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익점은 성리학을 공부한 큰 선비였다. 고려 말 성리학자인 이곡에게서 그의 아들 이색과 함께 동문수학한 문익점은 ‘먹을 것과 입을 것을 하늘로 여기는 것’이 바로 성리학의 참뜻이라고 배운다. 그런 까닭에 문익점과 이색은 원나라 농서인 《농상집요》를 통해 농사일과 옷감 짜는 일에 관심을 두면서 ‘목화’를 처음으로 알게 된다. 이후 과거에 급제한 문익점은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덕흥군 반란 사건에 동조하여 더 이상 관리의 길을 걸을 수 없게 되면서 중국 땅을 이리저리 헤매며 방황한다. 그때 눈으로 목화를 직접 본 문익점은 비록 실패한 관리일지는 모르지만 “헐벗은 백성들에게 목화로 만든 따스한 옷감을 나눠 주는 것이야 말로 진짜 선비의 길‘임을 깨닫는다. 비록 학자나 관리로서 이름이 그리 높지 않지만, 문익점의 이름을 빛나게 한 것은 이처럼 사람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실천한 큰 선비였기 때문이다.
한편 목화씨 열 톨을 갖고 고향으로 돌아온 문익점은 장인인 정천익을 찾아간다. 그리고 농사일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던 정천익의 도움으로 ‘한 톨의 성공을 위한 아홉 톨의 실패’ 끝에 목화 재배에 성공한다. 그러나 문익점과 정천익은 목화 재배에 성공했지만 또 다른 문제에 부딪힌다. 바로 목화솜에서 실을 뽑아내고 옷감을 짜는 기계를 만들어 내는 것! 평소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농사 기술을 개발해 온 과학자 정천익은 어부와 도공의 지혜를 빌려 기계를 만들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때 원나라 승려 홍원을 만나 마침내 실 뽑는 기계를 만들고, 여종의 탁월한 손재주로 목면을 짜서 무명옷을 만들게 된다. 이처럼 목화에서 실을 뽑아내 무명옷을 만드는 데 성공한 비결은 지혜와 지식을 함께 나누고자 했던 고려 사람들의 숨은 노력이었다.
1. 각 시대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던 참신한 인물을 소개한다. 푸른숲의 역사 인물 이야기에서는 많은 새로운 인물을 만날 수 있다. 수천의 목숨을 살린 조선의 거상 김만덕, 최초의 여성 의병 대장 윤희순을 비롯해 조선의 마르코 폴로 최부, 조선의 반기문이었던 홍순언 등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의 삶을 살아 낸 우리 역사의 숨은 위인들이다. 이 인물들의 다양한 삶을 통해 어린이들은 자신의 미래적 가치를 다져 줄 역할 모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 One Person, One Theme_역사로 인물을 읽자, 인물로 역사를 보자 푸른숲 역사 인물 이야기는 역사 이야기로 읽히기를 지향한다. 그러기에 시대적 배경 복원에 각별한 심혈을 기울였고, 어린이들이 한 인물을 그 시대적, 역사적 맥락 위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제주의 빛 김만덕』에서는 제주도의 역사를, 『노래하는 여전사 윤희순』에서는 역사 속에서 노래가 갖고 있는 힘을, 『동방의 마르코 폴로 최부』에서는 표류의 역사를 살펴보는 등 각 권마다 인물의 가치를 곱씹어 볼 수 있는 사건을 부록으로 두어, 재미있는 인물 이야기와 더불어 알지 못했던 새로운 역사에 대한 지식과 정보도 함께 읽어 나갈 수 있다.
3. 꼼꼼한 자료 조사, 답사 등으로 역사의 진실에 다가선다 기존 위인전에서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은 ‘위인 예정설’에 뿌리를 둔 인물의 영웅화이다. 어린이 책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인물의 탄생과 소년 시절의 모습을 억지로 만들어 넣는 일도 많았다. 그것의 허구성 또한 문제이지만 개별적인 인물의 캐릭터가 없어지고 천편일률적인 어린이상, 인간상이 되풀이되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푸른숲 역사 인물 이야기’는 기존의 익숙한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충실한 자료 수집과 답사 등을 통해 얻은 일차적인 자료 위에서 역사적 배경을 복원하였다. 최근의 연구 성과를 포괄하는 꼼꼼한 문헌 조사와 책상에 앉아서 머리로만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 인물의 삶의 자취를 따라 걸어 보았던 여러 번의 답사는, 어린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인물의 진실된 삶을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