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참 많이 닮았다는 것 알아요?”
“뭐, 뭐가요?”
“……?”
하둘리의 말에 그와 그녀는 잠시 시선을 주고받았다. 뭐가 닮았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리와 그녀는 처음 본 사람들이었고, 닮은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생면부지의 남녀였다. 그런데 닮았다니…….
“첫째는 이름이…….”
“이름이요? 무슨?”
“음, 그러네요. 두 분 이름이 좀 특이하긴 하죠. 울리, 둘리…… 마치 형제나 자매처럼…….”
“그것뿐만이 아니죠. 두 사람 모두 마음대로 살 수 있도록 허락받지 못한 지독한 숙명의 상속자들이라는 것도…….”
“예?”
“돌아가신 아버지 말씀으로는, 우리 둘…… 정혼자라고 하더라고요. 어느 날 깨어나서 우연히 알게 되었죠. 우리 둘 다 이미 배우자 선택의 자유마저 박탈당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지금 이렇게 마주 앉아 있지만 둘 다 쇼크 상태랍니다.”
“두 사람이 정혼자라고요?”
“예.”
“음, 그래요? 그럼 곧 결혼하겠네요?”
“결혼…… 그건 울리 씨와 상의해야겠지만, 뭐 해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해도 상관없다라……. 결혼은 그런 감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던데. 죽을 것처럼 사랑해서 결혼해도 서로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결혼이라던데……. 뭐, 하긴, 두 사람 일이니. 그럼 울리 씨는 어때요? 결혼하실 건가요?”
“아직, 생각조차 못한 일이라…….”
“하긴, 갑자기 나타난 정혼자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긴 할 것 같네요. 그런데 하둘리 씨는 뭐 하시는 분이죠? 전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인데. 특히 보물이 관련된 역사에 대해서는 더더욱. 진짜 직업은 보물 사냥꾼이기도 하고요. 겉으로는 뭐 역사학자, 그게 제 직업입니다.”
“아, 전 현재 미 해군 소령입니다.”
“미 해군?”
“예. 사실 다시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기에…….”
“그럼 국적이……?”
“예, 미국 국적입니다. 그렇지만 전 분명 한국인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가야 했고, 그곳에서 국적을 취득했지만 그건 내 의지가 아니었죠. 아버지는 친한 친구분의 죽음에 두려워 도망치셨다고 했어요. 한국에 살면 언제 당신도 그렇게 죽게 될지 모른다고……. 어느 날 갑자기 친구가 사망하는 바람에 두려워서 도망쳤다고……. 평생 가슴 치며 고통스러워하셨죠.”
“혹시…… 하둘리 씨 조상이 하호연 부장이신가요?”
“예? 예. 그게 왜?”
“음…… 그럼 결국 그때 우미타카호 침탈 주인공들의 후손이 전부 한자리에 모였다는 말인가요?”
“…….”
“…….”
“보물 지도 세 조각을 가진 후손들이 모두 모였다는 말이네요. 이런, 이제 내 한국식 이름을 밝힐 순간인가? 난 그날 침탈한 배가 침몰하던 순간 혼자 살아 돌아왔던 배신자 피먹쇠의 후손 피목리라고 하죠. 오래전 그믐의 어둠을 이용해서 도망친 피목리이기도 하고…….”
그의 말에 놀란 것은 하 소령보다 그녀였다. 처음부터 자꾸만 시선이 가고 왠지 끌렸던 이유가 이제야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오래전, 정확히 16년 전, 그녀를 울게 만들었던 어린 소년. 자신의 앞에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어른들의 힘에 굴복하지 않으려고 악을 쓰던 어린 소년이 바로 그였다니. 그래서 처음 본 순간부터 그렇게 마음이 흔들렸던 것이었음에, 그녀는 심장이 왜 그렇게 날뛰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피목리가 바로 케이, 그쪽이었네요.”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