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내가 말한 것은 벚나무뿐만이 아니에요. 물론 벚나무도 아름다워요.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워요. 그 나무도 흡사 그것을 알고 피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내가 멋있다는 건 모든 걸 말하는 거예요. 뜰도, 과수원도, 시냇물도, 숲도, 이 드넓은 세상의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요.
이런 아름다운 아침에는 세상이 온통 사랑스럽지 않으세요? 시냇물의 웃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와요. 시냇물이 얼마나 명랑한지 아세요? 언제나 웃고 있어요. 겨울에도 얼음 밑에서 시냇물이 웃으며 흐르고 있는 소리가 들려요. 그린게이블즈 옆에 시냇물이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
나를 이 집에 두지 않을 테니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지 않느냐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두 번 다시 이곳을 볼 수 없다 해도, 그린게이블즈에 시냇물이 있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고 싶어요. 만일 시냇물이 없다면 있는 게 좋을 텐데 하고 늘 마음에 걸릴 거예요.
나는 지금 '절망의 구렁텅이'에 있지 않아요. 아침에는 그런 기분이 들 수 없거든요. 아침이 있다는건 참으로 멋진 일이에요. 하지만 갑자기 슬퍼져요. 아주머니가 바라는 아이는 아였고, 언제까지나 여기서 살게 되었다고 상상하고 있던 참이었거든요. 상상하고 있는 동안은 즐거웠어요. 하지만 상상은 언젠가 현실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점이 괴로워요."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 애번리 마을 아늑한 그린게이블즈와의 첫 만남 - 앤 셜리는 그것에 도착하자 마자 영원히 머물기를 원한다. 그러나 매슈와 머릴러가 다시 고아원으로 돌려보낸다면? 앤은 알고 있다 - 그들은 타는 듯한 빨강머리에 깡마른 말썽꾸러기 여자아이를 원한 것이 아니었다. 그린게이블즈에서 살 수 있도록 그들을 설득시킬 수만 있다면...
그녀는 아무도 당해낼 수 없는 말괄량이. 철없는 행동으로 시도 때도 없이 말썽을 일으킨다. 구즈베리 시럽 대신 포도주를 마시게 해서 다이애너를 기절시킨다. 또 앨런 목사 부부에게 바르는 진통제를 넣은 케이크를 보기 좋게 대접한다. 하지만 앤은 언제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깊은 절망감을 맛본다. 그러나 처음에는 당혹스러워하던 매슈와 머릴러도 결국엔 앤을 사랑하게 된다. 무지개를 좇는 상상력을 지닌 특별한 소녀 - 그녀는 꿈꾼다. 스스로 그린게이블즈의 아름다운 앤 셜리라 부를 수 있는 그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