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너 죽은 사람 본 적 없지?"
"응..., 그래."
"나도 그래."
"그게 어떻다는 거야?"
모리의 눈이 반짝 빛났다. 무섭다.
"그러니까 말이야, 혼자 사는 할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죽는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어떻게 될 것 같냐니... 외톨이 할아버지가 죽는다면..."
어떻게 될까? 친구도 가족도 없이, 만약 마지막으로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아무에게도 들려줄 수가 없다면. 그 말은 방안에 가득 찬 공기 속을 방황하다가 이윽고 사라질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처럼. 죽고 싶지 않아, 괴로워, 아파, 억울해, 행복했어, 그런 모든 말들이.
"그걸 발견하는 거야."
"뭐?"
"할아버지가 혼자 죽는다, 그것을 말이야."
"누가?"
"우리들밖에 더 있어?"
--- pp 19~20
아주 오래 전에,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6억에서 8억 번 숨을 쉰다고 책에서 읽었다. 그때 나는 하루 종일 내 호흡 수를 세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아마 2학년 때였을 것이다. 호흡을 세다가 점점 숨이 막히고, 신경질적인 헛기침을 하고, 또다시 하나부터 세었다. 학교에서 공부를 할 때도, 밥을 먹을 동안에도... 엄마는 내가 계속 헐떡헐떡 숨을 쉬고 기침을 하자, 그만두라고 몇번이나 말했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숨을 쉬 수가 없어. 어떻게 숨을 쉬어야 하는지 모르겠어. 엄마, 나 죽을 것 같아."
나는 침대 속에서 매일 밤 울면서 그렇게 외쳤다. 처음에 엄마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내 베개맡에 앉거나 따뜻한 우유를 가지고 와 주었다. 그러면 나는 잠시 동안 안심했지만, 엄마가 없으면 또 불안에 휩싸였다. "숨을 쉴 수 없어. 죽을 거 같아."
--- pp 110~111
"할아버지가 할머니하고 헤어진 것은 틀림없이 그 일 때문일 거야."
나와 하라는 모리가 그렇게 말하기 전에는 생각도 못했지만,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는 남쪽 섬에서 여자를 죽였다. 만삭의 여자를. 그 기억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할아버지가 자기 집, 자기 부인, 자기 행복, 그러한 모든 것에서도 도망친 것이다.
"할아버지말고도 그런 짓을 한 사람은 많을 텐데..."
하라는 잠시 생각한 후 덧붙였다.
"그 여자가 귀신이 되어, 아기를 안고 할아버지를 찾아왔을 거야."
"엉뚱한 소리하지 마!"
모리가 무서운 표정으로 하라를 노려 보았다.
전쟁은 역시 좋지 않아."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모리는 땅바닥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태풍이 몰아치던 그 날, 할아버지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마치 봉투에 들어 있던 것을 하나씩 꺼내서 보여주는 것처럼, 할아버지는 지난 이야기를 다 들려주었다. 그것은 심한 비와 바람 탓이었는지도 모른다.
전쟁에서 돌아왔을 때 할아버지는 집으로 가지 않았다. 헤어져야 하는 이유도 말하지 않은 채, 행방을 감추어버린 것이다. 살아서 돌아왔다는 것조차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부인의 이름은 야요이. "결혼 전의 성으로 돌아갔을 테니까 고코 야요이일 거야. 예쁜 이름이지."
--- pp 139~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