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동의대 명예교수,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 회장에 재임중이다. 부산대, 영남대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묵자의 경세사상연구」로 동국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경대 방문교수와 연변과기대 객원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墨子硏究』『東洋環境思想の現代的意義』(공저)와 역서로 『묵자』『氣사상의 비교연구』『법세이야기』(공역) 등이 있다.
묵자는 전쟁과 찬탈, 도둑질로 서로 뺏고 해치는 것뿐만 아니라 권력이나 부, 지식을 가진 계층이 그렇지 못한 계층을 억누르고 기만하며 귀족 계층이 비천한 자들에게 오만하게 거드름을 피우는 것까지 모두 세상을 크게 해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원인은 개인이나 사회, 국가의 각 계층이 각기 자기 자신이나 그들이 소속된 집단 및 계층만 아끼고 사랑하고 이롭게 하려할 뿐 다른 사람이나 다른 집단, 다른 계층은 차별해 멸시하거나 해치려는 이기심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세상의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남을 배려하고 남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겸애’의 사상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p.24
묵자가 말하는 ‘하늘의 뜻’에는 묵자 자신의 뜻이 투사되어 있다. 묵자는 하층민 출신이었기 때문에 그가 제창하는 ‘겸애’ ‘비공’ ‘상동’ ‘상현’ 등의 주장은 모두 전쟁으로 인해 빈곤의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바람이다. 이와 같이 ‘하늘의 뜻’이란 곧 ‘서민들의 뜻’이 변형된 것이다. 묵자가 힘써 하늘의 권위와 신통력을 내세우는 목적은 하늘의 권위로 ‘상선벌악’하고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한편 세상의 모든 해악을 없애 사회가 안정되고 백성들이 인간답게 살게 하기 위함이었다.--- p.50
묵자는 “옛날에 사람이 처음 생기고 아직 정치조직이 없을 때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한 사람이면 한 가지 의견, 열 사람이면 열 가지, 백 사람이면 백 가지 의견이 되었다. 사람들은 각기 자신의 의견이 옳고 남의 의견은 그르다고 비난했다. 그리하여 세상이 혼란해 금수의 세계와 다름이 없었다”고 말한다. 사람마다 자신의 의견이 바르다고 주장하게 되면 사회는 혼란해지게 되므로 이러한 자연 상태에는 질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질서는 바깥에서부터 강제적으로 이루어진다. 묵자는 그 ‘바깥’이란 절대적인 하늘이라고 말한다. 하늘의 뜻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정치조직이 필요하다.--- pp.67-68
묵자의 ‘비악(非樂)’ 주장 역시 그의 절약사상에서 나온 것이다. ‘비악’의 ‘악’은 본래 인간의 정신적 감수물로써 경제사상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나, 음악에 쓰이는 악기나 복장 및 음악을 즐기는 데 필요한 정력과 금전, 시간, 그것이 생산을 저해한다고 생각할 때의 비경제적인 면 등은 경제 및 절약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묵자의 경제사상을 논함에 있어 낭비를 하지 말자는 주장의 일환인 ‘비악’을 빼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