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에서 종교학을 공부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을 나와 2000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는 1999년부터 의식변화 수련 프로그램인 하비람에서 장길섭 목사에게 영성수련을 사사(師事)하여 배우고, 지난 10년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영성생활 공동체인 ‘삶을 예술로 가꾸는 가족’을 운영하며 그레이스힐 공동체 교회에서 목회를 해왔다. 지금은 토론토 은혜 양로원에서 원장으로 일하며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는 노년들의 삶을 돌보고 있다. 종교학을 통해 열린 학문적인 성찰과 목사로 사람들을 돌보고 만나 온 종교적 경험과 공동체 생활의 경험, 그리고 10여 년간 사람들의 의식변화를 안내하며 수련해 온 배움과 깨달음의 눈으로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번역했다.
그림 : 정일모
정일모는 심리 상담과 아동 미술을 공부하고 14년째 감성 미술 선생님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작가로서 다양한 전시회를 통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열어 가고 있으며, 성인들의 집단 미술 치유 프로그램인 ‘함박 아뜰리에’ 안내자로 함께하고 있다. 칼릴 지브란이 《예언자》를 통해 삶의 고뇌와 깨달음을 찾아갔듯이 그녀 또한 그림 안에 삶의 깨달음과 희로애락을 담고 있어 《예언자》와 함께한 그녀의 그림은 칼릴 지브란의 통찰을 우리 시대의 감성으로 다시 보여준다.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서로를 사랑으로 속박하지는 말라. 그보다는 그대들 영혼의 기슭 사이에 바다가 흐르게 하여라. 서로의 잔을 채우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는 말라. 빵도 서로와 나누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는 말라. 같은 곡을 연주하면서도 각기 다른 소리를 내는 현악기의 줄들처럼 함께 즐거이 춤추고 노래하되 각자 홀로 있는 시간을 잊지 말라. 그대들의 마음을 주라. 그러나 상대가 허락하지 않으면 내버려 두라. 오로지 운명만이 그대들의 마음을 담을 수 있으리라. --- 「결혼에 대하여」중에서
그대들이 일을 할 때 그대들은 대지의 가장 깊은 꿈의 일부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 꿈은 처음 있었을 때부터 그대들의 몫으로 주어진 것이라. 그리고 그대들은 일을 계속하는 동안 삶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으니 일을 통해 삶을 사랑하는 것이 삶의 가장 깊은 비밀과 친숙해지는 것이리라. 그러나 만일 그대들이 괴로워서 세상에 태어남을 고통이라 부르고 생계를 위해 일하는 것을 이마에 새겨진 저주라 한다면, 나는 그대들 이마의 땀방울만이 그곳에 새겨진 저주를 씻어줄 거라고 대답하리라. --- 「일에 대하여」중에서
그러나 아름다움은 욕구가 아니라 황홀한 기쁨이리라. 아름다움은 목마름에 타는 입술이나 구걸하려 내민 손이 아니라 오히려 불타는 가슴이고 매혹케 하는 영혼이다. 아름다움은 그대들이 보았던 모습이나 들었던 노래가 아니라 눈을 감아도 보이는 모습이며 귀를 막아도 들리는 노래이다. 아름다움은 주름진 나무껍질 안의 수액이나 사람의 팔에 붙은 쓸모없는 날개가 아니라 영원히 꽃 피는 정원이고 항상 날아다니는 천사들이라. --- 「아름다움에 대하여」중에서
사랑이 그대들을 부르면 사랑을 따르라. 비록 그 길이 험하고 가파르더라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들을 감싸 안으면 그대들의 온몸을 사랑에게 맡겨라. 그 부드러운 날개털 속에 숨겨진 칼날이 그대들에게 상처를 입힌다 해도, 사랑이 그대들에게 말하면 사랑을 믿으라.
그대들이 사랑할 때 그대들은 “신이 내 안에 있다.”고 말하기보다는 “내가 신 안에 있다.”고 말하라. 그리고 그대들이 사랑의 길을 인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말라. 오히려 사랑이 그대들의 길을 인도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