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는 “벌꿀과 가을의 청량함을 담은 그 냄새”를 그리워 한 작가 이반 부닌을 사랑하며 존경한다. 작가의 작품에 대한 열정과 뛰어난 심리 묘사와 당대의 지배 사조를 벗어나며 구축해 낸 독자적인 문학 세계에 경의를 표한다. 옮긴이는 대학 졸업 후 부닌에 대한 심도 깊은 공부를 하기 위해 러시아로 건너가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러시아문학과에서 지도 교수 이고리 니콜라예비치 수히흐 교수에게 사사해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에 돌아와 조선대학교, 전북대학교 등에서 전임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강의했고, 현재 광주보건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20세기 러시아 소설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부닌의 작품을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인 동?서양의 종교·사상사적 측면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다. 또한 동·서양의 종교·철학·신화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으며, 관련 논문과 교양서적을 집필하고 있다.
논문으로는 <이반 부닌의 소설 ‘어두운 가로수 길’에 나타난 장르의 문제>, <이반 부닌의 작품 속에 나타난 동양의 테마>, <이반 부닌의 단편소설 ‘형제들’의 동양세계>, <이반 부닌의 불교적 세계관>, <알렉산드르 그린의 환상소설>, <러시아 정교의 특성과 정치적 역할> 등 다수가 있으며, 역서로는 ≪비밀의 나무≫, ≪마을≫, ≪수호돌≫, ≪차스뚜시까≫, ≪러시아 속요≫, ≪어두운 가로수 길≫, ≪콜히다≫가 있고, 지은 책으로는 ≪마인드맵을 활용한 재미있는 글쓰기≫, ≪재미있는 글쓰기 레시피≫가 있다.
그런데 왜 정작 저는 자살하지 않았느냐고요?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 일은 잊어버렸습니다. 아마 그녀의 죽은 모습을 보았을 때, 세상 모든 게 제 뇌리에서 지워져 버린 것 같습니다. 지금도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엔 아무런 관심도 없습니다. 하지만 마치 제가 남의 목이나 자르는 망나니처럼 취급당하는 것만은 참을 수가 없습니다. 아마 세상의 법이나 하나님 앞에선 제가 죄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에 대해선 전 아무 죄도 없습니다!---<엘라긴 기병 소위 사건> 중에서
청명한 초가을 날들이 떠오른다. 고요하고 싱그러운 새벽 아침도 떠오른다. 나무들이 조금씩 생기를 잃고 잎을 떨구기 시작하는, 온통 황금색으로 물든 커다란 정원이며, 단풍 진 오솔길, 희미하게 코끝에 와 닿던 낙엽 냄새, 안토노프 사과 향, 꿀 냄새 그리고 싱그러운 가을 냄새도 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