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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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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라

: 쿠쉬나메에서 찾아낸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천 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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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04g | 137*203*30mm
ISBN13 9788936810696
ISBN10 8936810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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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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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 : 이희수
한국 외대를 졸업하고 터키 이스탄불 대학에서 중동 역사와 이슬람 문화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스탄불 마르마르 대학 중세사학과 조교수로 유목문화론과 극동사를 가르쳤고, 이슬람권 최고의 연구소인 OIC의 이슬람 역사 문화 예술연구소 연구원, 튀니지 사회경제연구소(CERES) 연구원, 미국 워싱턴 대학 방문교수를 지냈다. 현재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및 박물관장이다. 《이슬람: 9?11테러 10년과 달라진 이슬람 세계》, 《이슬람과 한국문화》, 《쿠쉬나메》 등 60여 권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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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지만 곧 성이 함락될 것이다. 적병이 성문을 부수고 들어오든, 아니면 배신자가 성문을 열든 말이다.”
깊은 밤, 부름을 받고 달려온 아비틴에게 그의 아버지인 야즈데게르드 3세가 말했다. 이제 스무 살이 된 아비틴은 페르시아인 특유의 곱슬거리는 수염과 차갑고 푸른 눈빛 그리고 부드러운 콧날의 소유자였다. 약간 호리호리한 체격이었지만 어릴 때부터 왕자로 자란 그는 자연스럽게 품위가 배어 있었다. 아랍인의 포위가 석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성안에서는 불온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설마 했던 아비틴은 말없이 아버지를 바라봤다. 마흔을 갓 넘긴 나이지만 얼굴에는 깊이 패인 주름살과 피곤함이 심어져 있었다.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그는 호스로 2세의 폐위 이후 혼란에 빠진 조국 페르시아를 바로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들의 침입은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사막 너머에서 알라라는 뜻 모를 신의 이름을 들먹거리면서 바람처럼 나타났다. 아랍인들은 폭풍 같은 기세로 페르시아를 휩쓸었다. 야즈데게르드 3세는 어린 아비틴을 데리고 불타는 크테시폰을 탈출했다. 그리고 전국을 전전하면서 나라를 되찾기 위한 싸움을 계속했다. 하지만 귀족들은 수수방관했고, 광신적이고 포악한 아랍인들은 저항하는 페르시아인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특히 사악한 아랍인의 왕 자하크의 아들 쿠쉬는 무자비함으로 악명을 떨쳤다. 추악한 외모만큼이나 잔인한 그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페르시아인들을 죽였다. 덕분에 거짓과 죽음, 어둠과 파괴를 상장하는 영혼인 앙그라 마이뉴라고도 불렸다. 노란색 터번에 하얀색 펠트 모자와 카프탄을 입고 마스크를 쓴 쿠쉬의 친위대는 특히 잔혹함으로 이름을 날렸다. 더욱이 아랍인들이 인도에서 가져온 코끼리들은 페르시아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쿠쉬가 부리는 코끼리가 페르시아군을 짓밟아서 혼란한 틈을 타 쿠쉬의 친위대가 공격해 오면 이길 도리가 없었다.
군대를 모으기 위해 전국을 떠돌던 야즈데게르드 3세는 메르브라는 도시에서 결국 자하크와 쿠쉬가 이끄는 아랍인들에게 포위당하고 말았다. 할 말을 찾지 못한 아비틴이 입을 다물면서 찾아온 깊은 침묵 속에서 야즈데게르드 3세는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곳 메르브의 총독이 아랍인들의 신에게 개종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성문은 이미 그들이 통제하고 있는 중이다. 곧 파멸이 다가올 것이다. 아들아.”
성 밖에서는 아랍인들이 불신자를 처단하라고 내지르는 고함 소리와 피에 굶주린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쳐 들려왔다. 아비틴은 아버지의 얼굴에서 피로함을 느꼈다. 메르브에 갇힌 야즈데게르드 3세는 성문을 열고 나가 반격하거나 전령을 보내서 구원군을 요청했다. 하지만 포위한 아랍인들의 숫자가 나날이 늘어나고 외부에서 구원군이 올 기미를 보이지 않자 성안의 식량이 떨어지고 피해가 늘어나면서 민심은 극도로 흉흉해졌다. 아비틴이 아무 대꾸도 못하자 야즈데게르드 3세는 허리에 찬 샴쉬르를 풀어서 건네주었다.
“아랍인들에게 어깨를 꿰뚫는 자라고 불린 위대한 샤푸르 2세께서 남기신 유품이다. 대대로 페르시아의 왕들에게 전해진 것이란다.”
아비틴이 뽑아든 샴쉬르의 칼날에는 마치 물방울이 뿌려진 것 같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다마스쿠스 강철로 만든 검이다. 이어져 오는 전설로는 하늘의 별똥별을 가지고 만들었다고 하지. 이것을 가지고 떠나거라.”
난데없는 얘기에 놀란 아비틴이 반문했다.
“떠나다니요? 저 혼자 어디로 가란 말씀이십니까?”
야즈데게르드 3세는 대답 대신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문 쪽을 바라봤다.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선 것은 그의 충성스러운 신하인 마루크였다. 쇠사슬과 철판을 엮어 만든 갑옷인 죠우샨을 입은 그는 옆구리에 철판으로 만든 원추형 투구인 시샤크를 끼고 있었다. 열다섯 살 때부터 전쟁터를 누빈 마루크는 수없이 많은 아랍인들의 목을 베었고, 야즈데게르드 3세를 몇 번이고 위기에서 구해 준 백전노장이었다. 딱 벌어진 어깨에 칼자국이 난 매부리코를 가진 마루크는 한 자루의 칼이나 철퇴처럼 단단해 보였다. 투구를 옆구리에 낀 채 다가온 마루크가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시하신 대로 말을 대기시켜 놨습니다.”
마루크의 얘기를 들은 야즈데게르드 3세가 아비틴에게 말했다.
“마루크를 따라서 이곳을 빠져나가거라.”
“어디로 가란 말씀이십니까?”
“바스라 항으로 가서 배를 타고 멀리 떠나거라. 저 사악하고 흉폭한 자하크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으로 말이다. 그리고 기회를 기다려라.”

---「1장」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이 당나라를 거쳐 신라로 건너온 7세기 중반은 삼국 통일 전쟁이 한참이었던 시기였다. 김유신이 전장에서 맹활약을 하던 때, 삼국은 전쟁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런 와중 지구 반대편에서는 서아시아의 사산조 페르시아가 아랍-이슬람 세력의 공격을 받아 멸망 위기에 처해 있었다. 페르시아의 마지막 왕 야즈데게르드 3세는 침략자에 맞서 결사 항전하고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과 일행을 중국에 피신시켜 고국을 회복할 것을 유훈으로 남기고 전사한다. 하지만 아비틴은 자신을 쫓아 중국까지 온 아랍의 쿠쉬에게 쫓겨 신라에 정착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의지할 것이 없던 아비틴에게 어느 날 젊은 장수가 나타난다. 그는 바로 김유신의 둘째 아들이자 신라의 화랑 원술이었다. 아비틴은 원술과 함께 신라를 도와 삼국 통일을 이루고 중국과 전쟁을 치른다. 이 모든 것은 잃어버린 고향, 페르시아를 되찾기 위함이었다. 한편 운명의 연인 신라 공주 프라랑을 만나 국경과 인종을 뛰어넘는 열렬한 사랑 끝에 혼인을 하고, 훗날 페르시아를 구하는 영웅 페리둔을 낳는다. 그러나 평화롭던 시간도 잠시, 자신의 운명에 당당히 맞서기로 결심한 아비틴은 프라랑과 페리둔을 남겨 두고 다시 페르시아로 향하는데……. 과연 그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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