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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아스 마티아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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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아스 마티아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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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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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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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0.83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5.8만자, 약 5.1만 단어, A4 약 99쪽?
ISBN13 9791156823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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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한하연


쓰는 일이 좋아서 시작했다가 지금도 쓰고 있는 평범한 글쓴이.
동화와 귀여운 걸 좋아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면도 있는 그런 사람.

▣ 출간작

그녀는 수학을 배운다
엘핀느의 꽃
붉은 벨벳 위 하얀 진주 한 알
달콤한 말 세 방울
푸른 단검과 흰 장미
집(House)(단편집)
비밀의 숲(공저)
맑은 하늘 푸른 잎새
목련화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날 이후로 우리의 관계는 뭔가 좀 달라졌다. 겉보기에는 완벽하게 멀쩡했다. 평소처럼 말하고, 평소처럼 어울렸다. 그러나 샤미르도 나도 그날의 일에 관해서는 서로 언급하지 않았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했지만 사실 그 화제를 올리는 걸 껄끄러워하고 있었고, 샤미르는 뭔가 계속 말하고 싶어 했으나 내가 듣기 원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 챘는지 그때 일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샤미르는 달라진 게 없었다. 굳이 무엇이 문제였는지 짚자면 내 마음이었을 거다.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나는 서운하고 속상했고 그래서 더 그 화제를 올리고 싶지 않았다. 샤미르는 평소처럼 웃어주고 친절한데 내 마음 한복판에서는 뭔지 모를 거리감이 생겨서 자꾸 거리를 두게 되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난 정말 좋은 친구는 못 되는 모양이었다. 겉으로 내색 안 하려고 무진장 노력하고 있었으나, 샤미르는 어느 정도 감을 잡은 듯했다. 샤미르는 나와 다르게 눈치가 빠르니까. 그러나 샤미르는 나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도 달라진 게 없었다.
독한 놈.
근데 어째서인지 상대방이 태연해서 더 화가 난다. 아니, 화라고 부르기에는 다른 감정인데, 뭔지 정확히 모르겠다. 게다가 뭔지 모를 이질감. 나를 대하는 태도에는 전혀 다름이 없는데, 나 혼자 뭔가 다르다고 계속해서 느끼고 있었다.
7년이나 알았으니 어지간한 일은 웃으며 넘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생각보다 소심했나 보다. 그게, 그렇게 충격이었나? 납득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그때 그 순간에 괜찮다고 말해놓고 나서, 지금 와서 이러다니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샤미르가 나한테 잘해주니까, 기대치가 점점 올라가서 이러는 거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나는 의자에 앉은 채 책상바닥에 머리를 대고 누워 손가락으로 애꿎은 책상 위만 북북 문질렀다. 아까부터 펼쳐놓은 채 끝내지 않은 과제물이 책상 위에 듬성듬성 놓여 있었다. 샤미르가 누군가와 약혼을 한다. 그리고 누군가와 결혼을 한다.
예상했던 일이다. 언젠가는 해야 하니까. 그렇지만 샤미르는 가문의 필요를 맞추는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누군가와 하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아직 그런 여자는 없으니까 그때까지 아직 성별이 정해지지 않은 나를 상대로 자기 가문의 어른들과 거래를 했다. 삑삑, 삐빅. 저도 모르게 생각이 깊어질수록 책상 위를 세게 문지르다, 지문이 닳아버리겠다는 생각에 손을 뗐다.
‘샤미르는 그런 성격이란 거 이미 잘 알고 있었잖아. 그런데 뭐가 그렇게 속상하다고 그래. 샤미르가 그때 그렇게 말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잖아. 남자답게 이해해야지, 헤샤미온. 넌 도대체 왜 이러냐.’
「미안해.」
어지간해선 약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 샤미르가 그날 되풀이해서 사과하던 목소리. 흔들리던 눈동자. 그 순간, 나는 용서해주기로 마음먹었잖아? 그런데 뭐가 속상한 거야, 이렇게나. 나보다 먼저 결혼할 거 같은 거? 걔가 결혼한다고 친구를 헌신짝처럼 버릴 애도 아니고 - 샤미르는 자기 사람에 대한 인식은 아주 뚜렷했다. - 도대체 뭐가 문제야.
아아, 단답형 질문처럼 답이 확실한 거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이 나라의 수도는 어디입니까? 당신 부모님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당신 나이는 어떻게 됩니까? 지금 배가 고픕니까? 지금 기분이 나쁩니까?
네. 아. 진짜.
달칵. 문 여는 소리와 함께 카세리온이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오더니 소파 위로 털썩 주저앉으며 말을 걸었다.
“헤샤미온. 또 땅 파고 있냐?”
“아, 카세리온.”
“부모님이 너 숙제한다고 들어가서 땅 파고 있으면 좀 도와주란다. 너 저녁도 조금밖에 안 먹었다며?”
“응.”
“왜 그러냐, 요즘.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무 일도.”
“샤미르는 멀쩡한 거 같다만, 너만 왜 그러냐?”
“거기서 샤미르가 왜 나와?”
나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샤미르와 나와의 문제였으므로, 아무리 친형제라지만 카세리온에게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샤미르가 나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한 건 아니었지만 그건 친구 간의 기본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카세리온은 눈치 채지 못한 듯싶었다.
“아니, 그냥. 맨날 붙어 다니니까. 한쪽이 기분이 안 좋으면 다른 한쪽은 눈치 보기 마련이거든. 그런데 샤미르 녀석은 변함이 하나도 없는데 너만 이렇게 처져 있으니 보기 그렇다.”
“역시 너밖에 없다, 카세리온.”
나는 카세리온을 향해 손을 들어올렸다. 카세리온이 짝 소리가 나게 손바닥을 쳐주었다.
“훗. 이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는 거지.”
“그런가…….”
“샤미르가 물먹였냐?”
나는 뜨끔했지만 얼굴에 내색하지는 않았다. 나는 거짓말은 잘 못하지만, 상대를 위해 침묵을 지키는 방법은 알고 있다. 내가 말이 없자, 내 침묵을 멋대로 해석한 카세리온이 자기 질문에 스스로 답했다.
“하긴, 다른 놈들한테는 몰라도 그 녀석이 너한테 그럴 리는 없지.”
나는 여전히 책상에 고개를 처박은 채로 카세리온 쪽으로 머리 위치만 조금 바꾼 채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해? 평소에는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면서 샤미르에 대해서 좋게 말하다니.”
참 묘한 게, 샤미르와 카세리온은 아옹다옹은 하지만 사이는 나쁘지 않다. 가끔 생각하는데, 아마도 나와는 다르게 둘은 서로에 대해 좀 더 다른 관점으로 보고 있다 싶을 때가 있다.
“그래도 그놈이 널 끔찍하게 생각하는 건 사실이니까.”
카세리온이 못할 이야기를 한다는 식으로 손을 휘휘 저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의외의 대답에 말똥말똥 카세리온을 쳐다보자, 카세리온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나에게 다가왔다.
“너, 나랑 어릴 적에 한 약속 기억하지? 우리는 절대로 같은 성별로 가는 거야. 알았지?”
“응. 당연하잖아.”
끄덕끄덕, 여전히 고개는 들지 않은 채 나는 긍정했다. 성격은 판이하지만 사이는 좋은 우리는 어릴 때 약속했다. 체력적인 여건이 더 좋고, 더 많은 책임이 따르지만 임신이나 출산 등을 겪지 않아 하고 싶은 일을 더 마음껏 할 수 있는 남자가 되기로. 게다가 성별이 다르면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커서 친밀함은 덜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약속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러나 내 대답이 성에 차지 않았는지 카세리온이 늘어져 있는 나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더니 내 어깨를 두 손으로 단단히 잡고 주지시키기 시작했다.
“나는 솔직히 네가 어떤 성별이 되든 내 소중한 혈육이지만, 그래도 여자는 안 되겠다. 누가, 아니 샤미르가 여자가 되라고 해도 절대 듣지 마.”
나는 늘어진 채 답했다.
“앞뒤 말이 안 맞잖아, 카세리온.”
“네 녀석은 바보는 아닌데 사람이 너무 좋아! 게다가 샤미르 녀석이 제 좋을 대로 꾀면 넘어가버릴지도 모른다고!”
“그러니까 왜 갑자기 자꾸 그렇게 생각하는데?”
“만약에 네가 여자가 돼도 샤미르는 절대 안 돼!”
나는 기가 막혀서 대꾸했다. 벵상 동상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라서 갑자기 가슴 한복판이 욱신욱신하기 시작했다. 카세리온 이 녀석, 뭔가 알고 있는 거 아냐?
“어디다 지금 갖다 붙이는 거야? 너 뭐 들은 거 있어?”
“들은 건 없어!”
카세리온이 너무 당당하게 말해버려서, 나는 갑자기 웃음이 나와버렸다. 뭐야, 이 녀석. 그런데 뭐가 걱정이야? 그러나 내가 풋 하고 웃어버리자, 자기 말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했는지 카세리온의 말이 더 열렬해졌다.
“샤미르는 안 돼. 샤미르 녀석, 그래, 인정하지. 자기 사람한테는 잘하지만, 꿍꿍이가 꽤 있는 녀석이야. 절대 알리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일은 절대 들키지 않은 채 몰래 해치울 수 있을 정도로 음흉한 녀석이라고.”
“물론 샤미르가 그런 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우리 친구야, 카세리온.”
“친구로서는 괜찮지. 친구로서는! 하지만 그 이상은 안 돼. 게다가 샤미르네 집은 굉장히 엄격하다고. 너나 나처럼 자유로운 가풍에서 자란 사람들은 그런 데 가면 숨이 막혀서 죽어버릴 거다. 그 녀석 차남이기는 하지만 형이 거의 독신을 선언하다시피 했잖아. 그렇다면 후계에 대한 기대는 당연히 그쪽으로 쏠리게 돼. 물론 독한 샤미르 녀석이라면 어지간한 공작으로 최대한 막겠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카세리온.”
“어떤 여자가 갈지 몰라도, 어지간히 강한 사람이 아니면 안 돼. 격식도 체면도 상당히 따지는 집안인데다가 막강한 권세를 가진 만큼 물러서지도 않아.”
“카세리온.”
“친구로서는 추천이지만, 샤미르가 문제가 아니라 그쪽 환경이 문제인 거야.”
“카세리온, 너 지금 무지 이상한 방향으로 앞질러 가고 있는 거 알아?”
나는 카세리온의 손에 잡힌 채 가만히 흥분한 카세리온과 눈을 맞추었다.
“나는 남자가 될 거고, 너랑 같이 오르페리오 가문에 있을 거야. 너는 후계자가 되고, 나는 너를 돕는다. 물론 샤미르 쪽 가문인 샤임 가가 위세만큼 쉽지 않은 곳이라는 건 알지만, 그걸 지금 너한테 듣고 있을 필요는 없어. 샤미르는 내 친구고, 물론 그런 환경을 쌍수 들고 환영할 생각 없는 여자들도 있겠지만 생각 있는 여자가 샤미르의 곁에 있었으면 해. 그래서 나는 샤미르가 혼인까지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 막말을 하는 걸 듣고 싶진 않아.”
그제야 카세리온은 내 어깨를 단단히 잡은 손을 놓았다. 그러더니 다시 소파에 풀썩 주저앉아 자기 머리를 마구 흐트러트렸다.
“미안. 네가 요즘 이상하길래.”
“그게 왜 그렇게 연결돼? 너, 뭐 알고 있는 게…….”
그러나 우리의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갑자기 벌컥 문이 열렸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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