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 없는 베드신을 좋아한다. 애들은 싫어하지만 아이와 하이파이브 하는 건 좋아한다. 낮잠을 자던 강아지가 갑자기 놀란 듯 깨어나더니 후 하고 한숨을 쉬고 다시 잠을 청하는 모습에 삶의 어떤 신랄함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이 퀴즈라면 예술은 힌트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퀴즈에 답을 하기 위해 노래를 만들고 에세이를 쓴다. * 공식 사이트: http://bobbychung.com * SNS: http://twitter.com/Bobby_Chung
연애의 본질은 승리가 아니라 패배, 그것도 아주 처참한 대패여야 하지 않을까. ‘당신이 보고 싶다’는 기분 앞에 보기 좋게 당하고만 루저들끼리 의기소침하게 시작하는 연애야말로 그 무엇보다도 사랑스러운 사랑이 아닐는지. _‘패배로서의 연애’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그 사람이 내게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오면, 그건 그 어떤 보석보다 찬란하게 반짝일 것을 안다. 나는 그 광원(光源)을 조그만 원석으로 만들어 넷째 손가락에 끼고 다닐 것이다. 여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알려주기 위해서. _‘보고 싶다는 말’
적어도 로맨스에 있어서만큼은 달리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믿을 수 없는 말을 뱉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참을 수 없는 기쁨에 자기도 깜짝 놀랄 정도로 크게 웃게 되는 세계에서야말로 연애는 벌어져야 하지 않을까? 앞뒤가 맞아서 안심하게 되는 사람의 준비된 품에 안겨, 돌연한 우주적 의문에 늘 똑같은 답을 준비하고 있는 입에 키스하는 게 진짜로 네가 원하는 거란 사실을 나는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내가 아는 네 얼굴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극적인데, 네 빛나는 눈동자를 처음 본 이래 내 밤은 이렇게 쭉 내내 백야인데, 네가 긍정하고 부정하며 망설이는 동안 보여주는 그 모든 제스처에서 나는 러시아의 발레와 하와이의 훌라 춤까지 수없이 많은 무용의 움직임을 보고 있는데 말이야. _‘나를 거절한 당신에게’ 불편의점은 편의점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상품을 진열한다. 에프킬러와 타바스코 소스가 섞여 있을 것이고 꼬깔콘 옆에는 콘돔이 놓여져 있을 것이다. 응급 상황에 상품을 잘못 가져갔을 경우에도 그럭저럭 목적을 성취할 수 있기를 바라는 불편의점 일동의 배려다. (…) 나는 불편의점의 점장이 되고 싶다. 하루에 한 번씩 들러서 청결상태와 알바생의 근무태도를 점검하는 일은 나의 기쁨이리라. 내가 들어왔는데 큰 소리로 ‘어서오세요!’라고 외치거나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따위 인사성 투철한 알바생에게는 혹독한 감봉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 매대 사이가 너무 넓어서 다니기 쾌적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쓸 것이다. _‘불편의점의 점장이 되고 싶다’
내 본명을 지지리도 싫어하는 탓에 개명신청을 고려한 적도 있다. 하지만 관두었다. 남들 앞에 나서서 뭔가를 표현하는 직종으로서, 행정절차에서 유용히 쓸 수 있는 이름 하나를 굳이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아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름도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복처럼 여길 수 있다. 나는 최악의 상황에서 최악의 아이덴티티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