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은 우리에게 깨끗하고 풍부한 물, 비옥한 토양, 맑은 공기를 줍니다. 이것은 우리의 생계와 연관되어 있고, 이러한 생계는 인도 전체뿐만 아니라 자연계 전체와 인간의 공생 관계를 지탱하는 발판이 되어 줍니다. 생각해 보세요. 나무는 베어서 돈벌이하라고 있는 게 아니에요!”
폭력적인 충돌은 전혀 없었어요. 이어서 벌목꾼들은 나무를 한 그루씩 꽉 껴안고 있는 여성들을 발견했어요. 여성들은 “이 나무를 베려면 내 등을 먼저 찍어라!” 하고 외쳤지요. 오래전 왕의 명령에 용감하게 저항했던 여성 조상들처럼 말이에요. 이렇게 칩코 운동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다시 시작됐어요.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벌목 정책에 불복종하겠다는 여성들의 모습이 비폭력 불복종 운동의 상징인 간디와 닮았지요? --- 「여성의 지혜와 용기를 깨닫다」 중에서
여성들은 자연이 인간에게 지배당하는 것과 여성이 남성에게 지배당하는 것에 상관성이 있다고 주장했어요. 그 중심에는 정복과 지배의 원리로 작동하는 가부장제가 있었고요. 가부장제는 여성뿐 아니라 자연까지도 훼손시키고 파괴해 왔던 거예요. 여성들은 인간과 자연, 남성과 여성, 인간과 인간이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에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결과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 그러니까 남자, 여자, 강아지, 고양이, 물고
기, 나무, 숲, 꽃, 풀, 지렁이, 흙까지도 평등함을 이야기하는 에코페미니즘 사상이 탄생하게 되었답니다.
‘에코페미니즘’이란 용어는 1974년에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즈 드본느가 《페미니즘이냐 아니면 죽음이냐》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했어요. ‘생태학’과 ‘페미니즘’을 결합해 에코페미니즘이라는 용어를 만들었지요. 프랑수아즈 드본느와 여성 운동가들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를 비판하며 에코페미니즘의 개념을 세상에 내놓았어요. 단어 그대로 에코페미니즘은 여성 해방과 자연 해방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론이면서 운동이에요. --- 「에코페미니즘」 중에서
‘특허권’은 특허받은 제품을 소유하고, 만들고, 팔고, 생산하고, 사용할 수 있는 독점권이에요. 씨앗에 특허를 부여한다는 것은 씨앗을 보관해 놓는 농부가 ‘지적 재산 도둑’이 된다는 거예요. 반다나는 씨앗은 자유롭다고 말해요. 농부의 생계를 이어 주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또 씨앗이 스스로 재생산하는 생태학적인 측면에서도 말이에요. 그런 ‘씨앗 자유’ 가 다국적 종자 기업들에게는 큰 장애물이었어요. 그래서 기업들은 GMO 종자를 개발해 특허를 획득함으로써 ‘씨앗 자유’를 없애려고 해요. 농촌의 공동 재산이었던 씨앗을 사유 재산으로 만들려는 것이지요. 씨앗을 몇몇 거대 기업이 독점하고, 씨앗 공급을 통제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농부를 노예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씨앗의 자유가 사라지면 농부의 자유도 사라지는 거니까요. 녹색 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생명 공학은 다양성 파괴를 반복하고 심화시키고 있어요. 게다가 GMO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돌연변이가 사람의 몸과 생태계에 어떤 부작용을 불러올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어요. 그 위험은 고스란히 지구 전체가 떠안아야 해요. --- 「반다나 시바, 국제 무대로」 중에서
반다나가 씨앗 운동을 진행하면서 중요하게 여긴 것은 바로 소농 살리기예요. GMO나 산업형 농업이 우리 인류의 식량을 책임진다고 하지만, 그건 거짓된 정보예요. 세계 식량의 30퍼센트만이 산업형 농장에서 해결되고 나머지 70퍼센트는 소농에서 나온다는 사실에 반다나는 주목했어요. 만약 산업형 농업이 지구 식량의 40퍼센트를 차지하게 되면 지구 생명을 지탱하는 생태적 토대가 완전히 무너질 거라고 해요. 산업형 농업은 메탄 가스를 발생해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키거든요. “멸종이 우리의 운명이 될 수는 없어요. 소농이 전 세계 식량 생산의 100퍼센트가 되도록 끌어올릴 수 있어요.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지구를 치유하고, 또 농부와 농촌에 번영을 가져올 수 있어요. 또한 사람들의 건강과 영양을 회복시킬 수 있고, 더욱 공정하고 탄탄하고 회복력 좋은 경제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 「반다나 시바, 국제 무대로」 중에서
1988년 9월, 독일 서베를린에서 최초로 반세계화 국제 대회가 열렸어요. 당시 서베를린에서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의 연례 총회가 열릴 예정이었죠. 반세계화 운동가들을 포함해 거의 10만 명의 사람들이 회의장 앞에 모여 회의를 취소시키기 위한 시위를 벌였어요. 서베를린 자유 대학 강당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청바지와 가죽 재킷을 입은 사람들, 인디언 판초, 아프리카 다시키 셔츠를 걸친 사람들, 인도네시아 사롱을 두른 사람들로 가득 찼어요. 그때 군중 속에서 사리를 걸친 한 여성이 마이크 앞으로 걸어 나왔어요.
“나는 자연입니다. 나는 생명을 줍니다. 내가 없었다면 지구는 죽었을 거예요. 그러나 나는 발전과 번영이라는 이름으로 반복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요. 거대한 댐들이 강을 질식시키고 들판과 동물, 사람들이 화학 물질로 중독되고 있어요.”
이 여성은 자연을 대표해 연설을 이어 갔고, 군중들은 열광했어요. 그가 바로 반다나 시바였어요! 그 당시 세계무역기구도 없었고 세계화라는 용어도 낯설 때였지만,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국제 기구들이 다국적 기업과 그들이 속한 국가의 대변인임을 알고 있었어요. --- 「반다나 시바, 국제 무대로」 중에서
기후 위기는 전 지구적인 연대가 필요한 일이죠. 오랫동안 환경운동을 이끌었던 반다나는 최근 유엔 스웨덴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연설에 귀 기울였어요. 청소년이 환경과 자신의 미래를 연결해서 생각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기후 정의를 실천해 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반다나는 말해요.
“나는 그레타 툰베리를 만났어요. 그레타는 ‘멸종에 저항하기’를 추진하고 있어요. 제 책에서 나는 살아 있는 종을 고의로 파괴하는 행위를 비판했어요. 툰베리는 정확하게 제가 주장한 것을 이해하고 있었죠.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젊은이들이 비폭력 불복종 형태의 ‘생명의 사티아그라’를 벌이고 있어요.”
반다나가 기후 위기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강연을 한 적이 있어요.
“우리는 붕괴의 위기 속에 살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남성들이 만든 문화 속에 사람들은 실수에서 배우기를 거부했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배우기를 거부해 왔죠. 오늘 우리에게 닥친 위기와 붕괴 위험은 우연이 아닌 오만과 무지의 결과입니다. 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멸종에 저항하기’를 강하게 외치는 청소년들을 보면 기뻐요. 저는 그들 안에서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가 탄생하는 것을 봅니다.”
반다나는 그레타 툰베리와 같은 젊은 세대가 새로운 세계를 열 것이라며 그들에게 존경을 표했어요.
--- 「반다나 시바, 미래 세대와 연결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