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사 주신 빨간 세계 명작 전집을 읽으며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오랫동안 그림책 작가를 꿈꾸다가 《책 읽어 주는 고릴라》로 제10회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분홍공주의 베란다 텃밭》이 있고, 그린 책으로는 《내 마음대로》가 있습니다.
그림 : 원유미
서울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동화 《우리는 한편이야》의 그림이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습니다. 그린 책으로 《꺼벙이 억수》,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 《쓸 만한 아이》, 《사람이 아름답다》, 《아주 작은 학교》, 《이젠 비밀이 아니야》, 《다리가 되렴》, 《동생 잃어버린 날》, 《루이 브라이, 손끝으로 세상을 읽다》, 《역사 거울, 형제자매를 비추다》 등이 있습니다.
전라도 강진의 작은 마을에 공부가 너무도 하고 싶은 산석이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머리가 둔하고 앞뒤가 꽉 막혀 배움을 구하러 간 서당에서 타박을 듣고 말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귀양 온 선비 정약용이 서당을 열었다는 얘기를 듣고, 여러 날을 주저하다 큰 결심을 하고 찾아갔습니다. “저 같은 아이도 공부할 수 있나요?” 꾸지람이나 듣지 않을까 조마조마해하는데, 정약용의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공부는 너 같은 아이라야 할 수 있단다.” 그날로 정약용의 제자가 된 산석은 책을 읽고 글을 배우는 일에 누구보다 열심이었습니다. 술에 취한 아버지의 야속한 핀잔에도, 열이 펄펄 끓고 목이 쩍쩍 갈라지는 고약한 학질에 걸려서도, 절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습니다. 정약용은 산석의 굳은 의지를 대견하게 여기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요.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먹고사는 일이 힘겨워지자 산석은 책을 가까이 하기가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할 새도 없이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런 산석에게 어느 날 스승님이 편지를 보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