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서 태어났다. 한국외대 불어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프랑스 그르노블 대학에서 조르주 상드 연구로 불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프랑스와 유럽의 상드 문학 현장을 여러 차례 답사했고, 노앙에서 개최된 상드와 쇼팽 애호가 모임이나 상드 국제회의에 여러 번 참가했으며, 뉴욕 상드협회 ≪상드 연구≫ 국제 편집인이었고, 프랑스 에시롤, 노앙 상드협회 회원이었다. 현재 파리의 상드협회 회원이며 한국외대 명예교수다. 저서로는 자서전 연구서 ≪조르주 상드, 문학 상상력과 정원≫, 주제 연구서 ≪상드 연구≫(전 3권)가 있고, 상드 번역서로는 ≪편지≫(전 6권), 자전적 애정소설 ≪렐리아≫, 전원소설 ≪마의 늪≫, ≪소녀 파데트≫, ≪사생아 프랑수아≫ 등이 있으며, 그 밖에 ≪쇼팽과 상드≫, ≪상드 전기≫, ≪상드 문학 앨범≫ 등이 있다.
어머니를 지켜드리고 싶었고, 복수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저를 말리시더군요. 저를 어머니 뒤에서 꼼짝도 못하게 하셨어요. 당신의 옆구리를 방패로 삼아 절 보호하시면서 고통 속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침묵으로 버티고 계셨어요. 어머니는 치명적인 투창 공격으로 벌집이 된 몸을 지탱하시며 그대로 서 계셨어요. 그러나 끝내 창이 관통한 심장은 박동을 멈추고, 어머닌 거대한 산처럼 털썩 무너지셨어요. 어머니의 육중한 몸집 때문에 온 대지가 진동했어요. 그러자 못된 도살자들이 달려들어 날 밧줄로 묶었어요. 난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어요. 어머니 시신 앞에서 망연자실해서 죽음이 무엇인지도 전혀 몰랐던 전 구슬프게 울부짖으며 어머니께 제발 어서 일어나서 같이 달아나자고 애원하면서 어머니의 몸을 흔들었어요. 어머니의 숨은 이미 끊어졌지만 흐릿하게 뜬 두 눈에선 여전히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어요. 그자들이 제 머리 위에 두꺼운 거적을 씌워 버려서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저의 네 다리는 고라니 가죽으로 엮은 동아줄로 꽁꽁 묶였어요. 난 더 이상 완강한 반항도 하지 않고, 발버둥 치지도 않았어요. 그저 눈물만 흘렸죠. 어머니의 숨결이 곁에서 느껴지는 듯했어요. 엄마 곁에서 멀어지고 싶지 않았어요. 몸이 수평으로 기울어졌어요. 어떻게 된 영문인지 어디로 가는 건지 모른 채 그대로 끌려갔어요. 그자들은 데리고 온 말들에 내 몸을 매고 해안가 비탈의 모래밭을 지나 구덩이 같은 곳까지 끌고 간 것 같아요. 전 그곳에 혼자 버려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