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싸움이 그치지 않다가 마침내 그 집에서도 쫓겨나왔다. 이젠 어디로 가나? 그들은 하릴없이 칠성문 밖 빈민굴로 밀리어 나오게 되었다. 칠성문 밖을 한 부락으로 삼고 그곳에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의 정업은 거지요, 부업으로는 도둑질과(자기끼리의) 매음, 그밖에 이 세상의 모든 무섭고 더러운 죄악이 있었다. 복녀도 그 정업으로 나섰다. 그러나 열 아홉 살의 한창 좋은 나이의 여편네에게는 누가 밥인들 잘 줄까.
'젊은 거이 거랑질은 왜.'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는 여러가지 말로 남편이 병으로 죽어 가거니 어쩌니 핑계는 대었지 만, 그런 핑계에는 단련된 평양 시민의 동정은 역시 살 수가 없었다. 그들은 이 칠성문 밖에서는 그들은 이 칠성문 밖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 가운데 드는 편이었다. 그 가운데서 잘 수입되는 사 람은 하루에 오리짜리 돈푼으로 일원 칠 팔십 전의 현금을 쥐고 돌아오는 사람까지 있었다. 극단으로 나가서는 밤에 돈벌이를 나갔던 사람은 그날 밤 사십 원을 벌어가지고 그 근처에서 답뱃장사를 하기 시작한 사람까지 있었다.
복녀는 열 아홉 살이었다. 얼굴도 그만하면 빤빤하였다. 그 동네 여인들의 보통 하는 일을 본받아서, 그도 돈벌이 좀 잘하는 사람의 집에라도 간간 찾아가면 매일 오륙십 전은 벌 수가 있었지만 선비의 집안에서 자라난 그는 그런 일은 할 수가 없었다. 그들 부처는 역시 가난하게 지냈다. 궂은 일도 있었다. 기자묘 솔밭에 송충이가 끓었다. 그때 평양루에서는 그 송충이를 잡는 데 (은혜를 베푸는 뜻으 로) 칠성문 밖 빈민굴의 여인들을 인부로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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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름날 저녁이었었다. 도회를 떠난 교외 어떤 강변에, 두 노인이 앉아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기회론을 주장하는 사람은, 유명한 음악 비평가 K씨였었다. 듣는 사람은 사회 교화자의 모씨였었다.
'글세, 있을까요?'
'있어요. 좌우간 있다 가정하고, 그러한 경우에 그 책임은 어디 있습니까?'
'동양 속담 말에, 외밭서는 신 끈도 다시 매지 말랬으니, 그 신사가 책임을 질까요?'
'그래 버리면 그뿐이지만, 그 신사는 점잖은 사람으로서, 그런 절대적 기묘한 찬스만 아니더라면 그런 마음은커녕 염도 내지도 않을 사람이라 생각하면 어찌 됩니까?'
'…….'
'말하자면 죄는 <기회>에 있는데 <기회>라는 무형물은 벌을 할 수가 없으니깐, 그 신사를 가해자로 인정할 수밖에는 지금은 없지요.'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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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이상한 수수께끼와 같은 일이었다. 밥 먹은 뒤에 냉수를 벌컥벌컥 마시면, 이삼십 분 뒤에는 그 물이 모두 땀으로 되어 땀구멍으로 솟는다.폭포와 같다 하여도 좋을 땀이 목과 가슴으로 흘러서, 온 몸에 벌레 기어 다니는 것같이 그 불쾌함은 말할 수가 없다.그러나 땀을 씻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이면 초열지옥에라도 떨어질 것같이, 흐르는 땀을 씻으려는 사람도 없다.'얼핏 진찰감에 보내어다고.'나의 피곤한 머리는 이렇게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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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곧 대답하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나오려던 말을 삼켰습니다. 그리고 다시 술을 한잔 먹은 뒤에, 눈을 푹 내리뜨며 말했습니다―.
“아니, 다른 게 아니라, 내게 만약 생식 능력이 없다면 저 사람(자기의 아내)이 불쌍하지 않나? 그래서 없는 게 판명되면 아직 젊었을 때에 헤져서 저 사람이 제 운명을 다시 개척할 ‘때’를 줘야지 않겠나? 그래서 말일세.” “진찰해 보아야지.”
“그럼 언제 해 보세.”
그 며칠 뒤에 나는 M의 아내가 임신했다는 소문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검사 해 볼 필요도 없습니다. M은 그 능력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M의 아내는 임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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