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삶의 반복을 무가치하게 여긴 니체,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삶을 가르친다. 그리고 그런 삶을 위해서 먼저 파괴자가 되라고 말한다. 기존의 낡은 가치를 뿌리부터 뒤흔들어놓는 파괴자! 그런 파괴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도구가 바로 망치다. 아무런 근거 없이 ‘옳다’고 믿는 가치들은 없는가? 익숙한 대로 믿어버린 낡은 생각은 무엇인가? 그것들을 망치로 사정없이 부숴버리는 것이다. ---p. 85
니체에게 삶은 살아야 할지 말지를 선택하는 대상이 아니다. 거룩하게 긍정하는 그 무엇이다. 그는 어떤 운명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괴로워도 슬퍼도 그것이 내 운명이라면 기꺼이 사랑하겠다고 말한다. 그것이 니체의 운명애(Amor Fati)다. 한국 경영철학의 대가 윤석철 교수도 “생(生)은 명령이다 생존 경쟁이 아무리 어렵고 부조리가 난무해도 삶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사명”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넘어질수록 더 강해져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다. ---p.104
우리는 왜 자꾸 왜소해지는가. 왜 작은 문제 앞에서 쉽게 넘어지는가. 니체는 위기 때마다 다른 차원의 대응책을 펼친다. 병을 오히려 치료의 기회로 반기며, 병으로 더 건강해지는 것이다. 니체처럼 문제의 발생은 오히려 나의 존재를 확장시켜주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문제의 크기보다 내 존재의 크기를 더 키우는 것이다. ---p.169
하나의 길만을 찾는다면 나의 삶은 하나밖에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수천 개의 길을 찾는 자에게는 수천 개의 삶이 보인다. 그래서 니체는 이렇게 묻는다. “어떤 사막도 옥토로 바꿀 수 있을 만큼 풍성한가?” 아니면 “어떤 옥토도 사막으로 바꿔버릴 만큼 메말라 있는가?” 삶에는 같은 길이란 없다. 그리고 틀린 길도 없다. 중요한 것은 나의 길을 만들어내고 찾아내는 능력이다. - p.186
우리는 수많은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나의 경우도 지식생태학자, 학습건강전문의, 지식산부인과의사, 대학 교수이자 작가 등 이름 석 자 이외에 수많은 수식어가 붙지만, 어떤 면에서 이런 타이틀은 참다운 나를 만나는 과정을 방해하는 장막이다. 오직 이름 석 자만 남겨놓고 모든 것을 지웠을 때도 여전히 나는 빛날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이처럼 맨몸으로도 빛나는 힘이 바로 나력(裸力, naked strength)이다. ---p.213
니체가 나체(裸體)인 이유는 벗음으로써 새로워지기 때문이다. 즉, 기존의 것을 철저하게 부정하거나 버림으로써만 새로운 것을 구축할 수 있다. 한 그루의 나무는 모든 잎을 버리고 나목이 되어 한겨울을 견딘 다음 새봄에 새롭게 태어난다. 마찬가지로 ‘나’라는 존재를 덮어씌우고 있는 헛된 껍데기를 과감하게 버리고 나의 나체로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할 수 있다. ---p.219
니체는 끊임없이 벗는다. 존재의 외벽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을 벗고, 생각의 임신을 방해하는 두터운 각질을 벗겨내며, 변신을 방해하는 과거의 허물까지 벗는다. 니체는 스스로 나체가 되어 또 다른 자신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니체는 그렇게 벗고 또 벗는다. 니체는 말한다. 존재는 벗어야 그 정체가 드러나며 비로소 본질을 알 수 있다고. 나무의 본질은 나목(裸木)일 때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p.233