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오늘 수업과 관련해서 질문 없으십니까”
허도령의 질문에 강대리는 문득, 학창시절에 공주의 ‘공’자가 왜 공평할 공(公)
자인지 궁금해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저씨, 아니 훈장님! 궁금한 게 하나 있었는데요, 오늘 배운 거랑은 좀 상관없는 내용인데 괜찮습니까”
“네. 말씀해보십시오.”
“‘공주’의 ‘공’자는 왜 ‘공평할 공(公)’을 쓰는 거예요? 공평한 거랑 한 나라의 공주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아, 그건 ‘공(公)’자의 유래와 관련이 있습니다. 공(公) 자의 유래에 관한 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그릇(?)에 담겨 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어(八) 먹는 모습이라는 설이 있지요. 그래서 공(公) 자가 ‘공평하다’, ‘공변되다’라는 뜻을 가지게 된 겁니다. 그리고 공(公) 자의 ‘공변되다’는 뜻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다’라는 뜻인데, 이런 뜻 때문에 ‘공(公)’자는 ‘관직’을 나타내는 말로도 쓰입니다. 관직에 있는 사람은 일을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공평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뜻에서지요. 이와 관련해서 공주라는 말에는 이런 유래가 있습니다. 옛날 중국에서는 최고의 관직에 해당하는 세 벼슬을 가리켜 삼공(三公)이라고 했는데, 왕이 딸을 제후(諸侯)에게 시집보낼 때 삼공에게 그 일을 맡도록 한데서 임금의 딸을 공주(公主)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아하, 그런 뜻이 있었구나! 어쩐지, 공평하다는 뜻만으로는 왜 공주가 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강대리는 그제야 궁금증이 풀렸고, 왠지 속이 후련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갑작스런 허도령의 질문에 강대리는 또 다시 가슴이 답답해졌다.
“혹시 공주랑 관련된 단어로 부마라는 말은 어떻게 유래됐는지 아십니까”
“네? 아, 아니요. 그냥 뭐 부마가 공주의 남편이란 뜻 정도는 알지만, 유래는 모릅니다.”
“그럼, 기왕에 공주에 관한 얘기도 나왔으니 ‘부마’의 유래에 관해서도 설명해드리지요. ‘부마(駙馬)’란 말은 원래, ‘곁마 부(駙)’, ‘말 마(馬)’, ‘도읍 도(都)’, ‘벼슬 위(尉)’자를 쓰는 ‘부마도위(駙馬都尉)’라는 말에서 유래되었습니다. 한(漢)나라 때 황제(皇帝)가 타던 말, 그러니까 부마(駙馬: 副車의 말)를 맡아보는 직책을 부마도위라고 했지요. 그런데 위(魏), 진(晉) 이후로는 공주의 남편 되는 사람에 한해 이 벼슬을 주었고, 그때부터 임금의 사위를 부마(駙馬)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예에…….”
‘임금의 사위를 부마라고 해서 뭔가 품격 있는 의미일 줄 알았는데, 아무리 황제의 말이라지만 부마가 고작 말이나 맡아보던 직책 이름이었다니!’
강대리는 뜻밖의 사실에 의아한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한자에 대해 오히려 새로운 흥미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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