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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시
중고도서

밥시

: 글도 맛있는 요리사 박재은의 행복 조리법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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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494g | 128*188*30mm
ISBN13 9788995897027
ISBN10 8995897023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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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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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아 둘이 장도 봐
밥은 내가 할게 쌀만 담가 놔
피곤한지 너는 잠깐 자고
그 사이 나는 몰래 요리책을 파고
드디어 오붓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여기가 바로 지상 낙원"

남동생의 노래 가사를 듣고 가족들은 다 웃었다.
나의 친가는 ‘먹을 것’에 목숨 거는 이북 집.
우리 남매의 성장의 중심에는
성적표가 아니라 어머니의 음식이 있었다.
맛이란 그 차람이 소박할수록, 정성이 진할수록,
먹는 자의 마음이 편할수록 빛이 난다.
편한 상태로 한 끼 한 끼 감사하고,
집중하여 먹으면 다 맛있다.
매일 밥맛이 예술이다.
그래서 현대인에게 필요한 최고의 레시피는
‘감사’와 ‘감동’이다.
그것이 바로 건강의 지름길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직접 만든 음식을 누군가와 나눠 먹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영역 안에, 사적인 무형의 공간 안에 상대방을 들어오게 허락하는 것이다. 내 양념과 간을 상대가 맛봄으로써 나를 더 잘 알게 되어도 괜찮다는 마음일 때나 가능한 일이다. 상대방을 편하게 사심 없이 느낄 때 예정 없이 불쑥 튀어 나올 법한 말이다.“우리 집에 와서 밥 먹을래?”
--- <내 입맛으로의 초대> 중에서

포크와 나이프, 식탁보와 의자, 크리스털 물컵과 고급스러운 식기에 정신을 분산시키지 않고 온전히 ‘맛’에만 집중한 음식이 마음에 남는 경우가 많다. 음식 가운데서도 거창한 소스나 화려한 볶기?깎기가 부각된 요리보다는 혀에 닿는 재료의 맛과 코에 닿는 재료의 향이 강렬한 요리가 더 오래 기억된다. 바짝 긴장을 하고 먹게 되는 유명 레스토랑의 프랑스식 정찬보다 외할머니 집 평상에 앉아 입이 터져라 먹던 쌈밥이 더 오래 기억되는 것과 같은 얘기다. 상추랑 함께 포개어 먹었던 이름 모를 쌈채의 꺼끌꺼끌한 감촉과 막상 씹었을 때 느껴지던 고소함, 소박한 밥에 비벼진 질척한 강된장의 그 맛!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시는 외할머니의 대사는 고작 몇 마디뿐. “어여 먹어”나 “더 먹어들” 같은 늘 비슷비슷한 말씀이다. 그런데 그 맛이, 몇 마디 말씀이 외할머니 돌아가신 한참 후에도 입에, 귀에 생생한 것이다.
--- <아삭한 생식, 그 담백한 맛의 기쁨> 중에서

해장술의 참맛은 고독함에 오르는 취기와 곁들여지는 국물의 얼큰함, 그리고 밥 한술의 온기다. 따뜻한 밥의 고마운 온기가 느껴질 때, 바로 그때 발끝까지 쫙 퍼지는 한 단어는 바로 ‘삶’이다. 세상의 모든 짐을 다 진 듯 밥상에 앉지만 해장소주 한 잔에, 한술 밥에 다시 시작해 보는 일상이다.
--- <해장술국 한술에 다시 뛸 힘을 얻고> 중에서

어떤 조리적 가감도 없이 우리의 감각을 모두 만족시키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무르익은 과일 한 조각은 그 자체만으로도 ‘오감만족’을 이룬다. 예를 들어 키위를 보자. 먼저 까끌까끌한 껍질은 만지는 이의 손가락 끝을 자극한다. 제1의 촉각이다. 그 거친 껍질을 삭 돌려 깎으면 매끈히 만져지는 속살은 제2의 촉각이다. 동시에 풍겨 오르는 향기는 비타민이 비가 되어 내리는 듯 싱싱하기만 하다. 후각이 자극되는 순간이다. 눈에 들어오는 그 색깔은 또 어떤가? 선명한 연두색, 혹은 황금빛은 눈의 피로를 풀어주고 동시에 시각적 즐거움을 주며, 한 입 베물면 혀뿌리까지 퍼지는 그 상쾌함은 작은 파도에 복사뼈를 담글 때와 비슷하다. 동시에 톡톡 씹히는 자잘한 씨가 청각 또한 심심치 않게 한다.
--- <타고난 오감만 살려도 즐거운 생활> 중에서

루아조 셰프와 나눈 대화는 두고두고 나의 글에 인용되곤 하는데, 이를 테면 그의 ‘물맛’에 관한 고집 같은 거다. 셰프는 부르고뉴에 눌러앉게 된 이유가 수질이라고 말하며, 좋은 물 먹고 자라난 좋은 식재료를 갖게 되면 좋은 요리는 자연스레 만들어지니 이곳을 떠날 수가 없다고 했다. 정말로 전날 저녁의 음식들은 재료가 충실했었다. 아삭거리는 야채들은 모두 줄기가 짱짱했고 터질 듯 통통한 생선의 하얀 속살 하며 우유를 들이부은 것 같은 치즈와 버터까지.
이어서 셰프는 말했다.
“나에게 있어 요리의 핵심은 다음날 아침 얼마만큼 내 뱃속이 편안한가에 있다.”
명료한 이 한 문장이 내게 준 깨우침은 아직도 생생하다.
--- <거장의 게살 샐러드를 추억하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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