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그림을 그린 이철원 선생님은 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했고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1995년『역사 신문』일러스트레이션을 맡으면서 첫 발을 디뎠고 애니메이션, 온라인 게임 아트 디렉터를 거쳐『주간조선』『좋은생각』등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다. 지금은 조선일보사 디자인 편집팀에서 일하고 있다.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지표면 아래 지하 세계를 궁금해했어요. 화산이 폭발할 때 나오는 용암을 보면서, 지하에는 유황불 가득한 지옥이 있다고 믿기도 했어요. 지구 내부에는 바다가 있고 용이 산다는 상상도 했어요. 지하 여기저기에 용이 사는 동굴이 뚫려 있고, 지상 세계와 연결된 지하 세계의 입구가 반드시 있을 거라고 말이지요. 그런가 하면 지구 내부는 아예 비어 있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고, 어떤 사람은 지구의 중심에 있는 핵이 태양 역할을 하는 세상을 상상하기도 했지요. 여러분도 한번 상상해 보세요. 지구의 중심에 또 다른 태양이 있는 세상은 과연 어떨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지상 세계와는 달리 밤이란 게 없지 않을까요? 지하 세계의 태양은 지지 않을 테니까요. 이 같은 상상들은 지구의 내부가 비어 있다는 생각을 근거로 나왔어요. 과학에서도 상상력은 아주 중요해요. 상상하는 힘을 통해 어떤 자연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상상하거나 궁금해하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에요. 기본 개념과 원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바탕에 있어야만 하지요. 그래야만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자연현상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 창의적인 답을 얻을 수 있답니다. 밤하늘은 왜 어둡고, 해는 왜 항상 동쪽에서 뜨는 걸까요? 이런 자연현상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일어나는지 궁금하다면 여러분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세요. 그러면서 그 까닭이 뭔지 꼼꼼하고 정확하게, 하나씩 하나씩 알아 나가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하나를 알더라도 제대로 알고 있는’ 여러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 p9
유럽 사람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다음에야 세계지도를 전보다 정확하게 그리게 되었어요. 사람들은 세계지도를 보며 재미있는 사실도 알게 되었어요. 남아메리카 동해안과 아프리카 서해안의 윤곽이 거짓말처럼 잘 맞물렸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사실을 단순한 흥밋거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독일의 과학자 베게너는 ‘혹시…… 대륙이 움직인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었어요. 과학에서 이런 의문은 아주 중요해요. 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다르게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한번 들어 볼까요? 옛날에 어떤 사람들은 바다의 수평선을 보고는, “수평선은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있는 곳이야. 그 너머에는 커다란 폭포가 있어서 수평선을 지나는 모든 배들이 떨어지고 말 거야. 지구는 평평하니까.”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좀 더 자세히 관찰한 사람들은, “저기 수평선으로 사라지는 배를 잘 봐. 배 바닥이 사라진 다음 돛이 사라지는 걸 볼 수 있어. 그렇다면 지구는 평평하지 않을지도 몰라.”라는 의문을 가졌거든요. 이처럼 어떤 느낌과 의문으로 가설을 세우고 그 이론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수집하는 것도 과학 연구의 한 방법이에요. 반대로 먼저 이런저런 자료를 모으고 분석해서 어떤 이론을 만들어 낼 수도 있지요. 과학자 베게너는 대륙의 양쪽 해안선이 잘 맞물린다는 사실을 통해 두 대륙이 원래는 하나의 대륙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고는 ‘모든 대륙은 오랜 옛날 한 개의 초대륙으로 뭉쳐 있었다. 오늘날의 대륙은 초대륙이 분리된 것이다. 대륙은 바다를 항해하는 배처럼 끊임없이 움직인다’라고, 그때로서는 아주 대담한 가설을 세웠어요. 그리고 그 초대륙의 이름을 ‘판게아’라고 했어요. ‘판’은 ‘모든 것’, ‘게아’는 ‘땅’을 뜻하는 말이에요. 베게너의 이 가설을 흔히 ‘대륙이동설’이라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