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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샤 꽃나무 아래에 앉아서(개정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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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샤 꽃나무 아래에 앉아서(개정판) 4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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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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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0.81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6.8만자, 약 5.5만 단어, A4 약 106쪽?
ISBN13 979115682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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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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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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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은 주변에 다가오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때때로 파티장 안을 둘러보았다. 혹시라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이야기라도 한 번 해봐야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모습은 볼 수 있었다. 눈에 띄는 외모인 만큼 안 보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다가가기엔 너무나도 사람이 많았다. 게다가 전부 기사, 아니면 각국의 유수한 요인들뿐. 자신의 사촌오빠인 케인 후작이라면 모를까, 그녀가 선뜻 다가갈 수는 없었다.
“황녀님께서 피곤하신가 봐요. 쉬러 들어가셨군요.”
옆에서 누군가가 하는 말에 그녀는 위쪽에 마련된 황녀 전용의 쉼터를 살짝 쳐다보았다. 곧 베일을 걷은 아름다운 영애들이 하나씩 그곳을 빠져나왔다.
“베일을 걷으셨군요. 여전히 아름다우신 분들이세요. 후후훗.”
“스스로 걷어도 괜찮은 건가요?”
“아, 델티브하고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처음 온 영애는 남성분이 벗겨주는 것이 원칙이지만, 아닌 경우에는 스스로 걷어도 상관없답니다. 황녀님의 수행으로 오신 영애들은 사교계에서도 그 아름다움과 현명함이 자자한지라 이미 전부 연인이나 약혼자가 있으시지요. 이미 여러 번 수확제 파티에 참가하신 분들이세요.”
생각보다 델티브와 제국의 문화는 자잘한 부분에서 차이가 났다. 오기 전 열심히 배우기는 했지만 급하게 익힌지라 아직 모르는 암묵적인 규칙이 꽤나 많았다. 그럴 때 케인 후작은 솔직하게 물어보라고 그녀에게 조언해주었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물어보는 건 오히려 개방적이고 관대한 사람으로 비춰진다고 말이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지친 이온 공주가 잠시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데 황녀의 쉼터에서 누군가가 커튼을 걷고 나왔다.
‘저 사람이다.’
성만 알고 있었다. 디에노안 남작 영애. 베일에 가려져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드러난 머리카락의 색은 그녀가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연분홍색이었다.
‘그 소년과 같은 얼굴이라면 틀림없이 아름답겠지.’
옆에서 이야기를 하던 작은 영애가 어느 순간 눈을 빛내면서 달려가버려 이온 공주는 동생이라는 슈페리안이 누군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누군가가 정성껏 만든 것이 분명한 아름다운 예복을 입은 소년은 확실히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멋진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 어린 나이인지라 얼굴에 아이의 모습이 남아 있었지만 또렷한 연보라색 눈동자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쌍둥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닮았다고 했어. 슈페리안 디에노안의 나이가 열네 살이라고 했으니 적어도 그보다는 위겠지. 한창 피어날 때다.’
부채로 가볍게 얼굴을 가렸지만 눈은 계속 쫓았다. 내려오자마자 그녀의 친구들인지 몇 명의 사람들이 주위로 다가갔다. 아까 전에 자신과도 인사를 나누었던 사람들이었다. 아카데미의 회장이라는 셀빈 드로이카와 그녀의 약혼자, 그리고 역시 아카데미 학생인 타미안이라 자신을 소개한 귀여운 소녀. 멀어서 들리지는 않았지만 입이 움직이는 걸로 봐서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꽃 같은 소녀들과 가볍게 대화를 나눈 뒤 엘시가 밖으로 나가자, 순간 이온 공주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쫓았다. 물론 자신도 그저 밖에 바람을 쐬러 나가는 것처럼 위장하고서.
그런데 갑자기 멀리서 따라가던 그녀의 발걸음을 멈추는 일이 일어났다. 바로 다른 쪽에서 라인트가 튀어 나온 것이다. 당황한 그녀는 잽싸게 커다란 기둥 뒤로 숨어서 숨을 골랐다. 너무 놀란 나머지 손수건으로 입을 막을 정도였다. 기사들의 말로는 소드마스터 정도의 경지가 되면 숨소리만으로도 인기척을 알아챌 수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녀는 쿵쿵 뛰는 심장을 내리누르며 필사적으로 자신을 공기에 녹아들게 하려고 노력했다.
무언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멀어서 그녀는 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대충 내용은 짐작할 수 있었다. 잠시 뒤 라인트는 가볍게 엘시를 안아 들고 정원 깊은 곳으로 들어가버렸으니까.
달콤한 연인의 밀애를 훔쳐본 것 같아 순간 공주의 얼굴은 달아올랐다. 이건 몹시 부끄러운 짓이었다. 적어도 자신이 아는 상식선에선.
하지만 그와 동시에 뭐랄까 약간의 호기심도 생겼다. 그녀는 이제껏 기사들과 왕인 아버지를 제외하고는 남자를 만난 적이 거의 없었다. 당연히 연애의 경험도 전무했고, 이런 쪽에 대한 모든 지식은 그저 책을 통해서 익혔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또다시 뒤를 쫓았다. 누가 물어본다면 길을 잃었다고 대답해야겠다는 핑계를 준비하고서. 그리고 본의 아니게 정말 길을 잃어버렸다.
제국의 황궁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이 잘못이었는지 그녀는 자그마치 사십 분가량을 헤매게 되었다.
“큰일이야. 이래선 파티장에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어.”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꾹 눌러 참은 채로 그녀는 계속 걸었다. 어떻게든 자력으로 길을 찾아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드디어 어디로 가는 길인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길을 발견했다. 커다란 나무와 예쁘게 깎인 정원수들이 줄지어 서 있는 걸 보니 밖으로 나가는 길인 것 같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니었다. 게다가 이미 먼저 와 있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급히 자신의 모습을 살펴본 공주는 드레스 자락에 묻어 있는 나뭇잎과 땀에 젖은 얼굴이 그다지 보기 좋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자각하고는 풀숲에 숨었다. 그리고 오라버니가 챙겨준 초소형 마법망원경으로 와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래 살펴보았다.
‘세상에.’
속으로 그녀는 감탄사를 내었다. 벤치에는 날개만 없다 뿐이지 천사가 앉아 있었다. 커다란 눈망울이 또르르 굴러가는 모습이 여자인 자신조차도 반해버릴 것 같이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드레스 자락을 보고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베일을 쓰고 있던 그 사람이라는걸.
망원경을 쥐고 있는 손이 바르르 떨렸다. 해사하게 웃는 모습이 눈부셔서 그 앞에 서면 누구라도 멍해질 것 같은 그런 사람이었다. 공주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오라버니, 전 무리입니다. 제가 그라 하여도…… 저 사람을 사랑할 겁니다.’
이온 공주는 자기의 외모와 지위에 대해 자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너무나도 쉽게 포기해버렸다. 무리였다. 공주로 자란 자신은 저 라인트 경에게 저런 미소를 지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며칠 동안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공주라는 자신의 지위는 저 라인트 경에게 결코 이득이 되지 못했다. 이미 충분히 많이 가지고 있는지라 너무 과한 권력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었다. 그에게 ‘황태자와 나이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뛰어난 사촌형제’라는 평가는 양날의 검과도 같았다.
‘크라미아 후작가는 대단한 명문. 하지만 그래도 후작가. 지위는 공주인 내가 더 높다. 그러니까 거절한 것이었어. 오히려 에크리스 공작가의 사람들은 후작가보다 낮은 가문의 영애가 필요했던 거야. 명문가가 아니면서도 뛰어난 신붓감의 조건을 갖춘 그런 영애가.’
파고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자신에게 불리한 현실밖에 나오지 않았다. 무거운 머리를 짚으며 그녀는 다시 눈을 망원경 속의 렌즈로 고정시켰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은 나무에 둘러싸여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둘 다 차림이 방 안에 있는 듯 풀어져 있었다. 뒤에 나풀거리게 달려 있던 리본은 얌전히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고, 라인트는 조이는 단추를 몇 개 풀어둔 뒤였다.
파티장 안에서는 날카롭게 기세를 세웠던 그가 자그마한 소녀를 다정하게 끌어안고 볼에 입을 맞추는 모습이 보였다. 장갑을 벗은 맨손으로 자기보다 더 작은 손을 잡아 장난치는 모습이 놀라울 만큼 편안했다.
가까이에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정말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어스름한 불빛 아래 빛나는 하얀 볼을 마치 갓 태어나 솜털이 보송한 아기 새를 쓰다듬듯 그렇게 감싸고 있었다.
이윽고 조그마한 입술이 오물거리면서 어떠한 단어를 만들어내자 그는 너무나도 사랑스럽다는 듯 머리카락에 살짝 키스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품속에 꼬옥 파묻고 귓가에 무엇인가를 속삭였다. 갑자기 안겨서 놀랐는지 동그랗게 변한 눈가에 살며시 입술을 대고 점점 얼굴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본 이온 공주는 구두를 벗어 들고 서둘러서 그 자리를 벗어났다. 더 이상 보는 건 여러 가지로 위험할 것 같았다. 그들에게나, 자신에게나.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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