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 도일의 영웅이었던 에드가 앨런 포의 작품은 훗날 코난 도일의 작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포가 창조한 탐정 오귀스트 뒤팽(Auguste Dupin)과 셜록 홈즈 사이의 뚜렷한 유사성을 한번 살펴보자. 1841년 발표된 에드가 앨런 포의 〈모르그 가의 살인(The Murders in the Rue Morgue)〉에서는 침팬지가 밀실 살인 사건을 저지르고, 코난 도일의 『네 명의 서명』에서는 밀실 살인 사건에 피그미가 이용된다. 1843년 발표된 포의 〈황금벌레(The Gold Bug)〉에서는 가장 많이 사용된 알파벳 ‘E’를 단서로 암호를 풀어나가고, 코난 도일의 〈춤추는 사람들(The Adventure of the Dancing Men)〉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춤추는 사람의 암호를 해결한다. 두 작가의 탐정 소설은 서술 방식마저 똑같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 오귀스트 뒤팽과 홈즈의 친구들이 이야기를 전달하는 일인칭 관찰자 형식을 취하고 있다. 뒤팽과 홈즈 모두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괴짜 탐정이고 독신의 은둔자들이다. 둘 다 일정한 수입이 있어서 지루한 일상 노동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이 많은 유사성들로 미루어보아 뒤팽은 셜록 홈즈의 모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_p.9
셜록 홈즈는 범죄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 매일 신문에서 범죄 기사와 개인 광고란을 읽는다. 사건과 인물에 대한 모든 기사들을 요약해서 광대한 분량의 파일에 정리해둔다. 홈즈는 웬만한 인물과 사건에 대해서는 자신의 파일 시스템을 통해 손쉽게 검색해낸다. 〈보헤미아 왕국 스캔들〉에서 의뢰인이 ‘아이린 애들러’라는 이름을 대자마자 검색을 통해 그녀의 출생 장소와 연도, 직업과 경력, 보헤미아 의뢰인과의 관계를 알아낸다. 자연히 의뢰인이 그녀에게 보낸 러브레터를 찾으러 왔다는 사실까지 알아맞힌다. 그 외에 홈즈가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한 예는 다음과 같다. 〈사자의 갈기〉에서는 ‘키아네아 카필라타’라는 희귀한 해파리에 관한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The Five Orange Pips)〉에서는 ‘KKK’가 ‘Ku, Klux, Klan’의 약자임을 바로 알아차리고 사건을 해결한다. 당시 영국에서 KKK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_p.45
〈브루스 파팅턴 호 설계도(1908)〉 이 단편에서는 홈즈의 형 마이크로프트가 두 번째로 모습을 나타낸다. 홈즈는 때로 마이크로프트 형 자체가 영국 정부라며 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월요일 밤 약혼녀 바이올렛 웨스트베리 양을 거리에 남겨두고 사라진 캐도곤 웨스트라는 청년이 다음날 아침 지하철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그의 시체에서는 브루스 파팅턴 잠수함의 설계도 7개가 발견된다. 나머지 3개의 설계도를 찾는 것이 홈즈의 임무다. 홈즈는 영국에 있는 모든 국제스파이의 명단을 보내달라고 형 마이크로프트에게 전보를 친다. 그리고 브루스 파팅턴 호의 책임자인 제임스 월터 경을 찾아가지만 그는 이미 자살한 뒤였다. 홈즈는 다시 파팅턴 호 프로젝트 사무실을 방문해 고참 사무원인 시드니 존슨을 만난다. 그때 마이크로프트로부터 국제스파이 세 명의 주소가 도착한다. 홈즈는 지하철 노선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스파이인 오베르슈타인의 집에 침입해 수색한다. 오베르슈타인은 이미 잠적했지만 그의 집 창틀에서 핏자국이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