴를 멈출 방법이 있을까? 애석하게도 도움이 될 만한 과학적 증거는 거의 없다. 현재 나와 있는 약물 처방은 사실 그다지 효과가 없다. 다만 알츠하이머에 따른 증세를 늦추거나 보완할 방법은 현재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억에 꼭 필요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농도를 높이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역시 신경전달물질인 루타메이트가 뇌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 「4장/ 알츠하이머, 제대로 알고 걱정 없이 살기」 중에서
갱년기 증상을 심하게 앓는 여성들에게 가장 좋은 처방은 에스트로겐을 투여하는 방법일 것이다. 실제로 의사들은 오래 전부터 그런 처방을 내려왔다. 연구에 따르면 에스트로겐은 안면홍조와 수면장애를 줄이고 기분이나 전반적인 몸의 컨디션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억력까지 향상시킨다. 뇌를 촬영한 결과 폐경기 이후 에스트로겐을 처방하면 전두전엽을 활성화해서 작업 기억이 향상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호르몬 처방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따른다. 일부 여성은 난소암 같은 특정 암의 발병 위험이 높아지기도 한다. 에스트로겐은 종양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고 때때로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 「5장/ 노화와 젊음의 비밀, 호르몬」 중에서
앞서 말했지만 노인들 사이에서는 노화에 따른 기억력 감퇴와 노년기에 관한 정형화된 생각이 널리 퍼져 있으며 그런 생각은 실제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플라세보 같은 속임약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편견을 어느 정도 줄여줄지 모른다. 하지만 더 근본적이고 확실한 효과를 내려면 무엇보다도 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금까지는 노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두뇌 노화에 관한 대중의 인식 수준이 높아지면 노화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편견이 줄어들 것이다. 그런 과정에 이 책이 힘을 보탤 수 있기를 희망한다. --- 「6장/ 젊음을 찾아주는 청춘의 묘약들」 중에서
노인들은 상황을 넓게 보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지혜로운 판단을 내릴 때가 많다. 73세인 조앤은 지난 몇 년간 자신의 정신 능력이 감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지식이 지혜와 다르며 삶을 살아오면서 자신이 예전보다 더 지혜로워졌다고 믿는다. 상황에 따라 수반되는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선택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 더 깊이 이해하고 결정한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제가 항상 옳은 결정만 내릴 것이라는 확신은 덜 들어요. 그런데 그런 것도 전혀 나쁘지 않아요.” --- 「7장/ 노년을 빛나게 하는 힘, 지혜」 중에서
독일 심리학자 파울 발테스(Paul Baltes)는 노화의 과정이 바람직한지 평가하려면 반드시 노인들의 개인적인 견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화에 따른 기능적 한계에 개인이 어떻게 적응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60세가 되면 테니스공을 밀어치는 힘이 25세일 때보다는 당연히 약하지만 그렇다고 테니스를 더 이상 즐길 수 없는 건 아니다. 부족해진 속도와 힘은 새로운 자세와 전략으로 보완하면 된다. 그러므로 약해진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에 영향을 받지 않는 방향으로 변화에 대처해나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또한 나이가 들면 젊은 시절에 비해 육체적인 질환을 더 많이 겪기 때문에 우울한 감정에 빠질 여지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젊을 때보다 우울함을 더 많이 느끼지는 않는다. 중요한 문제는 바로 기능의 감퇴에 대응하는 자세다. 건강한 노화는 유전적인 요인과도 관련이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노화로 인한 기능 감퇴의 약 3분의 1만이 유전적인 요인과 관련이 있다. 나머지 3분의 2는 생활 방식, 사회적지지, 건강관리 등 환경적인 요인들이다. --- 「8장/ 먹고, 운동하고, 사랑하라」 중에서
오키나와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긍정적이며, 늙어가는 경험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 긍정적인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앞에서도 살펴본 바 있다. 그런가 하면 가라테가 오키나와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 정도로 이곳 사람들은 다정하고 온화하다. 하지만 이들이 하는 가라테는 화에 나오는 폭력적인 무술이 아니다. 이들은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자기를 보호할 목적으로 가라테를 한다. 81세인 키세 후세이가 오키나와 미국 기지 내에서 가라테를 가르치는 수련원 입구에는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문구가 걸려 있다. --- 「8장/ 먹고, 운동하고, 사랑하라」 중에서
그러나 노화가 단순히 기능의 퇴화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노년의 두뇌에는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 노련함이 있다. 또 뇌에서 어느 한쪽에 문제가 생겨 다량의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는 데 곤란을 겪으면 다른 부분이 대신 나서기도 한다. 앞서 노인들이 복잡한 결정을 내리고 감정에 대응하는 데 더 뛰어나다는 사실을 살펴봤는데, 그 두 가지 모두 아주 중요한 인지 기능이다.
노년기에 이르면 지혜도 깊어진다. 그동안 서구 사회에서는 젊음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지혜의 가치를 간과해왔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그런 가치를 재평가해야 할 시점이다. 적극적인 생활 방식, 건강한 식습관, 적인 관심이 있으면 노인들도 자신이 중요히 여기는 일을 충분히 계속해나갈 수 있다.
한 신경과학자가 자신의 노년에 대응해나간 사례를 살펴보자. 1960년 메리언 다이아몬드(Marian Diamond)는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의 교수가 되었다. 1974년에는 해부학 전공 정교수가 되었다. 그녀는 수십 년 동안 두뇌 연구의 선봉에서 활동했으며 아인슈타인의 뇌 일부를 직접 연구하기도 했다. 그녀는 뇌를 젊게 유지하는 5단계 계획을 세웠다. 바로 식단, 운동, 도전, 새로움, 애정 어린 보살핌이다.
--- 「8장/ 먹고, 운동하고, 사랑하라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