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천은 시간이 흐르자 일식의 정체를 알 수가 있었다. 야쿠자나 흑사회 같은 외국의 거대 폭력조직의 후계자가 아니라 초초초초천재로 유명한 아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만약 최태천이 조금이라도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었다면 그는 일식에 대한 복수를 포기했을 것이다. 개인의 총기소유가 엄격하게 금지된 대한민국이었다. 이런 나라에서 대낮에 총소리가 났다. 거기다 총소리가 난 곳은 방귀 제법 뀐다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고급 주택가였다. 경찰은 물론이거니와 군부대가 출동할 일이다. 하지만 둘 다 모두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신문에는 기사 한 줄 실리지 않았다. 이는 보이지 않은 곳에 앉은 높으신 양반이 언론 보도를 막았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최태천은 분노에 눈이 멀어 그런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복수로 가득했으니 말이다. 최태천은 조직원을 시켜 일식을 납치해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리고 그가 받은 수모를 갚으려 했다. 하지만 그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코드 제로. 일식이 대통령 경호실과 안기부로부터 부여받은 코드 네임이었다. 대통령을 가리키는 코드 네임이 코드 원이니 그에 대한 경호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최태천과 그의 조직은 모두 굴비 엮듯 엮여 버스에 태워져 모처로 끌려갔다. 그리고 그와 그의 부하들은 일식이 손수 맛있게 끓인 코렁탕을 먹어야 했다. 그것도 배가 터지도록. 최태천과 그의 부하들은 사람이 코로도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날 알았다. 만약 그가 죽도록 충성하겠다고 맹세하지 않았다면 아마 그는 지금처럼 세상구경을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