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지금 일식이가 한 이야기 못 들었어?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고 하잖아. 지금 금액도 안심할 수가 없어.” 천태산은 고개를 흔들고는 입찰금액을 낮추라고 다시 지시했다. 당황하기는 김명철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네, 일식이가 공사 수주를 포기했다고 그러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 저 소리는 뭔가?” 김명철은 최학수를 향해 질책했다. “그, 그것이…….” 최학수는 정신이 아득해져 말을 더듬었다. “이 사람아 정신 차려! 말을 더듬지 말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 아닌가. 빨리 다시 금액을 산출하라고 해.” 김명철은 최학수에게 긴급히 지시를 내렸다. “아, 예. 알겠습니다.” 최학수는 김명철의 호통에 정신을 차리고는 입찰을 위해 같이 온 태스크포스 팀으로 갔다. 미래와 오성이 부산하게 현장에서 입찰금액을 수정할 움직임을 보이자 입찰에 나선 다른 기업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들 즉석에서 입찰금액을 재산출해 수정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침내, 입찰이 시작되었다. 입찰에 참가한 건설회사들은 입찰금액이 적힌 서류가 담긴 봉투를 차례로 입찰함에 넣었다. “…….” 입찰에 참가한 업체 대표와 관계자들은 모두 긴장해 결과가 발표되기만을 기다렸다. ‘아! 치킨에 맥주 땡겨.’ 일식은 아빠 옆에 얌전히 앉아 결과를 기다리려니 좀이 쑤셨다. 오늘의 입찰은 그가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한 드라마였다. 트레이드 타워와 전시동의 공사 수주는 일식 건설이 할 것이기에 오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그는 현장에서 이를 생생하게 지켜보고 싶었다. 일식 건설이 수주하는 것을 본 재벌 그룹 회장님들과 건설사 대표들이 절망하고 낙담하는 것을 보고 즐기기 위해서였다. 놀부가 형님 아니, 할아버지하며 모실 정도로 심보가 고약한 아이답게 말이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 입찰에 참가한 업체들이 써낸 금액이 발표되기 시작됐다. “강성 건설 사십억 원.” “은성 건설 삼십오억 원.” 최저가 낙찰방식이기에 고가로 입찰금액을 적어낸 업체들은 자동으로 탈락이었다. 최후에 발표된 업체가 곧 낙찰업체였다. 쟁쟁한 업체들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호오?” 사람들은 의외라는 듯 남겨진 업체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남은 업체는 이제 천태산의 미래 건설, 김명철의 오성 엔지니어링, 오가네의 대풍 건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식의 일식 건설이었다. 미래 건설과 오성 엔지니어링이 남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오가네의 대풍 건설과 일식의 일식 건설이 남은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으니까. “오성 엔지니어링 9억 원. 미래 건설 9억 원.” 사회자가 발표에 장내는 순간 술렁거렸다. 같은 금액을 제시해서가 아니었다. 입찰에 참가한 업체는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업체들이었다. 하지만 9억 원에 수주하는 것은 이익을 보기는커녕 적자를 걱정해야 할 금액이었다. 남은 업체는 이제 오가네의 대풍 건설과 일식의 일식 건설이었다. 입찰에 참가한 업체 사람들은 모두 손에 땀을 쥐고 결과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