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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의 거의 모든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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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1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668쪽 | 882g | 153*224*35mm
ISBN13 979118543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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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죽음을 심박동 정지라고 정의했던 1950년대에는 의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심장을 멈추게 했다가 다시 뛰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일로 생각되었다. 그야말로 심장 수술은 의학의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대중의 인식을 더욱 강화한 사건이었다. --- p.128

실험동물이 부족할 때면 기번은 “미끼로 쓸 참치 조각과 자루를 가지고 당시 보스턴 지역에 득시글거리던 떠돌이 고양이를 잡으러 근처를 어슬렁거리곤 했다”. 펌프가 심장과 폐의 작용을 대신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고양이의
폐동맥을 클램프로 잡아서 순환을 차단시킨 후, 혈류의 흐름을 산소 발생기로 돌리는 것이었다. 실험 자체도 매우 고되었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 p.144

찬리 고관절은 과학이라는 인간 정신의 승리이기도 하다. 최종적인 실현 과정은 완벽히 한 인간의 특성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찬리는 손재주가 뛰어난 데다 문제를 해결하도록 실험을 설계할 줄 알았던 창의적인 장인이었다. 물론 이는 인공고관절 개발자에게 바람직한 특성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는 놀라운 의지력과 결단력 또한 필요하다. 찬리는 이 두 요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 p.166

과거에 사람들은 몸이 아프거나 걱정스러운 증상이 있을 때만 의사를 찾았다. 고혈압은 이러한 양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는데, 혈압이 높아도 아무런 증상이 없기 때문에 의사를 찾지 않고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고혈압으로 신체가 손상되고 있어도 표가 나지 않기에 스스로 건강하다며 만족감을 느낀들 한낱 환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몸이 아플 때는 물론 건강하다고 느낄 때조차 의사를 필요로 한다. --- p.185

과학자들은 효과가 있는 것을 실제로 발견할 때까지는 어떠한 방법이 왜 효과가 없는지 결코 알지 못한다. 세월이 흐른 뒤 돌이켜보면 명백한 사실도 당시로서는 결코 명백하지 않다. 이러한 점이야말로 과학적 성취의 또다른 측면, 즉 인간적 측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단초가 된다. 그것은 전혀 알 수 없는 것을 이해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동반되는 절망의 시간 동안 그들을 지탱해주는 정신적 용기다. --- p.246

헬리코박터는 위산의 부식 효과에 대해 어떻게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일까? 헬리코박터는 매끈한 나선형을 띤 매우 특이한 세균으로, 꼬리를 움직여 얻은 추진력을 이용하여 매우 빠른 속도로 위산 속을 통과하여 위벽의 점액층에 숨을 곳을 찾아낸다. 위벽 세포를 직접 뚫고 들어가 궤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독소를 분비하여 염증을 일으키는데, 염증 부위에 생기는 진물과 찌꺼기를 영양소로 삼는 것으로 생각된다. --- p.257

과학적 발견의 다양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는 밥 에드워즈와 배리 마셜의 경험을 비교하는 것이다. 애초에 밥 에드워즈는 시험관 내 수정이라는 주된 연구를 시작하기도 전에 인간 수정에 관해 널리 받아들여지던 통념이 하나도 아닌 두 가지나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했으며, 이를 깨닫는 데만 7년이라는 절망의 시간이 필요했다. 대조적으로 배리 마셜의 경우에는 모든 일이 쉽게 풀렸다. 소화성 궤양에서 헬리코박터의 중요성을 발견한 것은 그가 의학 연구에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남들
이 생각할 수 없었던 것, 즉 소화성 궤양이 감염성 질환일 수도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 p.263

새로운 질서 속에서 환자들은 야심찬 젊은 의사가 유명 의학 잡지에 발표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하는 “흥미로운 임상적 재료”가 되었다. 한 젊은 의사는 이렇게 쓴 바 있다. “우리가 수행하는 많은 연구가 환자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실제로는 해를 끼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연구를 하려면 어느 정도는 이런 면에 대해 눈을 감거나, 최소한 실험 대상인 환자들에게 미칠 계산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 p.279

의사는 이전에 치료 불가능했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롭고 놀라운 약물이 개발되면서 의학의 가능성에 대해 지적으로 엄격하지만 허무주의적인 시각이 거의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이미 오래전에 치료적 허무주의를 버렸으며, 이제 그와 환자들은 거의 모든 질병에 치료약이 틀림없이 개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p.287

화학은 정교한 과학이었으며, 새로운 화합물을 합성하려면 대단한 기술과 창의성이 필요하다. 화학물질이 질병의 증상을 변화시키는 효과를 조사하고 평가하는 데도 엄정하고 체계적인 과학적 방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일의 출발점이 되는 ‘단서’가 오로지 우연에 의해 발견된다는 점이다. --- p.289

새로운 화합물을 합성할 가능성은 실상 무궁무진했으며, 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은 산업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과정은 다음 발견이 어디에서 이루어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고위험 사업이지만, ‘위험’이야말로 자본주의의 본질이다. 치료 혁명의 역동성은 의학과 생물학이라는 과학보다는 자본주의의 창의력과 화학 사이의 시너지 효과에 의한 것이었다. --- p.296

질병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연의 선물은 그 숫자가 제한될 가능성이 많으므로, 이렇게 ‘룰렛’ 같은 방식으로 신약을 발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머지않아 혁신의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신약의 ‘보물창고’ 또한 ‘텅 빈 곳간’이 될 것이다. --- p.325

흥미로운 모순은 신약을 발견하기 위한 ‘과학적’인 접근법이 예상보다 훨씬 효율성이 떨어지며, 특히 기존의 맹목적이고 무작위적인 방법과 비교했을 때 더욱 그렇다는 점이다. --- p.340

최근에 개발된 약의 가장 놀라운 특징은 과연 조금이라도 장점이 있는지가 상당히 의심스럽다는 점이다. --- p.341

암과 치매 등 심각한 질병에 대한 치료법을 찾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에 절망한 제약업계는 수익성이 높은 시장을 찾아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대머리 치료제 리게인,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비만 치료제 제니칼 , 우울증 치료제 프로작 등 노화에 따라 감소하기 마련인 사회적 기능이나 특성을 회복시키는 것이 주목적인 소위 ‘생활 스타일’ 약들이 쏟아져 나왔다. --- p.342

1960년대에는 젊은이들이 위장관에 대해 많은 지식을 쌓고 이러한 지식을 임상에 적용하는 지적 도전을 할 수 있는 발전 중인 분야라는 이유로 소화기 전문의가 되었지만, 오늘날 젊은 소화기 전문의들은 또다른 내시경 기술을 배울 수 있을 경우에만 행복감을 느낀다. 1960년대의 짜릿함은 사라지고 관음증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 p.348

가톨릭에 종부성사가 있듯이, 의학에도 종부성사가 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인공호흡기 치료를 거치지 않고는 세상을 떠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 p.355

사람들의 식습관을 변화시키고 환경오염을 통제한다면 많은 질병이 눈 녹듯 사라져버리라는 것이었다. 과연 그렇게 간단할까? 전에는 왜 아무도 질병의 문제를 이런 식으로 인식하지 못했을까? 이렇게 쉽게 예방할 수 있는 흔한 병의 치료법을 찾느라 그토록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말이다. 사회 이론은 사실이라고 믿기에는 너무나 환상적으로 들렸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열렬히 지지하고 나섰다. --- p.418

요행에 의해 신약이 발견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제약산업 또한 계속 해머로 내리치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이러한 행태는 몇 가지 유형을 통해 나타나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계량된 쥐덫’, 즉 새롭고 더 값비싼, 이미 시판 중인 약의 아류를 내놓는 것이다. 이 약은 복용하기가 더 쉽고 부작용이 적다는 점에서 ‘개량되었다’고 할 수는 있지만, 치료 효과가 뛰어난 것은 아니다. 또, 어떤 병에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경우 제약회사들은 환자와 가족들이 그래도 무엇인가를 해주기 바란다는 전제하에 ‘쓸모없는 쥐덫’ 전략을 선택한다. 효능이 입증되지도 않은 알츠하이머병이나 다발성 경화증에 대한 신약이 점점 더 많이 처방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 p.487

의학이 성공을 거둘수록 건강에 대해 ‘걱정에 휩싸인’ 사람들이 증가한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어쩌면 그 이유는 대공황과 세계대전으로 궁핍한 시절을 견뎌야 했던 부모 세대에 비해 ‘자신들이 얼마나 건강한지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사회 이론의 기만에 자극받은 나머지 예민해졌기 때문이다. 아침으로 베이컨과 달걀을 먹는 단순한 즐거움이 심장 발작으로 인한 조기 사망의 원인이 된다는 말이 옳다면, 지난 10년간 밝혀진 일상생활의 수많은 다른 위험에 대해서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고도 건강에 대해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놀라운 일일 것이다. --- p.491

의학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의료비도 상승한다. 그러나 흔히 주장하듯이 보건 의료 수요가 한없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그릇된 생각이다. 반대로 건강에 관해 터무니없는 비용을 지출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긴장성 두통에 대한 진료비는 푼돈에 불과하지만, 추가로 뇌 촬영을 한다면 의료비가 크게 증가한다. 이러한 예를 들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 p.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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