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의 나이에 분가(分家)해 한 편의 기업드라마 같은 홀로서기 과정을 보여주는 창업주의 늦둥이 막내아들 ▲후계자 경쟁에서 밀려난 뒤 은둔의 경영자로 지내고 있지만 아들을 성공한 경영자로 만들기 위해 총수 동생 못지않은 정성을 기울이는 재벌가 장남을 만날 수 있다. ▲재벌 반열에 올랐지만 몰락한 비운의 일가에서 딸이 재기의 싹을 틔우고 ▲집안에 들어앉아 숙명과도 같은 그림자의 삶을 살던 안방마님이 자리를 털고 나오고 ▲‘왕자’들 속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보여줬던 사위가 중견기업의 오너로 변신한 스토리를 지켜볼 수 있다……
방계가 오너들의 집안, 혼맥, 2세 등 개인적인 면모에만 눈을 고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경영자로서 기업을 꾸려가는 모습과 회사는 건실한지, 또 벌이는 괜찮은지 재무제표를 짚어보는 데도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엄연히 재벌가의 일원이지만 50만 개 국내 기업체의 하나 정도로 치부되고 있는 현실에서 새로운 존재감을 불어넣으려는 차원이다.
(책머리에)
영국 속담에 ‘입에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his mouth)’라는 말이 있다. 은수저는 상속받은 부(富)를 가리키고, 한마디로 부모 잘 만나 태어날 때부터 부자가 됐고, 고생 한 번 하지 않고 풍족하게 살아간다는 의미를 갖는다.
재벌가 후손에게는 늘 은수저의 이미지가 따라다닌다. 돈 걱정 없이 화려한 삶이 보장된 것은 물론, 어려서부터 경영수업을 받고 가업을 승계하기까지 탄탄대로의 삶을 떠올린다. 그러나 재벌가의 자손이 모두 이런 판에 박힌 캐릭터를 갖고 있는 것일까?
(본문, “손자의 홀로서기” 중에서, 15쪽)
여성 총수가 등장하는 일은 남편이 후계 승계를 매듭짓기도 전에 일찍 세상을 떠나 어쩔 수 없이 경영권을 물려받는 경우가 대부분 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이어룡 대신 증권 회장은 남편이 타계한 뒤 아내에서 경영인으로 180도 변신한 여성 기업인이다.
말이 쉽지, 경영에 전혀 손대지 않다가 한 그룹의 운명을 손아귀 에 쥔 최고경영자(CEO)가 된다는 것은 당사자에겐 지극히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처럼, 결코 쉽지 않은 난관을 헤쳐 온 이가 적지 않다.
(본문, “출가외인·백년손님” 중에서, 64쪽)
‘신 모계사회’는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처가살이는 늘고 있고, 본가보다 처가에 가는 횟수가 더 많아지고 있으며, 아내의 형제·자매들과 모여 사는 광경도 이제는 흔하다. 모계 가족과 교류를 터부시해 왔던 관습은 구습이 된 지 오래고, 외가(外家)와 친가(親家)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
재벌가의 결혼은 늘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단순히 재벌가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 보다는 남부러울 것 같지 않은 재벌가와 결합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한 집안 자체에 대한 호기심 섞인 부러움이 클 것이다.
(본문, “신 모계사회” 중에서, 99쪽)
창업 최고경영자(CEO)의 마지막 소임은 가업을 후계자에게 성공적으로 물려주는 일이다. 그렇다고 승계 방정식에 단 하나의 해법만 있을 리는 만무하다. 우리나라 재계에서 ‘장자승계’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왕조시대 전통은 여전하지만, 장남이 아닌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후계구도에서 동생에게 밀려 ‘은둔의 경영자’로 지내는 장자가 있고, 경영자로 한창 일할 나이에 세상을 뜬 ‘비운의 황태자’도 적지 않다. 급변하는 외부 변수에 적응하지 못한 채 물려받은 부(富)를 지키지 못한 2세도 있다. 재벌가의 예측 불가능한 대권 승계가 되풀이되면서 갖가지 사연의 방계기업이 탄생하게 된 것은 필연이다.
(본문, “비운의 왕자” 중에서, 153쪽)
아무리 혈연으로 얽힌 사업 동반자라 해도 시간 앞에 모든 관계는 부식될 수밖에 없고, 재벌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형제들은 하나 둘 분가(分家)해 나갔다. 본가의 울타리를 벗어나 일가의 가업을 뿌리내리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줄곧 ‘마이 웨이(My way)’를 가고 있는 형제들의 변신 과정은 그만큼 극적이다.
(본문, “형제의 마이웨이” 중에서, 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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