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정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는 6년 만에 발표한 신작 장편소설 『아빠의 별』이 있다. 이 책은 『바보엄마』와 짝을 이루어 힘들고 어려울수록 더 필요한 가족애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신작소설 『아빠의 별』 또한 늘 아빠의 위로와 격려에 목말라 있는 발레리나인 딸과 항상 딸에게 잘해주지 못해 괴로워하는 군인 아버지의 오래된 갈등과 뜨거운 화해를 그리고 있다. 최문정 작가의 두 작품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고, 각자의 모자람을 깨닫고 이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일본인들이 태양신으로 모시고 있는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가 한국 여성이었다는 도발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인 팩션소설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전2권)가 있다. 에세이로는 지치지 않고 사랑을 위해 전쟁을 한 세기(世紀)의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랑, 닿지 못해 절망하고 다 주지 못해 안타까운』(21세기북스)을 펴냈다.
작가는 1976년 12월 31일 대구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과학교육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의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과학교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바보엄마』 2권 ‘닻별 이야기’를 곧 펴낼 예정이다.
“나한테는 어떻게 해도 좋지만 닻별이는 안 돼. 닻별이한테 조금이라도 상처 입히면…….” “그러는 당신은 얼마나 닻별이를 위했는데?” 남편이 기다렸다는 듯 따져 물었다. 난 어이가 없어서 즉시 맞받아쳤다. “무슨 소리야?” “당신 어머니 얘기야. 솔직히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사람 아냐? 치료되었다고는 해도 어떻게 될지 알고 그런 사람을 집에 들여?” 모든 걸 견딜 수 있었다. 그 어떤 모욕이라도 내가 받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그녀만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어떻게 그딴 말을 내뱉을 수 있어? 당신이 그럴 자격이 있어? 아무리 끔찍한 생명이라도 못 죽여서 날 낳은 사람이야. 남한테 상처 주느니 자기가 피투성이로 남을 사람이야. 그렇게 받은 상처로 평생을 고통받으면서 산 사람이야.” 그걸 알면서도 그녀의 상처를 덧나게 만든 사람이 바로 나였다. 어쩌면 닻별이의 병은 그녀의 사랑을 그렇게 짓밟은 대가로 치러야 하는 죗값인지도 모른다. * * * 난 놀라서 민 원장을 바라보았다. 엄마도 민 원장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고? 그런데 왜 거절을……? “자신이 죽어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사람과 결혼할 수 없었겠죠. 엄마처럼 순수하고 착한 사람은…….” “아니.” 민 원장은 고개를 저으며 내 추측을 부정했다. “내가 물었지. 남은 인생은 평범한 여자로 살고 싶지 않느냐고. 단 하루라도 좋으니 나와 함께 평범한 여자의 인생을 살자고 부탁했다. 네 엄마의 대답이 뭐였는지 알아?” 난 멍한 눈을 들었다. “네 엄마의 대답은…….” 눈물을 억지로 참고 있는 민 원장의 목소리는 떨렸다. 민 원장은 심호흡을 하고 억지로 말을 내뱉었다. “네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아뇨. 만약 저한테 단 하루가 남았다면, 단 하루라도 좋으니 평범한 엄마로 살고 싶어요.” 눈앞이 뿌옇게 흐려져 가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아버렸다. 보이지 않는 세상처럼 민 원장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면 했다. “단 하루라도 좋으니 너랑 살고 싶다고 하더구나.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네 얼굴 실컷 봤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