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학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내 하나만 말해도 되겠는가?” “네.” “자네가 무슨 고민을 하고 있을지 짐작이 가네.” “저에게 고민이 있다구요?” 민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딱히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재학은 고민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인지하고 있는 고민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고민. 민철의 경우엔 후자에 해당되었다. “앞으로 하게 될 고민일 수도 있겠지. 들어 보겠나?” 김재학은 푸근한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민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재학의 성품이 진중하니 허튼소리를 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을 해 주고 싶네.” “위기…….” 민철은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았지만 다른 이가 보기엔 자신에게 위기의 상황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소연이 보이는 걱정 어린 시선도 그렇고 말이다. “해결책은 자네 말대로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뿐이지. 하지만 공무원 사회에서 하는 일이라는 것이 대부분 해도 티가 안 나는 것들이야.” 민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왕 하는 것 인정을 받아야 하지 않겠나?” “그렇습니다.” “자네라면 홀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걸세. 이런 일을 한다는 것 자체도 자신의 역량을 내보이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말이야.” 김재학은 민철이 아무 말 없이 이번 일을 받아 든 이유를 눈치 채고 있었다. “하지만 조직이란 공룡은 혼자 끌어선 한 발자국도 움직이게 할 수 없다네.” “…….” “모두가 하나로 뭉쳐서 힘을 주어야만 움직이지.” 김재학은 변화를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