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꿈이라고는 현모양처가 되는 것이 전부였다.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고 생각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고로 여자는 적당히 공부하고 취직해서 남자 잘 만나 시집가는 것이 최고’라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고 자랐다. 그 덕에 영어에는 전혀 흥미가 없었지만 지방 외국어고등학교에 진학해 영어과를 선택했고, 무난하게 가려고 넣은 학교에 덜컥 수석으로 합격해 엉겁결에 입학했다. 수석의 특혜인 ‘등록금 면제’는 좋았지만, 적성과는 전혀 거리가 먼 ‘식품공학과’라는 옷 덕에 4년 내내 도를 닦는 심정으로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지금도 화학, 생물, 물리 과목은 이름만 들어도 머리에 쥐가 날 것 같다. 졸업 후 다달이 통장에 월급 들어오는 맛에 나름 착실하게 회사 생활도 했다. 열심히 모은다고 모았으나 현실적인 결혼 자금에는 턱없이 모자라, 결국 부모님의 등골 하나 빼먹고 서른이 넘어 결혼했다. ‘결혼했으니 이제 내조, 육아에만 전념하면 되겠다’라는 일생일대의 유일한 꿈은 혼인 신고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산산이 부서졌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콩쥐의 설움을 능가하는 눈물 콧물 쏙 빼놓는 혹독한 결혼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참 파란만장했던 시간이었다. 남들이 평생 겪을 고통을 순식간에 겪고 나니 어느덧 연차가 쌓여 현재는, 가끔씩 이혼을 생각하고 딴짓(?)을 궁리하는 대한민국 보통 아줌마가 되었다. 아주 소박한 꿈이 있다면 이름 석 자 외에 붙는 각종 호칭들인 엄마, 아내, 며느리 등의 삶에는 절대 불복종, 불순종하며 불량하게 사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좌지우지되지 않고 스스로 행복과 미래에 대해 책임지기 위해, 진짜 인생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고 있다.
왜 많은 여성들이 실천하지 못할 말, 실천에 옮길 생각조차 없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것일까. 그것은 그녀들에게 변변한 ‘무기’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의 돌파구는 없고, 변하지 않는 현실은 답답한데 딱히 풀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답답한 마음과 분노를 표출하는 데 다소 과격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녀들의 이런 어깃장에는 자신에 대한 위로와 상대가 겁을 먹고 내심 변화하기 바라는 마음이 공존한다. ------- p.32 [이혼하자는 말에 숨어 있는 여자들의 진심]
가족은 한 공동체이기는 하지만, 각자의 개성도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을 다 맞출 필요도 없고, 모든 것을 다 함께할 필요도 없다. 결혼했으니 일심동체가 되어 모든 문제에 같은 답을 내놓으라는 것은 억지이다. 모두가 똘똘 뭉쳐 하나가 되고, 누군가의 인내로, 누군가의 희생으로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도 있지만, 개개인이 행복한 가정도 분명 행복한 가정이다. ------- p.61 [사랑은 변하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외로움은 상대에게 의존하는 마음과 비례한다.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마음이 크면 클수록 사람은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 p.82[ 결혼해도 외로운 것은 똑같다]
치약을 중간부터 짠다고 양말을 뒤집어 벗는다고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잔소리하지 마라. 대신 치약은 따로 쓰고 뒤집어 벗은 양말은 그대로 빨아서 주고 한 번만 깨울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하라. 잔소리가 아닌 협상을 하라. 치약을 짜는 문제야 취향이라 치고 뒤집어진 양말이 불편하면 다음부터는 바로 벗을 것이고 늦잠을 자느라 회사에 지각이라도 한다면 알람에 더욱 신경 쓸 것이다. 당신이 개입하지 않아도 생각만큼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 p.96[아내로 살고 싶으면 남편으로 대하고 엄마로 살고 싶으면 아들로 대하라]
“남자들은 결혼하면 효자 된다는 말이 맞긴 맞더라. 글쎄 ‘난 아들이잖아. 형제도 없으니 내가 다하는 것이 맞지. 맏며느리면 맏며느리답게 생각해야지. 그게 그렇게 아까워’이러는 거야. 내가 혼자 부담하는 것 때문에 그러냐고, 형편대로 해야지 이건 우리 형편에 너무 무리라고. 우리 엄마 환갑 때는 환갑잔치하는 집이 어디 있느냐고 하더니 지금은 무슨 경우냐고 했더니 ‘그럼 내가 뼈 빠지게 돈 벌어서 내 어머니 환갑 때 돈도 마음대로 못 쓰느냐’라고 버럭 소리 지르는 거 있지. 진짜 치사하고 더러워서……. 그러면 나는 뭐 집에서 놀았니? 언제는 자기 돈이 다 내 돈이라더니 다 거짓말이었던 거야.” ------- p.197[남자들은 왜 결혼하고 효자가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