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데이터는 정량 데이터처럼 명확하게 이해하고 분석하기 어렵습니다. UX 리서처, UX 디자이너, 프로덕트 매니저처럼 데이터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들도 숫자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 정성 데이터에 자주 난감함을 표현합니다. 그렇다고 정성 연구를 하지 않으면 우리 주변에 공기처럼 존재하는 수많은 말과 글로 이루어진 데이터를 놓치고 사용자 경험과 감정에서 비롯된 불확실성을 해결할 기회도 잃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정성 연구는 믿기 어렵다’라는 오해를 풀고, 정성 연구를 깊이 이해하여 정성 데이터를 더욱 설득력 있게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정성 연구는 사람들이 경험하고 해석하는 현실을 이해하는 해석주의에 기반합니다. 즉, 많은 사람의 ‘객관적인’ 관점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유저 그룹의 주관적인 세계관과 그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떻게 경험하는지 깊이 파악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 p.58

정성 연구에서는 ‘객관성’이란 개념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성 연구가 속한 해석주의에서 ‘현실’은 그 현실을 경험하는 주체와 분리하여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실은 경험하는 사람에 따라 구성되고 또 해석되는 것이죠. 따라서 정성 연구에서는 ‘경험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현실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p.64

연구 여정 가이드의 역할은 이해관계자에게 우리가 함께 갈 연구의 여정을 미리 보여주고 각 단계에서 해야 할 일과 기대치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가능한 한 모든 단계에서 이해관계자와 함께 의사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리서처가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에는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 p.72

물론 사용성이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저가 겪고 있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아무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이라면 아무리 잘 만들고 사용성이 좋아도 사용하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요.
--- p.85

정성 연구의 목적은 모든 유저를 대표하는 데이터를 얻는 것이 아니라, 특정 그룹의 견해와 시각을 연구하여 연구 결과가 그 그룹에 이전 가능한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참여자가 타깃 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야 하며 이 단계에서 타깃 그룹이 가진 특정 조건을 갖춘 유저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p.126

설문 조사를 ‘정성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설문 조사 결과를 수치적으로 분석하는 정량적 접근이 아닌, 정성 연구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때 스크리닝 설문을 통해 정성 연구에 적합한 응답을 선별하거나, 다이어리 스터디에서 서술형 중심으로 질문하여 응답자의 경험이나 감정을 깊이 탐구하는 방식이 이에 해당합니다.
--- p.180

리서치 임팩트를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설득입니다. 설득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리서치의 타당성을 설득하는 것이고, 둘째는 연구 결과를 사용하게끔 설득하는 것입니다. 이때 정성 연구 기술을 제대로 익히고 있으면 ‘이 연구 결과를 왜 써야 하는지’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습니다.
--- p.204

실제로 제가 일했던 글로벌 회사 리서치팀의 인사 평가 기준은 ‘얼마나 많은 리서치를 했느냐’가 아닌 ‘리서치 이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느냐’입니다. 리서처는 단순히 리서치를 수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리서치 임팩트를 만들어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