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이 되었습니다.
저는 최종 합격 통지서를 받아 들고 기쁨에 널을 뛰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미친년 보듯 보았지만, 괜찮아요. 내가 바로 승리자니까요! 청년백수가 넘쳐나는 이 취직 암흑기에, 저는 몇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쟁쟁한 대기업에 취직을 했습니다.
암요, 대기업이죠. 그 이름도 찬란한! 제국의 황궁! 무려 황궁이니까요!
솔직히 요리사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가 아닙니까? 최종 합격 통지서를 받을 때까지 두근 반, 세근 반 마음을 졸이던 저는 너무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보니 머리에 꽃만 안 달았지 그냥 미친년이었던 것 같아요. 저와 함께 그 거리를 거닐었던 수많은 타인들에게 미안해지는군요. 추한 꼴 보게 해서 죄송해요…….
황궁은 정말 좋은 직장입니다.
일반 식당과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월급, 쾌적한 근무 환경뿐만 아니라 빵빵한 복지 혜택까지 주어진다고요. 일하다 다쳐도 돈이 나오고, 휴가도 제때제때 챙겨줍니다. 이것뿐이면 이렇게 널을 뛰지 않아요. 무려! 무려 퇴직금까지 챙겨준다고요! 1년만 일하면 퇴직금까지 두둑하게 챙겨서 나갈 수 있어요! 커리어도 쌓고요! 만약 지랄 같은 직장상사가 있어서 더러워 못해먹겠다 싶어도 딱 1년만 버티면 돼요.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어요.
와장창! 쿠창!
저는 어깨를 움츠리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네, 딱 1년만 버티면 돼요.
“저, 요리사, 오라는데요……?”
조심스레 말을 전하는 저 남자에게 무슨 죄가 있나요. 버틸 때까지 버텨보았다고 생각했더니 역시 제 차례가 돌아오는군요. 앞서 황궁을 나간 수많은 입사 동기들을 떠올리며 저는 눈물을 머금었어요. 아직 두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지금 나가면 퇴직금도 안 돌아오는데!
“네, 나갈게요.”
“요리사! 요리사 불러오라고! 빨리 좀!”
처형대를 향해 가는 죄수마냥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시종이 눈을 부릅뜨고 굼뜨게 움직이는 저를 노려봤어요. 댁이 내 입장이 되어봐요. 발걸음이 가벼워지나. 저는 종종걸음 치는 시종의 뒤를 졸졸 따라갔습니다. 황궁은 크고, 복도는 꽤나 길었는데, 오늘따라 짧게만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요.
뭐긴 뭐예요? 이 복도 길이가 내 목숨 길이니까 그렇죠.
“뭐 하느냐. 어서 열지 않고.”
저는 큽, 숨을 들이마시고 문고리를 비틀어 문을 열었어요. 동시에 제 머리 위로 온갖 음식물, 그릇, 컵 등이 날아옵니다. 으아아아! 이게 뭐예요! 그리 민첩한 몸을 타고나지 못한 저는 갑작스레 날아오는 물건들을 채 피하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버렸어요.
댕강! 데구르르.
“어?”
새파랗게 빛나는 은제 나이프가 제 가슴을 때리고는 발치로 굴러 떨어집니다. 저는 눈을 깜박거렸어요. 무거운 침묵이 가라앉은 가운데, 저는 제 앞에 선 사람의 눈치를 흘깃흘깃 살폈습니다. 무, 무서워요! 지릴 것 같다고요! 새파란 안광을 뿜는 두 눈동자가 마치 사람이 아니라 짐승의 것 같았습니다.
“너냐? 이 맛없는 쓰레기를 만든 요리사가?”
황궁은 정말 좋은 직장입니다. 저는 두 달 동안 황궁이 어째서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지 절실하게 깨달았어요. 흔히 말하는 선배의 텃세? 그런 거 없습니다. 선배들은 하나같이 절 불면 날아갈세라, 세게 쥐면 터질세라 곱게, 곱게 다뤄주셨어요. 말 한마디 험하게 하는 법이 없는 분들이십니다.
다 좋아요. 다 좋은데…….
다 좋으면 뭐해요? 동료, 복지, 환경…… 아무리 좋으면 뭐하냐고요.
월급 빵빵하고 복지 혜택 짱짱한 신의 직장, 황궁에는 지랄 같은 성질의 상사가 있었습니다. 위의 조건들이 황금처럼 반짝반짝하면 뭐해요? 지랄 같은 상사! 이거 하나면 끝이에요, 끝!
그래요, 지금 이 시대는, 바야흐로 폭군의 시대니까요.
“목 대.”
저는 이제 죽었어요. 엄마, 내 월급 잘 받아 챙겨놔야 해요.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