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면이 좋지 않은지 차가 살짝 흔들렸다. 차의 균형을 잃을 정도는 아닌지라 운전대를 고쳐 쥔 유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도로 하고는.” 이런 트레일러와 공사 차량들이 계속 돌아다니니 단단한 아스팔트가 망가진 모양이었다. 썩 달갑진 않지만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이 이 길뿐이고 초행길이라 어디로 샐 도로도 없었다. 덜컹덜컹. 계속 요동치는 차에 유진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진짜 길 엿 같네.” 그때 운전하던 유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앞에 가는 트레일러에 실린 철근이 조금 요동친 탓이다. 두툼한 끈으로 단단하게 묶는 게 상식이지만 조금 덜 조여진 느낌이었다. 그르릉. 그릉. 아주 조금씩이지만 끈이 풀려 가는 게 유진의 눈에도 보일 정도였다. “저건 또 뭐야?”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유진이 차선을 바꿨다. 유진이 안도하기도 전에 또다시 인상을 구겼다. “저 차도?” 나란히 달리는 다른 트레일러에 실린 철근도 위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되면 최대한 거리를 벌리는 게 중요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뗀 유진이 룸미러로 뒤를 확인하며 브레이크에 발을 댔다. 그런데 뒤를 살피던 유진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어?” 뿌아앙! 뒤에서 2차선 도로를 모두 점령하며 달려오는 두 대의 덤프트럭이 보인 탓이다. 그 덤프트럭들은 유진이 속도를 줄이고 있음에도 멈출 기미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더욱 가속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덤프트럭들과 유진 차의 간격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앞에는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철골, 뒤에는 멈출 줄 모르는 듯 달려오는 덤프트럭들. 싸아악! 순간 불안한 느낌이 스친 유진은 솜털이 바짝 곤두서는 것 같았다. 분명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벌인 일이었다. “이런 예감은 좀 빗나가도 되지 않나?” 그렇다고 당황할 유진이 아니었다. 차 안 공기가 싸늘하게 식어 갔지만 유진의 얼굴에는 어이없는 미소가 떠올랐다. “이젠 아예 날 이 세상에서 지워 버리시겠다는 이야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