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역사의 인물을 동화의 소재로 하여 쓴 이야기이다. 고구려 14대 봉상왕이 동생 돌고를 죽이자 돌고의 아들 을불왕자는 시골로 도망가 신분을 감추고 머슴살이를 하기도 하고 소금장수를 할때는 도둑으로 몰려 관가에 끌려가 곤장을 맞기도하며 온갖 고생을 하게 된다. 마침내 신하 창조리가 포악한 봉상왕을 폐하고 버려졌던 바리왕자 을불은 15대 미천왕에 오르게 되어 훌륭한 왕이 된다.

노인이 칼자루를 잡고 칼날을 빼내자 '스르릉' 소리가 났다. 은쟁반 위에서 옥구슬이 굴러가는 소리 같았다. 칼날에선 찬란한 광채가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작은왕자님이 제게 맡겨 놓은 보검입니다. 칼자루에 작은왕자님 이름이 새겨져 있을 겁니다. 남에게 함부로 보여선 안 되는 물건입니다. 몸 깊숙이 숨기고 다니셔야 해요. 이 보검이……, 도련님 앞날에 큰 행운을 가져다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도련님, 부디……."

힘겹게 말을 마치고 노인은 고대 숨을 거두었다. 소년은 보검을 쥔 채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이 소년이 바로 7년 전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작은왕자의 아들이었다. 불행하게도 왕궁에서 쫓겨난 왕자, 즉 버려진 왕자였다. 예로부터 버려진 왕자를 '바리왕자' 라고 불렀다.

바리왕자는 양지바른 산자락에 땅을 파고 노인을 묻어 주었다. 그리고 깊은 산 속 오두막집을 등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