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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님이 우리 집에 굴러들어왔습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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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님이 우리 집에 굴러들어왔습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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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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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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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0.64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2.7만자, 약 0.9만 단어, A4 약 18쪽?
ISBN13 979115682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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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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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든, 그 인간들 입장에서 난 기적을 내려준 위대한 존재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인간이 제일 먼저 기대는 게 뭐야?”
종교. 그러니까…… 신.
자신들을 절대 지지해주는 코앞의 신을 두고 갔다.
적대국에 가까운 나라에 사신으로 파견될 정도의 머리를 지닌 사람들이.
그것도 때마침, 그 신에게서 원하던 것을 얻은 직후에.
‘아니 이건 뭐, 구제해줄 길이 없네요, 조상님.’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먹튀(?)한 조상님 업보가 왜 자신한테로 온 것인가.
“왜 하필 나야? 조상님 자손이 나 하나는 아닐 텐데.”
“직계니까. 족보 확인, 내비(?) 확인 다 마쳤어.”
“족보는 알겠는데 내비라니? 내 몸에 무슨 추적장치 심어놨어?”
“비슷해. 그 여자 배 속에 애가 생긴 순간부터 위치를 알 수 있어. 애를 일종의 계약서라고 치면, 원본은 딱 한 부인 셈이잖아? 그걸 갑과 을이 작성했는데 보관 위치를 갑만 알고 있으면 불공평하니까.”
“그런데 그 계약서가 천 년을 돌고 돌아 지금은 나다?”
“응. 흩어진 후손들은 모두 알 수 있는데 그중 누가 진짜인지는 확신이 안 섰어. 신이라 해도 아는 만큼 보이는 거거든. 족보를 보고서야 여기저기 흩어진 불빛들 중 이 동네에서 빛나는 네가 최종전승자로구나, 라는 걸 알게 됐지.”
“불빛?”
“그 애의 후손들은 죽기 전까지 반짝반짝 빛나. 지도를 펴놓고 보면 그 지도의 정밀함에 따라서긴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어.”
“……그래?”
시윤은 어두워진 낯빛으로 뭔가를 생각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젓고는 “근데.” 하고 운을 뗐다.
“정확히 내가 뭘 해줘야 되는 거지? 말로야 아빠니 뭐니 해도 진짜로 당장 네가 내 딸이 될 순 없잖아.”
포장을 정성스레 했지만 알맹이는 즉 ‘내가 뭘 해주면 떨어져 나갈래?’다.
하지만 월아는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럴 수야 없지. 인간 부모에게서는 인간 딸이 태어나야 하니까. 그러니 얼른 내 엄마감을 찾아서 후딱 애 만들어.”
“…….”
“네 애로 내가 태어나는 거야. 맏딸은 살림밑천이라는 옛말도 있는데 첫애가 쓸모라고는 없는 아들이 아닌 딸이라니, 넌 복 받은 거야. 거기다 이만하면 그리 하자 있는 외모는 아니니까 튜닝(?) 비용도 안 들 거고.”
외모는 하자가 없지만 성격이 하자가……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기어 올라왔지만 시윤은 꿀꺼덕 삼켜냈다.
결론으로 시비가 붙어선 안 된다.
자고로 시비의 끝에는 타협과 협상이 따르게 마련이고 그 수순까지 갔다가는 전제, 즉 ‘그럼 내가 이만큼 양보해줬으니 네 딸로 태어나도 되겠지?’를 얼결에 인정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취업 관련 직장생활특강을 듣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며 시윤은 잠시 머리를 굴렸다.
“있잖아. 넌 인간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는 인격적으로 훌륭한 신님이지?”
“아니.”
“……왜, 왜?”
당황한 시윤에게 월아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 자유의지도 묵살당하고 산 판국에 남 챙기게 생겼어? 게다가 선행을 베풀어봤자 남는 건 사기뿐이라는 걸 몸소 경험했잖아. 착하면 손해 보는 거야. 악착같이 남을 밟고 일어서야 자신의 행복을 쟁취할 수 있다는 게, 내가 천 년간 세계일주를 하며 느낀 인류 공통의 인생관이지. 본받을 만했어.”
“…….”
세계일주를 하며 만난 인간들이 죄다 베니스의 샤일록이 아니고서야…… 시윤은 절망했지만 그래도 기왕 내뱉은 거, 시도는 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완전 거짓말도 아니니까.’
“나, 독신주의자야.”
“…….”
월아의 낯빛이 싸하게 식는다.
하지만 뒤이어 내뱉은 말은 시윤의 기대치와 예상치를 뛰어넘어…….
“날 편부나 편모 슬하에서 큰 아이로 만들 작정이야?”
……이게 아닌데.
“저, 저기 그 이전에 일단 난 결혼을 안 할…….”
“옛날에도 혼전임신 쌔고 쌨어.”
“아니 그건 결국 최종에는 결혼…….”
“결혼 안 한다고 애 못 만들어? 동거 있잖아, 동거.”
“난 동거도 안 할…….”
“원나잇 스탠드!”
“…….”
무슨 신이 이러냐.
기가 막혀 잠시 말문이 막힌 틈을 타, 월아가 강펀치를 날린다.
“혹시 종교계에 입문해서 평생 순결을 지키며 살겠습니다, 는 아니지?”
“아! 딱 그…….”
“어느 신을 믿는지는 몰라도 거짓말했다간 그 신한테 천벌 받는다?”
“…….”
“그리고 설사 진짜 그렇다 하더라도, 의학의 힘이 있잖아. 불임클리닉, 정자은행 같은 건 폼으로 있나.”
“…….”
“포기하고, 여자부터 구하지? 결혼을 안 한다는 게 연애 포기를 선언하는 건 아니잖아. 잘 생각해봐. 피차 좋은 거라고.”
“……대체 뭐가!”
자신도 모르게 버럭 소리가 튀어나온다.
“입장 바꿔 생각해봐! 가진 거 없이 허덕허덕 살아가는 놈한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선 내가 저지른 것도 아닌 일에 책임을 지라니! 거기다 뭐? 애를 만들어? 무슨 공장에서 인형 찍어내냐? 사람을 대체 뭘로 보는 거야? 나는 그렇다 치고, 상대 여자는 또 뭐가 되는 건데? 존귀하신 신님께 인간은 그렇게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려는 넌 대체 뭔데?”
“…….”
“자식은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는 말이 있어. 그럼 그 반대도 해당돼야지. 네가 부모로 날 선택할 수 있다면, 나도 마찬가지여야 하는 거 아냐? 내가 왜 널 딸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전생에 신님이셨던 분을 딸로 받들어 모시고 살라 이거야? 아이고, 부담스러워서 이거 살겠나!”
“……인간이라 이거지.”
“뭐?”
눈을 착 내리깐 채 팔짱을 끼고 나직하게 중얼거리는 폼이 어째 예사롭지 않다.
월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자연히 시윤을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천천히 입을 연다.
“운명은 정해지는 거지 만들어가는 게 아냐. 물론 인간인 네 입장에선 납득할 수 없겠지만, 단지 인간은 방향성을 뒤틀 수 있을 뿐이야.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야 한다는 운명은 바꿀 수 없지만, 어떤 날에 어느 쪽 차선을 타느냐에 따라 안전하게 도착하느냐 비명횡사하느냐가 갈린다는 거지. 그것만 가지고도 인간은 운명을 바꿨다고 해. 하지만 애초에 운명은 오늘 죽는다, 를 명시하지 않았거든. 명시되었다면, 차선을 바꿨어도 죽는 건 필연이었어야 하잖아? 말 그대로 운명이니까.”
“…….”
“더 쉽게 설명 안 하면 이해 못하니? 리액션이 없다?”
“아, 아니. 이해했어. 그 정도 머리는 있다고.”
방청객도 아니고 리액션에 따라 자신의 두뇌 수준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를 얼결에 받아들이는 시윤.
“모든 걸 갖출 순 없다는 말, 들어봤니?”
“응.”
“업보라는 말은?”
“그것도…….”
하나하나 동의를 구하듯 확인 받는 게 수상쩍다. 이러다 얼결에 예스맨이 되어 이 황당무계한 사태를 받아들이게 되는 건 아닐까.
의심이 싹트는 와중에 월아가 여전히 내려다보는 모양새로 말을 이었다.
“넌 내가 나타난 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겠지만, 복권에 당첨된 사람에게도 그건 마찬가지일 거야. 받아들이기 나름인데, 입 닫아. 아직 안 끝났어.”
포스 작렬.
급 찌그러든 시윤에게 이른바 신님의 거룩하신 음성이 이어졌다.
“천 년을 이국땅을 돌고 도는 신세가 어땠는지 넌 몰라. 그 사이에도 네 조상들은 줄줄이 자식 낳고, 전쟁을 숱하게 겪고 왕조가 교체돼도 잘만 살아남더라? 그걸 지켜보는 내 심정이 어땠을 거 같아? 근데 조상이 한 거니 넌 모르는 일이라고? 내가 무슨 원수를 갚겠대, 아니면 전 재산을 내놓으래? 그냥 내 바람은…….”
아아, 불길하다. 차분하긴 한데 음성 끝이 떨리고 있다. 이건 백 퍼센트 여자들 특유의 울먹울먹의 신호탄이다.
“자자, 진정하고 정리 좀 해보자. 응?”
자신도 모르게 우쭈쭈 달래는 음성이 나오는 걸 피할 길이 없다는 게 서글플 뿐.
“그러니까 이를테면 넌…… 음, 채권자인 거야. 딸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당연히 요구할 권리가 있지.”
끄덕끄덕.
대답 대신 고개 끄덕거리는 폼이 40초 후엔 눈물 그렁그렁 목메어 엉엉 발사 대기다.
“그리고 나는 채무자인 셈인데, 그럼에도 갚을 의무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어. 왜냐하면 네가 내 조상과 계약할 때 내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으니까.”
월아의 볼이 초거대불만을 담고 부풀어 올랐다.
순간적으로 볼을 잡아 쭉쭉 늘리거나 손가락으로 꾹 누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지만, 그랬다간 피라니아로 변신해 달려들지도 모를 일이라 참아내고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네가 마땅히 받아야 할 것과 내가 해줄 수 없는 것 사이에서 합리적으로 조정을 해보자고. 무턱대고 서로 요구만 하지 말고.”
“……응. 너 착하구나.”
“…….”
착해서가 아니라 말을 번드르르하게 했을 뿐이고, 현재로선 넘사벽이지만 일단 로스쿨 지망생이어서 있어 보이는 말을 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으로서 저런 말을 들으면 양심이 찔린다.
‘독립투사 후손을 만난 친일파 후손의 심정이 이럴까…… 안 돼! 정신 차리자. 마음 약해지면 끝장이다.’
과속스캔들은 영화라서 낭만인 거고, 현실은 불투명하다 못해 암담한 미래를 가진 초라한 대학생이다.
현실.
시윤은 칼처럼 날이 선 현실 속에 난데없이 뚝 떨어진 환상덩어리에게 입을 열었다.
“팩트는 너에게 나 말고 다른 대안은 없다는 거.”
“응.”
“만약 내가 끝까지 거부하면 어떻게 돼? 협박, 폭력 이런 거 말고 제대로.”
“……기다려야지.”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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