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커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들어 더욱 느끼는 것이지만 돈은 모든 불행의 씨앗이라고 여겨졌다. 돈이 없으면 되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부부간의 관계도 부모 자식간의 관계도 돈이 없으면 제대로 유지되기가 어렵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그게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돈은 오히려 모든 행복의 씨앗인 것 같았다. 돈이 있다면, 부부간에도 싸우지 않고 자식들에게도 해 주고 싶은 것 다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웬만한 집은 돈만 있으면 집안에 항상 웃음꽃이 필 것이다. 그러니 돈은 모든 행복의 씨앗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무튼 내가 어른이 되면 행복의 씨앗이 되는 돈부터 벌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왕이면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가 싶어 픽 웃음이 나왔다.
--- p.147
공연히 마루며 부엌이며 곳간을 구석구석 치우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생전에 만지다 둔 그대로, 모든 것이 그대로 있었다. 살림이란, 아니 삶이란 이처럼 지나간 손길 위에 또 하나의 손길을 얹는 것일까? 할머니의 손길 위에 이제 '어른이 된' 나의 손길이 얹힌다. 물론 모든 것은 그대로 있다. 그대로 있으면서 삶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p.232
"순지야, 아빠는 말이다, 그래도 우리 식구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아 보려고 애 많이 썼단다..." 아빠 입에서 행복이라는 말이 나왔다. 갑자기 행복이라는 말이 마치 처음 들어보는 말처럼 무척이나 낯설었다. 행복, 행복이 이렇게 말로 할 수 있는 말이던가? 행복은...., 닭튀김 한 조각에도 묻어 있고, 행복은....., 자장면 한 그릇에도 담겨 있었다. 굳이 말로 하지 않더라도 행복은 저절로 아는 것. 그러나 아빠는 지금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제 말로나마 행복을 느껴야 할 정도로 초라해져서 그런 말을 한걸까?
--- p.51
"순지야, 아빠는 말이다, 그래도 우리 식구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아 보려고 애 많이 썼단다..." 아빠 입에서 행복이라는 말이 나왔다. 갑자기 행복이라는 말이 마치 처음 들어보는 말처럼 무척이나 낯설었다. 행복, 행복이 이렇게 말로 할 수 있는 말이던가? 행복은...., 닭튀김 한 조각에도 묻어 있고, 행복은....., 자장면 한 그릇에도 담겨 있었다. 굳이 말로 하지 않더라도 행복은 저절로 아는 것. 그러나 아빠는 지금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제 말로나마 행복을 느껴야 할 정도로 초라해져서 그런 말을 한걸까?
--- p.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