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거기있다가 그것을 목격했습니다. 하지만 그를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면 지금 말하시오. 휴가 조용히 말했다. 누가 그분을 죽였지요?아무도 그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신릭이 말했다.
--- p.271
밤의 고요 속에 유일한 동요를 일으키던 에일노스 신부는 바람처럼 스쳐 지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중에 캐드페은 생각했다. 그가 복수심에 불타는 분노의 신 같다고. 포어게이트로 내리꽂히면 사소한 작은 죄를 찾아내 그 죄인들을 파멸로 몰아가는, 썩은 고기를 찾아 다니는 갈가마귀 같다고.
--- p.85-86
그때, 교회의 문에서 스무 걸음 쯤 못 미친 지점에서 그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큰 키의 검은 모습이었다. 비스듬히 비치는 횃불빛에 그 아래를 지나는 그의 모습이 잠깐 드어났다. 그 그림자는 잠시 멈추거나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캐드펠의 곁을 스쳐지났다. 그리고 다시 어둠 속에 묻혀버렸다. 추위에 언 땅에 부딪쳐 울리는 기다란 지팡이, 넓게 펼쳐져 휘날리는 긴 옷, 굶주린 듯 앞으로 내민 머리와 어깨, 무섭게 굳어 있는 창백하고 긴 얼굴. 저수지 옆의 집들 중 가장 가까이 있는 집의 문이 잠깐 열렸다. 새어나온 불빛에, 어둠에 잠긴 그의 두 눈에서 두 개의 새빨간 불꽃이 일어났다.
중세 영국을 배경으로 뛰어난 추리력의 소유자 캐드펠 수사를 내세워 공포와 전율과 흥미를 동반하며 고도의 지적 게임으로 풀어가는 이 살인 미스터리는, 교묘하게 짜여진 중세의 어두운 미로를 종횡무진 헤쳐가면서 강력한 흡인력으로 읽는 이를 끌어당긴다. 화려하면서도 귑게 읽히는 문장, 빠르고 다채롭게 전개되는 스토리, 치밀하면서도 폭넓고 정확하고도 깊은 추리의 세계, 매혹적인 스릴 만점의 중세 스릴러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