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전업 글쟁이. 2013년 11월 술을 마시고 세상 돌아가는 답답한 꼴에 분노하며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다. 《즉흥적 인물평》이라는 제목으로 삼국지 인물과 한국 주요 인물들을 매치한 글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친구 신청과 댓글, 좋아요 등 환호가 쏟아졌다. 글에서 언급한 표창원, 조국, 이외수 등도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 상황과 주요 인물들을 삼국지 인물들과 일대일 대응한 글은 날카롭고 정확했다. 저자는 경북 봉화에서 태어났다. 동국대 한문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에서 한문교육을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받았다.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을 수료했고, 고려대 국문학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 한시와 불교 취향 한시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현재 고려대 한문학과 강사로 있다. 저서에 『맹자 제멋대로 읽기』 『자녀교육을 위한 고전강의』 『목은 이색의 영물시』 『한문학 강의노트』 『역사 어제이면서 오늘이다』가 있다.
[문재인=유표] 난세에 성인군자는 필요 없다 中 p20 아직까지 정치인 문재인, 대권주자 문재인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 2017년 대선을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지난 선거에서 우리의 대선주자였다는 이유만으로 그에게 기대를 걸기 어렵다. 문재인이 유표를 넘어, 유비나 조조 같은 인물로 성장하려면 지금처럼 성인군자 같은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시국의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을 밝혀야 한다. 관망하는 자세를 버리고 대중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언젠가는 걸림돌이 될 노무현의 후광을 벗어던져야 한다. 의식적으로라도 노무현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것이 좋겠다. 민주진보 진영에서 노무현을 혹독하게 비판해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대중들에게 몇 번이고 물어보는 연설 방식을 버려야 한다. 민주진보 진영에서는 이것을 두고 ‘수평적 소통’이라고 좋게 평가했지만, 내가 보기엔 대중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최악의 연설법이다. 묻고 답하는 방식은 학교에서나 써먹는 것이다. 이 모습 역시 그의 성품을 반영하는 것일 텐데, 그렇게 물러터져서는 대중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더구나 충남에는 ‘강동의 호랑이 손책’ 같은 안희정이 버티고 있다. 2017년이 되기 전에 손책한테 형주를 넘겨주고 싶지 않다면 연습을 해서라도 스타일을 바꾸어야 한다. 나는 여전히 문재인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문재인, 지금보다 독한 영웅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김한길=원술] 역사상 가장 무능한 야당 대표 中 p30 민주당은 안철수 세력과 통합해서 신당을 창당하기로 합의했다. 이 사람은 당대표로서 통합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므로 2014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와 이후의 총선에서도 당대표에 버금가는 권한을 행사할 것이다. 안철수와 힘을 합했다고는 하지만, 이 사람에게는 리더의 자질이 없기 때문에 신당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이 사람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한 통합신당은 지방선거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선거에서 처참하게 지는 꼴을 목도하고 자리에서 쫓겨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것인데 이미 완장에 넋을 빼앗긴 사람이라 그런 결단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끝내는 원술처럼 비참하게 정치 인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능력도 없으면서 전국옥새에 탐을 냈던 원술은 비명에 죽었다. 당사자와 그 주변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이미 그를 죽은 사람 취급하고 있는 줄 아는지 모르겠다. 《식스센스》의 주인공은 바로 이 사람이다. 나는 끝까지 이름을 말하지 않겠다. ‘무덤 속의 마른 뼈다귀’ 정도로만 해둔다. 이 사람이 민주당을 절반 이상 무너뜨렸다. 신당 역시 이 사람으로 인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박원순=유언] 서울을 서울답게 만든 시장 中 p38 그러나 박원순은 아직 서울의 민심을 완전히 얻지는 못했다.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량을 펼칠 시간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이 점을 알고 있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나는 대통령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이지만, 아직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하지 못했으므로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천하를 도모하기엔 기반이 약하고 주변에 인재도 없다. 믿을 건 민심뿐이며, 어느 정도 민심을 얻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새누리당 진영과 보수 언론들의 연합 공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므로 앞길이 결코 녹록지 않으리라 예상한다. 그래도 큰 이변이 없는 한 박원순이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새누리당에는 박원순에 맞설 만한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 6월 지방선거에서 박원순이 당선된다면 유언처럼 ‘황제의 기운이 있는 땅’을 얻게 되는 셈이다. 서울시장은 언제나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자리이므로, 주변에 인재들도 모여들 것이다. 4년 동안 자신의 기량을 보여준다면 2017년 대선 국면에서 강력한 면모를 지닌 후보자로 탈바꿈해 있을 것이다. 유표 같은 문재인, 손책 같은 안희정을 일거에 제압할 조조 같은 후보가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원순은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시장직 수행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쉬운 감이 있지만 그의 용단에 박수를 보내며, 그 선언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만약 재선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서울은 유장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말 상상하고 싶지 않은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