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장터 옆 작은 방에서 형과 아우가 마주 앉아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장터에서 온갖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고 입김을 불면 벽에 성에가 낄 정도로 싸늘한 방에서 형과 아우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소리 내어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형제는 책을 베껴 쓸 종이를 사러 시장에 나왔다가 양반집 도령 무리와 마주쳤습니다. 그들은 형에게 과거도 볼 수 없는 서자 출신이 책만 읽으면 뭐하냐며 비아냥거렸습니다. 어린 아우는 형을 놀리는 사람들이 밉고, 그런 사람들에게 화조차 내지 않는 형도 미웠습니다. 그리고 도령들 말마따나 과거조차 볼 수 없는 자신들의 처지가 한없이 원망스러웠지요. 그래서 형에게 밥도 못 먹여 주는 책 따위 더는 읽고 싶지 않다며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만날 허여멀건 나물죽만 올라오던 밥상에 윤기 자르르한 쌀밥과 짭짜름한 생선 한 마리가 떡하니 올라와 있었거든요. 어리둥절해 하는 동생에게 형은 “맹자님이 밥을 차려 주셨습니다.”고 말하며 빙그레 웃기만 합니다. 맹자님이 밥을 차려 주다니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